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시즌 1 : 여성과 공포 - 전5권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도러시 매카들 지음, 이나경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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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니스트 세계문학 _시즌 1

「 여성과 공포 」




휴머니스트에서 시즌마다 주제를 선정하여 독자들에게 한걸음 더 가까이 세계문학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는데요... 첫번째 시즌1을 장식한 주제는 바로 '여성과 공포'입니다. 4개월마다 하나의 테마로 다섯 작품씩 출간!!



북큐레이션을 통해 책 선정이 어려운 독자들을 위해 애쓴 작업이 훤히 보이는 듯 했습니다.




01. 프랑켄슈타인 - 메리 셸리

02. 회색 여인 - 엘리자베스 개스켈

03. 석류의 씨 - 이디스 워튼

04. 사악한 목소리 - 버넌 리

05. 초대받지 못한 자 - 도러시 매카들


여성 작가들의 그려 낸 다섯편의 소설은 괴물, 파멸, 집착, 금기, 공포 등을 소재로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가장 나약한 부분을 깊이 파고 들었답니다. 관습적인 틀에 사로잡힌 여성이 세대가 거듭됐음에도 불구하고 대물림되는 악습에 의한 공포는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여성에게 적지않은 이정표가 되어주고 있어요. 거기에 미스터리함을 더해 재미도 주지만 섬뜩함의 잔상은 오래도록 남을 듯 합니다.





시즌1. '여성과 공포'를 끝내니 바로 시즌2.가 기다려지네요. ^^

다음엔 어떤 큐레이션으로 독자들에게 찐한 감동을 줄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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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받지 못한 자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5
도러시 매카들 지음, 이나경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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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니스트 세계문학 05

『 초대받지 못한 자 』

도러시 매카들 / 휴머니스트





두려움에 맞설 용기와 지혜가 있다면 우리는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있다. 책을 읽을 때 좋아하는 장르가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대번에 미스터리 추리라고 대답한다. 영화도 마찬가지고... 인간은 자극에 반응하는 동물로 매일 똑같은 생활만 하다보면 쉽게 번아웃에 빠져 우울감이 높아지는데, 책이나 영화 그리고 음악이나 취미활동 등을 하면서 삶에 또다른 자극으로 자신을 컨트롤한다. 문제는 이러한 자극이 어떠한 건지에 따라 감정의 변화가 급속도로 달라지기도 하는데, 인간에게 가장 취약적인 감정이 바로 두려움에 의한 공포란 사실... 위에서 언급한 공포 소설이나 영화는 간접적 경험으로 실제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만나지만 실상은 범죄자나 무섭다고 생각이 드는 사람을 대면하는 것조차 우리는 피하려 한다는 것이 현실이다. 하긴 불량청소년을 비교해 보더라도 예전에는 참견하기 싫어서 피하지만 지금은 진짜 무서워서 피하는 것 같기도 하니까 말이다.



당시 사회적 약자로 존재했던 여성작가는 은연중에 받았던 억압을 극복하고 자신만의 색으로 작품을 출간했다. <초대받지 못한 자> 또한 공포라는 소재로 원하고자 하는 것을 점유하려한 보이지않는 실체와 마주하는 강한 여성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원인이 무엇인지 진실에 다가서려했고 불안에 무너지지 않기위해 멈추지 않았던 용기... 그저 작은 집에 라즈베리를 키우며 시골생활을 갈망했던 여동생 패멀라와 그것을 이루어주려 굳은 의지로 끝까지 지켜주었던 로더릭의 모습을 보면서 지금까지 우리가 무엇을 잊고 있었는지 찾아보려 한다.






클리프 엔드에서의 생활은 활기차고 풍요롭고 자유로웠다.

살아 있는 자들의 활기와 만족감이

망자들이 남긴 슬픔을 쫓아내지 않는다면,

과연 이상할 것 같았다.



이 책의 화자는 프리랜서 작가 로더릭 피츠젤럴드로 동생 패멀라와 런던을 떠나 한적한 생활을 위해 집을 찾고 있는 중이다. 한참을 찾다 우연히 발견한 클리프 엔드... 오래도록 사람이 살았던 흔적이 없었고 마음껏 뛰어들 바다의 존재, 그리고 건축가가 설계한 듯 그들에게 이만한 곳은 없었다. 그 집에 깃든 석연치않은 사건이 있었던 것 같았지만 그들에겐 문제가 되지 않았고 계약 또한 성사시켜 빠르게 집을 꾸미기 시작했다.



