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초대받지 못한 자 ㅣ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5
도러시 매카들 지음, 이나경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2월
평점 :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05
『 초대받지 못한 자 』
도러시 매카들 / 휴머니스트
두려움에 맞설 용기와 지혜가 있다면 우리는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있다. 책을 읽을 때 좋아하는 장르가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대번에 미스터리 추리라고 대답한다. 영화도 마찬가지고... 인간은 자극에 반응하는 동물로 매일 똑같은 생활만 하다보면 쉽게 번아웃에 빠져 우울감이 높아지는데, 책이나 영화 그리고 음악이나 취미활동 등을 하면서 삶에 또다른 자극으로 자신을 컨트롤한다. 문제는 이러한 자극이 어떠한 건지에 따라 감정의 변화가 급속도로 달라지기도 하는데, 인간에게 가장 취약적인 감정이 바로 두려움에 의한 공포란 사실... 위에서 언급한 공포 소설이나 영화는 간접적 경험으로 실제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만나지만 실상은 범죄자나 무섭다고 생각이 드는 사람을 대면하는 것조차 우리는 피하려 한다는 것이 현실이다. 하긴 불량청소년을 비교해 보더라도 예전에는 참견하기 싫어서 피하지만 지금은 진짜 무서워서 피하는 것 같기도 하니까 말이다.
당시 사회적 약자로 존재했던 여성작가는 은연중에 받았던 억압을 극복하고 자신만의 색으로 작품을 출간했다. <초대받지 못한 자> 또한 공포라는 소재로 원하고자 하는 것을 점유하려한 보이지않는 실체와 마주하는 강한 여성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원인이 무엇인지 진실에 다가서려했고 불안에 무너지지 않기위해 멈추지 않았던 용기... 그저 작은 집에 라즈베리를 키우며 시골생활을 갈망했던 여동생 패멀라와 그것을 이루어주려 굳은 의지로 끝까지 지켜주었던 로더릭의 모습을 보면서 지금까지 우리가 무엇을 잊고 있었는지 찾아보려 한다.
클리프 엔드에서의 생활은 활기차고 풍요롭고 자유로웠다.
살아 있는 자들의 활기와 만족감이
망자들이 남긴 슬픔을 쫓아내지 않는다면,
과연 이상할 것 같았다.
이 책의 화자는 프리랜서 작가 로더릭 피츠젤럴드로 동생 패멀라와 런던을 떠나 한적한 생활을 위해 집을 찾고 있는 중이다. 한참을 찾다 우연히 발견한 클리프 엔드... 오래도록 사람이 살았던 흔적이 없었고 마음껏 뛰어들 바다의 존재, 그리고 건축가가 설계한 듯 그들에게 이만한 곳은 없었다. 그 집에 깃든 석연치않은 사건이 있었던 것 같았지만 그들에겐 문제가 되지 않았고 계약 또한 성사시켜 빠르게 집을 꾸미기 시작했다.
다만, 그냥 넘기기에 찜찜했던 소문이 있었는데 과거 클리프 엔드에는 집을 거래한 중령의 딸 메리 메러디스가 살았고 메리 살해됐다는 사실... 메리의 남편 루엘린은 스웨덴에서 만난 여자를 데려왔고 마음착한 메리는 남편만을 바라보는 젊은 그녀를 내치지 못해 하녀로 들였다고 한다. 그녀의 이름은 카르멜이었고 자신의 딸 스텔라를 돌보며 함께 생활을 했는데 금새 그녀에게 질려버린 남편...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난걸까?
한편 클리프 엔드에서의 행복도 잠시... 계단 밑 아기방이었던 곳에서 가슴찢어지듯 흐느끼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그 공포를 벗어나 달아날만도 했지만 로더릭과 패멀라는 원인을 찾아 진실에 맞서기로 한다. 어느날 아기방의 원래 주인이었던 스텔라 메러디스가 그곳에서 하루를 보내게 되었고 꿈인지 모를 어머니 품에서 따스히 잠을 청했다며 집으로 돌아가는데... 이후 그녀는 더이상 잠을 잘 수 없었다는 것이다. 어느날은 싸늘한 공포에 휩싸이게 하고 또 어떨때는 따뜻한 등불로 감싸주다니... 결국 그들이 내린 결론은 메리와 카르멜의 유령 둘다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었는데 어처구니 없게도 끝이 보이지 않는 공포는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점이다.
<초대받지 못 한 자>는 읽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마지막 페이지가 될때까지 독자를 공포로부터 쉽사리 놓아주질 않는다. 계속해서 기회를 주었고 바로 해결될 것처럼 실마리가 보이는 듯 싶었으나 진실에 가까이 할수록 불길함과 공포스러움은 더해만 갔다. 놀랍게도 악령이 깃든 원인을 예측해 가면서 가장 암울했던 예측만은 피해가길 바랐지만, 역시나 저자는 그것 또한 예상한듯이 점점 더 어두운 암흑 속으로 빠지게 만들었다. 어쩌면 한치 앞도 보이지않는 암흑이야말로 아주 작은 빛을 찾아내기 더 쉽기때문이었을까? 만약 그런 의도였다면 제대로 성공했다고 전해주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