고민과 소설가 - 대충 쓴 척했지만 실은 정성껏 한 답
최민석 지음 / 비채 / 201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가가 출간한 장편 소설 세 편중 『쿨한 여자』와 『풍의 역사』를 읽었다면 그래도 작가를 좀 안다고 알 수 있을까. 작가의 작품이 나올 때쯤 됐는데 하던차에 만난 작품이 『고민과 소설가』라는 질문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는 에세이다. 질문을 하는 대상이 이땅의 젊은 피, 즉 대학생들이 대상이었다. 대학생들의 주된 고민은 뭘까. 작가는 자아, 사랑, 관계, 미래 라는 네 챕터를 정해 20대 청춘들의 고민에 대한 상담글을 풀어놓았다.

 

여행을 싫어하는 상담자, 웬만한 남자들보다 머리가 큰 여성 상담자, 친구의 친구를 사랑한다는 상담자,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났는데 그에게 여자친구가 있어 고민이라는 상담자, 가벼운 인간관계가 적응이 안된다는 상담자, 아버지와 어색하다는 상담자,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 고민중이라는 상담자와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상담자,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상담자 등 청춘들이 가지는 고민들이었다.

 

삶을 어느 정도 살아온 사람으로서 이들의 질문을 농담처럼 여기지 않고 본인이 걸어왔던 삶에 비추어 해답을 제시한다. 직장을 다니다 자기가 원하는 부서로의 이동이 아니어서 사직서를 제출했다는 작가의 경험담에서부터 지금도 치열한 작가의 삶을 살아오는 인생의 선배로서 그들의 고민에 유머스럽게 해답을 제시했다.

 

 

 

인생에는 리듬이라는 게 있습니다. 도약을 할 때가 있고, 도약을 위해 움츠릴 때가 있습니다. 지금은 달리기 전에 몸을 추스르고 에너지는 비축해두는 시기입니다. (66페이지)

 

그 외에 가장 필요한 것은 성실함입니다. 때로 지치고 창의력이 떨어지고,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겠지만, 그때에도 손가락을 움직여야 합니다. 비록 공개하지 않을 글을 쓸지라도, 혼자만의 글이 될지라도, 작가는 꾸준히 써야 합니다. 작가는 단 하나의 위대한 작품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 범작이라도 꾸준히 쓰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218페이지) 

 

나이가 어느 정도 든 사람에게 이 책은 약간 유치하게 여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이삼십대를 살고 있는 이들은 그야말로 치열하게 거쳐오고 있다. 우리가 고민했던 그 시절 이십 대, 삼십 대를 떠올렸다. 미래에 대해 그 어떤 것도 자신없었던 때. 무얼 해야하는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답을 알 수 없었을 때 이처럼 고민 상담을 해주는 이가 있었으면 좋았겠다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그때는 그 고민이 삶의 모든 것이었으니 대답 하나가 커다란 위안이 되었을 수도 있다.

 

 

어른이 된다는 건 거창한 게 아닙니다. '자신만의 생각과 태도'를 가지는 것입니다. 어른이 되면 결정해야 할 것 천지입니다. 무엇을 살지, 누구에게 투표를 해야 할지, 누구를 만나야 할지, 누구에게 화를 내고, 누구에게 관용을 베풀어야 할지 끊임없이 결정하고 실행해야 합니다. 그 결정들이 쌓여, 결국 생의 색깔이 정해집니다. 그렇게 나만의 생각과 태도는 내 생의 뿌리처럼 중요합니다. (256페이지)

 

작가의 고민상담 에세이는 비교적 가볍게 읽힌다. 대학생들의 고민을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어떤 주제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는데 자신의 소설을 읽어보라며 슬그머니 광고한다. 그 모습은 사뭇 애교스럽다. 어떤 소설이 2쇄 밖에 찍지 못했다며 열심히 책을 읽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물론 돈이 없는 대학생들은 도서관에서 빌려보는 걸 권하기도 했다. 그들의 주머니 사정을 충분히 감안한 처사였다.

 

작가들의 에세이는 각각 느낌이 다르다. 위트있고 유머 넘치는 글을 쓰는 작가가 있는 반면 시종일관 진중한 글을 쓰는 작가도 있다. 최민석 작가는 이들 중 전자에 가까운 것 같다. 작가가 관계에 대해 한 말 중에 와닿는 문장이 있었다. 마음에 들지 않은 사람이라도 굳이 멀리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나 지금의 관계가 영원히 이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십 년이 지나면 자연히 소실되기도 하는 관계. 좀더 마음이 가는 사람에게 마음을 쏟아부어 그 관계가 세월에 으스러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말이다.

 

아무리 가까운 관계였을지라도 무심하다보면 어느새 멀어지기도 하는게 관계다. 나에게 다정한 사람이 오면 그에게 잘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나는 그 자리에서 머물러 있으면서 나에게 다가오기만 바라는 것은 욕심이다. 내가 먼저 다가서는 것. 그게 관계를 잘 유지하는 비결이기도 하겠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8-07-02 11: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7-02 14:1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