다만, 그냥 넘기기에 찜찜했던 소문이 있었는데 과거 클리프 엔드에는 집을 거래한 중령의 딸 메리 메러디스가 살았고 메리 살해됐다는 사실... 메리의 남편 루엘린은 스웨덴에서 만난 여자를 데려왔고 마음착한 메리는 남편만을 바라보는 젊은 그녀를 내치지 못해 하녀로 들였다고 한다. 그녀의 이름은 카르멜이었고 자신의 딸 스텔라를 돌보며 함께 생활을 했는데 금새 그녀에게 질려버린 남편...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난걸까?



한편 클리프 엔드에서의 행복도 잠시... 계단 밑 아기방이었던 곳에서 가슴찢어지듯 흐느끼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그 공포를 벗어나 달아날만도 했지만 로더릭과 패멀라는 원인을 찾아 진실에 맞서기로 한다. 어느날 아기방의 원래 주인이었던 스텔라 메러디스가 그곳에서 하루를 보내게 되었고 꿈인지 모를 어머니 품에서 따스히 잠을 청했다며 집으로 돌아가는데... 이후 그녀는 더이상 잠을 잘 수 없었다는 것이다. 어느날은 싸늘한 공포에 휩싸이게 하고 또 어떨때는 따뜻한 등불로 감싸주다니... 결국 그들이 내린 결론은 메리와 카르멜의 유령 둘다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었는데 어처구니 없게도 끝이 보이지 않는 공포는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점이다.



<초대받지 못 한 자>는 읽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마지막 페이지가 될때까지 독자를 공포로부터 쉽사리 놓아주질 않는다. 계속해서 기회를 주었고 바로 해결될 것처럼 실마리가 보이는 듯 싶었으나 진실에 가까이 할수록 불길함과 공포스러움은 더해만 갔다. 놀랍게도 악령이 깃든 원인을 예측해 가면서 가장 암울했던 예측만은 피해가길 바랐지만, 역시나 저자는 그것 또한 예상한듯이 점점 더 어두운 암흑 속으로 빠지게 만들었다. 어쩌면 한치 앞도 보이지않는 암흑이야말로 아주 작은 빛을 찾아내기 더 쉽기때문이었을까? 만약 그런 의도였다면 제대로 성공했다고 전해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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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악한 목소리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4
버넌 리 지음, 김선형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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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니스트 세계문학 04

『 사악한 목소리 』

버넌 리 / 휴머니스트







악마의 목소리를 들어본 적 있는가? 인간이 평생을 살아가면서 거부할 수 없는 것은 바로 '선택'이다. 물건을 사더라도 가격이나 성분을 비교하기도 하고 매번 끼니때마다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어려운 선택은 인간관계다. 만나야 할까 말아야 할까, 얘기를 할까 말까 등등 알게모르게 원치않은 선택을 하게 되는 인간관계... 쉽게 예를 들자면 길을 걷다 떨어진 돈을 발견했다. 난감한게 그것이 큰 돈이면 경찰에 가져다 줄 것인데 적은 금액의 돈이면 내 주머니에 넣을지, 아니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그 자리에 다시 떨군다든지... 이 조차도 선택이란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한 평생 악마의 목소리와 싸우고 있다는 거... 악마의 선택은 타인에 의해 움직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내면에 의해서 정처없이 흔들리는 내면과의 싸움이기도 하다.


여성과 공포를 주제로 한 도서임에도 불구하고 '선택'이란 단어를 택한 이유는 <사악한 목소리> 속에 들어 있는 단편이 과거와 현재가 확연히 나눠져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의 두려움과 불안이 대물림되듯 과거와 이어져 있고 과거의 공포가 현재에 찾아와 사악함을 가중시켜, 인간은 선택의 기로에서 매번 헤매고 또 헤매이는 나약한 존재라는 걸 각인시키는 듯 했다. 아름다움 속에 가려진 사악한 공포... 이 책에서 그것을 맛 볼 수 있을것이다.





250년 전에 연인을 살해한 여인이 다시 태어난,

누가 봐도 이승의 것이 아닌 기이한 존재라면,

그런 생명체라면

전생에 자신을 사랑하고 그 사랑으로 인해 죽음을 맞은 남자를

제 곁으로 불러올 수도 있지 않겠어요?



<유령 연인>은 과거에 살았던 여인이 환생한 듯 현재가 아닌 과거에 현혹되어 있는 비극적인 여성이 그려져 있다. 어쩌면 그녀의 비극은 그녀 스스로가 자처했을 수도 있겠다. 이야기의 화자는 초상화를 그리는 화가로 의뢰받은 오크허스트 부부의 저택에서 벌어진 일이다. 250년 전 오크부인의 연인 러브록이 남편에 의해 살해를 당했는데 현재의 오크부인 또한 과거의 그 사건에서 벗어나질 못한다. 문제는 사랑이란 이름으로 남편 윌리엄의 집착이 날로 심해지고 있다는 점... 오래도록 유지되어 온 대저택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끈질긴 사랑>은 현존하는 과거와 영혼의 교감을 나눈다는 스피리디온의 일기문이다. 기록 보관소에서 보았던 책 속의 여인... 넘쳐나는 아름다움으로 많은 남성들을 현혹시킨다는 메데아는 지나가는 길에 마주쳐도 순식간에 사로잡히고 노예처럼 부려져 명을 재촉시키는 요물이기도 한 그녀의 흔적을 찾기로 한다. 그렇게 찾은 편지와 초상화는 스피리디온마저 그녀에게 흠뻑 빠지게 되었고 그런 그녀가 눈 앞에 나타났다. 과연 그는 무사할 수 있을지...


<사악한 목소리>는 죽은 거장의 스타일을 완벽히 모방하는 망누스라는 작가의 이야기다. 하숙집 식탁에 둘러앉아 알비세 백작이 과거 '차피리노'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그의 노래는 여성의 감정을 희노애락으로 물들이기도 하지만 세 번째의 노래는 죽음에 이르게 한다는 전설이 있었다는거... 그런 그를 무례한 양아치라고 불렀던 밴드라민 고모는 결국 차피리노의 노래를 듣게 된다. 거장에 대한 경멸을 서슴없이 드러냈던 현재의 망누스는 어떤 공포를 맛보게 될지...



과거는 현재를 이끄는 발자취라고 했던가? 하지만 <사악한 목소리>는 과거의 과오를 다시 겪어내지 않기위한 노력으로 현재를 살아가야겠다는 다짐과 믿음을 무참히 밟아버리고 만다. 그렇게 또다른 공포를 예견하는 이야기는 인간이 지키고자 했던 내면을 무너뜨리고 무시와 경멸, 집착과 혐오 그리고 여성의 강함을 은연중에 드러내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마법의 숲'에선 선량한 장소의 정령을 불러내며 일상의 평화로움이 삶의 희망이 되길 바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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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류의 씨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3
이디스 워튼 지음, 송은주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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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니스트 세계문학 04

『 석류의 씨 』

이디스 워튼 / 휴머니스트






거짓말이란 입밖으로 꺼내긴 쉬운데 다시 주워담기는 어려운 법이다. 알고 있으면서도 우리는 왜 허세에 찌들어 헤어나오질 못하는걸까? 오래전에 인연을 끊어낸 친구가 있다. 친구들 중에서도 가장 먼저 결혼했던 예쁘고 착한 친구... 결혼한지 몇년쯤 지났을즈음 난 그 친구의 전화가 점점 불편하고 부담스러워졌다. 돈 많은 시부모에 돈 잘 버는 남편자랑까지는 참을 수 있었는데 어느날부터인지 나를 깎아내리기 시작했다. 인생을 다 살아본 것처럼 그리고 뼛속까지 나를 다 아는 것처럼 도가 지나칠 정도로 내 삶을 간섭하기 시작하는데 너무한다 싶었다. 겹겹이 안좋은 감정이 쌓였던 어느날 문제의 사건이 터졌다. 급한 일이라며 돈을 빌려달라고 전화가 온 것... 긴 사연이 있지만 이 친구는 나를 친구라 생각하지 않았다는 결정적인 잘못에 인연을 끊고 말았다. 속상했지만 뒤는 후련했던 것 같다.

<석류의 씨>는 거짓으로 행복을 만들어 내거나 행복하기 위해 거짓된 삶을 살았던 그녀들의 이야기가 들어있었다. 단 한편을 제외하고는... 편지 석류의 씨 하녀의 종 은 여성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지만 빗장 지른 문은 후회를 회복하기 위한 거짓같은 자백을 했던 한 남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지금을 사는 우리의 현실이 진정한 행복을 찾아 향해가고 있는지 생각해보고 누군가를 속일거라면 철저하게 나 자신조차도 속이며 살아야 할 것임을 경고하고 있다.






그들에게 정상에서 본 것을 소리쳐 말해주고 싶어 못 견딜때가 있었다.

왜 다른 훌륭한 사람들은 어둠 속에서 더듬거리고 비틀거리는데

자기처럼 보잘것없는 사람이

운 좋게 거기로 향했는지 이해되지 않을 때도 있었다.



<편지>는 뻔한 러브스토리같지만 사랑이 아니어도 살 수 있다는 무언의 메세지를 담고 있었다. 가정교사였던 아가씨와 주인님과의 비밀스런 만남... 낡은 호텔에서 함께 투숙을 하는 친구들은 과연 이런 행복을 아는지 모르는지, 자신과는 상관없지만 리지는 누가봐도 '나는 사랑에 빠졌어요'라고 쓰여진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그의 아내가 사망하고 상속문제로 미국을 향하게 되면서 편지로 안부를 묻는데... 얼마지나지 않아 그의 편지가 끊겼다. 절대 그럴리 없을거라 믿었던 그녀는 그대로 무너질 것인가...

<빗장 자른 문>은 내적심리를 자극하여 강박으로 인해 무너지는 인간의 나약함을 그대로 보여주는데 마지막까지 진실과 거짓에서 한참을 헤매게 했던 이야기였다. 자신이 쓴 희곡작품이 인정받지 못하자 자신은 후회스러운 삶을 살았다며 과거의 죄를 자백하기로 결심한다. 그래니스는 법률 사무소의 변호사, 인베스티게이터의 편집장, 지방판사 등의 지인에게 '조지프 렌먼의 살인사건'의 범인은 자신이라며 자백을 하는데 이들은 정신이 아픈 친구라며 불안정한 심리상태와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그의 자백을 믿어주지 않는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그가 말을 하면 할수록 자꾸 부풀려진다는 점... 삶이 후회였다지만 그가 진정 원했던 건 무엇이었을까...

<석류의 씨>는 알 수 없는 힘에 한 가정이 휘둘리는 기이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첫 아내 엘시를 잃은 케네스 애슈비는 샬럿과 재혼을 하게 된다. 친구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샬럿은 안전한 사랑이란 믿음으로 그와 결혼을 하게 됐는데 신혼여행을 다녀오자마자 의문의 회색 편지로 조금씩 믿음이 깨지기 시작한다. 남편의 편지를 뜯어보기는 두려웠고 누가 보냈는지 모를 수신인란에는 아주 흐릿한 글씨만이 끄적여 있었다. 더 의심이 갔던 이유는 편지가 오는 날이면 남편의 얼굴이 하얗게 질린다는거... 편지를 보낸 이는 과연 누구일지...

<하녀의 종>은 불안한 가정이 가져오는 삶의 몰락을 보여준다. 하녀 일을 찾기위해 여기저기 수소문하고 있는 하틀리... 그녀가 앓았던 병때문에 귀족들은 그녀의 고용을 꺼려한다. 그러던 어느날 자신의 허약한 조카딸을 돌봐달라며 허드슨의 시골집을 소개한다. 어차피 조카 사위는 집을 비우는 일이 많고 음침하긴 하지만 집이 커서 하틀리가 지내기에도 불편함이 없을 거라는데, 이상하게도 브림프턴 부인의 시골집은 암울한 어둠에 휩싸인 듯한 느낌이다. 그리고 그곳에 도착한 첫날, 마른 몸에 하얀 얼굴을 하고 있는 여자와 마주치게 되는데...

모든 단편의 흐릿한 엔딩은 독자를 더욱 안달나게 만들었다. 인간이 가장 느끼기 싫어하는 두려움이란 무기로 마구 쥐고 흔들었던 <석류의 씨>는 의식의 경계를 무참히 무너뜨리고 만다. 모든 시작은 진실이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내뱉는 언어에 다를 말이 더해지고 또 부풀어지면서 거짓으로 번져가는 것... 어쩌면 인간은 스스로 몰락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되돌아갈 수 없으니 지금도 괜찮다며 계속해서 자신을 자극하니까... 조건적 삶이 수단이 될 수 없음을 보여준 메세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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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여인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2
엘리자베스 개스켈 지음, 이리나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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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니스트 세계문학 02

『 회색 여인 』

엘리자베스 개스켈 / 휴머니스트




억압받는 여성들의 두려움과 공포는 자신을 비롯한 주위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쳐 삶을 피폐하게 만든다. 더 나아가 가정이 있는 여성들에게 찾아오는 우울감은 남편과 아이들에게까지 영향을 끼쳐 가정이 파괴되는 위기를 겪기도 하는데, 당시의 여성은 왜 억압된 삶 속에서 자신의 생각을 뚜렸하게 전달하지 못했을까? 남성의 권위를 무너뜨리면 안된다는 압박 속에 그저 조신하게 행동하며 따르는 것이 그 시대의 여성상이었기에 어쩔수 없었던 것인지... 이러한 상황을 보면 현대여성들은 변화된 시대의 흐름에 따라 단단하고 꾸준하게 성장해 온 듯 하다.


어릴적 무척이나 엄격한 가정에서 살았던 나는 아버지의 말씀은 법이며 이를 행하지 않으면 가차없이 처벌을 받았던 전형적 가부장적 가족이었다. 조금이라도 목소리가 커졌다싶으면 가족 모두 초긴장상태였고 늦은 밤 잠자리에 들 때까지 숨죽여 지내야 했던 어린시절... 어쩌면 나 조차도 어떻게 그 시기를 버텨냈는지 지금에와서 생각하면 하루하루가 긴장의 연속이었던 것 같다.


이 책은 「회색 여인」 「마녀 로이스」 「늙은 보모 이야기」 세가지 단편이 들어있는데, 그녀들이 겪어내는 억압된 감정과 드러내지 못하는 두려움 그리고 군중을 선동한 마녀사냥과 대물림되는 공포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에게 적지않은 메세지를 선사한다. 전형적인 고딕소설의 모습을 하고 있는 이 책을 마주하면서 인간의 내면을 억제하는 감정 사이에 앞으로의 우리는 어떻게 자신의 삶을 설계해야 할지 신중히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다들 그 사람만큼 훌륭한 사람이 없고,

내가 세상에서 가장 운 좋은 여자라고 말하게 했지.

그러나 난 그 사람과 있으면서 한 번도 마음 편해본 적이 없었어.

안 오면 왜 안 올까 궁금하면서도 왔다 간 후에는 늘 더 안심됐어.


친구들과 셰런의 제분소에서 커피를 즐기는 중 갑작스레 쏟아진 비에 집안으로 대피한다. 그곳에서 눈에 들어온 초상화 속 여인은 슬픈 사연을 가지고 있는 대고모 아나, 바로 '회색 여인'이라 불렸던 여인으로 딸이 사랑하는 남자를 인정할 수 없다며 쓴 장문의 편지문이다. 과연 어떤 사연이길래 오랜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진상을 털어놔야 했을까?


그 제분소는 과거 아나의 아버지가 운영했던 곳으로 아버지는 공장의 수석 수습생 카를과 아나를 결혼시키려 했다. 카를의 관심은 짜증이 났고 그의 애정표현은 부담스러웠기에 아나는 잠시 그곳에서 벗어나고픈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중 친구의 초대로 카를스루에 방문하게 되었고 사교클럽에서 눈에 띄는 멋진 남자와 마주하게 된다. 자신을 '므시외 드 라 투렐'이라 소개한 남자 또한 아나가 싫지 않았는지 친구의 집을 방문하게 되었고 올때마다 애정가득 담은 시선과 선물공세에 조금씩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하는데... 문제는 석연치않은 행동과 차가운 말투에 위축되어 조금더 시간을 두고 싶었지만 주위사람들의 지지로 덜컥 결혼을 하게 된 그녀... 이상과 현실은 너무나 달랐으니 남편의 정체가 까발려지는 순간 기겁한 그녀는 도망자의 삶을 살게 된다. 끊임없는 추적에 아름다웠던 그녀의 얼굴은 잿빛으로 변했고 뱃속의 아이는 간절히 딸이기만을 바랬는데 이렇게 대물림되다니... 과연 어떤 비밀이 숨겨있는걸까?


특히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마녀 로이스'는 신의 이름으로 행해진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어른아이 할 것없이 많은 희생양을 만들었고 틀어진 인간관계의 무서움을 극적으로 보여준 이야기다. 강요로 인한 자백은 신의 심판을 받아야 하고 신의 말씀을 전하는 이들에 의해 처단되고 마는데,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 또한 이런 상황을 적지않게 만나게 되는 것을 보면서 과연 누구를 위한 마녀사냥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했던 이야기였다. 마찬가지로 '늙은 보모 이야기'를 들으며 아무리 과거의 잘못이었다 하더라도 그 원죄는 언젠가 심판을 받게 되리라며, 자신의 악행은 결국 대물림된다고 경고하고 있었다. 한마디로 내가 잘못하면 자식이 고통을 받는다는 것...



<회색 여인>의 세 단편을 보면서 공통으로 느꼈던 점은 여인의 입을 닫게 했다는 것 그리고 두려움을 극대화시켜 벼랑끝으로 몰았다는 점이다. 더 섬뜩했던 점은 내면의 공포가 대물림된다는 것이 참을 수 없는 화를 불러왔다. 왜 이렇게나 억압당했어야 했는지... 지금은 많은 여성들이 사회에 진출하여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여전히 음지에 갇혀 헤어나오지 못하는 그녀들이 존재하고 있기에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했다. 이 책을 마주하면 멈출 수 없는 압박에 시달려 끝까지 읽어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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