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MIDNIGHT 세트 - 전10권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
프란츠 카프카 외 지음, 김예령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평점 :
품절


 

 

 

고전을 다시 만나는 이유는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고전을 처음 만났을 때 책을 읽어내면서 내용과 스토리에 집중하여 이해하려 노력했다면, 두번째는 현 사회의 분위기와 실정에 연결시켜보기도 하고 변화된 인식을 통해 그동안 인간이 이룩해 온 이상이 무엇을 향했는지도 새롭게 느끼게 된다. 특히 '이방인'은 지금을 살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해당될 수 있는 주제로, 자유롭게 타인과 만날 수 없고 애써 만남을 자제하는 상황에 마치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떠돌아 다니는 현재의 모습과 연결시켜 비춰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방인 하면 먼저 떠오르는 강력한 첫 문장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였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이 문장 하나로 여러가지 견해와 다양한 해석을 하고 있는데 이번엔 개인주의적인 인간의 내면을 향하는 지금의 모습을 옅보고 싶다. 현대사회에서 어머니의 부고를 모른다는 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생활고와 고독사 등의 사각지대의 사람들은 여전히 소외받고 있기에 절대라는 말은 할 수 없는 현실이다.

 

 

 

어머니의 부고를 들은 뫼르소는 장례를 치르기위해 양로원으로 향한다. 어머니의 마지막 떠나는 모습을 봐야했지만 눈물도 나오지 않고 나이조차 모르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씁쓸함에 생각나는 건 커피와 담배뿐이었다. 장례식을 마친 후 바닷가에서 더위를 식히던 뫼르소는 과거 회사동료인 마리를 만나게 되고 사랑을 나눈다.

그 무렵 알게된 이웃 레몽... 저녁 초대를 받아 함께 식사를 하던 도중 변심한 정부와 그녀의 오빠와 싸웠던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던 어느날 해안가로 놀러간 그들은 우연히 만난 정부의 오빠 패거리들과 한바탕 싸움을 벌이게 되는데...

 

세상 속 우리는 모두 '이방인'이다. 또한 무관심한 사회가 '이방인'을 만든다. 이것은 오래도록 변화시키기 어려운 고질병 같은 것이 아닐까 싶다.

과거 대공황과 세계대전을 겪었던 인간은 메마른 삶의 연속이었지만 자유 경제와 국가간 교류로 상부상조를 하며 상생의 길을 나서면서 빠른 경제성장을 가져왔다. 현재의 문제는 코로나로 인해 경제가 위축되고 위태로운 가정의 경제가 무너지고 있는 실정이기에 무관심과 이기주의적인 성향으로 변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모든 사람들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아직은 살 만한 세상의 실천을 보여주는 이들이 있으니까 말이다. 주인공 뫼르소가 보여준 이방인을 개인주의적인 지금과 견주어 볼 때, 같은 공간에 있음에도 현실과 마주하지 않고 타인의 사정과는 상관없는 모습을 하고 있다.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고, 자신은 타인의 문제조차 관심없지만, 자신만큼은 건드리지 않았으면 하는 개인주의 말이다. 이유는 보통의 우리는 힘이 존재하지 않을뿐만 아니라 살아있기에 그런대로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뫼르소가 그랬던 것처럼... 그리고 지금을 버티고 있는 우리처럼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MIDNIGHT 세트 - 전10권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
프란츠 카프카 외 지음, 김예령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평점 :
품절


 

 

비 오는 날 자신의 아이와 그림을 그리다 '보물섬'을 탄생시킨 저자는 아버지의 바람과는 달리 고향의 청교도적 인습을 피하기 위해 유럽으로 유랑생활을 하며 작가의 꿈을 펼쳤다. 특히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는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신분계급의 편차로 상류층의 허영을 그대로 그려내고 있어 미스터리한 면과 인간의 이중성과 위선을 보여주고 있다.

어쩌면 인간은 모두가 이중적 면모를 가지고 있는지 모른다. 다만, 그것을 것으로 드러내느냐 아니면 철저하게 숨기고 자기관리를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데 현대에는 감정을 숨기지 않고 표현하는 사람을 오히려 솔직한 사람이라 평하기도 한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가 탄생한 에피소드를 보고 역시 작가는 어떤 상황에서든지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마술사같다는 생각을 했다. 잠결에 꾼 악몽에 비명을 질렀는데, 그 소리를 들은 아내가 자신을 깨웠고 꿈 속에서 펼쳐진 멋진 이야기때문에 깨고 싶지 않았던 것인데 결국은 작품으로 나오게 되었으니 이 또한 꿈과 같은 일이 아닐까... 그야말로 기괴한 꿈 말이다.

 

 

 

무뚝뚝한 성격의 변호사 어터슨은 의학자이자 법학자 친구인 헨리 지킬박사때문에 고민이 생겼다. 얼마전에 그에게 찾아온 지킬은 자신에게 특별한 사정이 생겼거나 사망을 했을 경우 에드워드 하이드에게 전재산을 물려주기로 한다는 유언장을 썼다. 오랜 친구였던 어터슨은 지킬 박사 곁에 하이드라는 존재가 있었던 것을 전혀 알지 못했으며 그를 본 사람은 불쾌하고 역겹게 생긴데다 뭔가 기형적 외모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생각을 바꿔보라 회유했지만 지킬박사는 전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였다.

어느날... 어두운 길거리에서 지팡이를 휘둘러 사람을 때려죽인 사건이 발생하는데, 사건의 목격자는 범인을 하이드로 지목하면서 심각한 문제가 생기게 된다. 중요한 사실은 현장에서 휘둘렀다는 지팡이는 어터슨이 지킬박사에게 선물한 것이였고 이후 이들은 종적을 감추면서 점점 미궁으로 빠지게 되는데...

우리가 타인과 대화를 하다가 가끔 내가 아닌 또 다른 인격이 발현될 때가 있다. 특히 나와 대립을 이루는 이들과의 관계속에서 말이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는 사회적 지위와 권위를 가진 나로서의 존재와 그 누구도 신경쓰지 않는 사악한 존재의 나를 보여줌으로써 인간이 사회의 일원이 되면서 가면속에 사악함을 숨기며 살아가는 모습을 그려냈다. 한편 음침하고 거침없는 하이드의 악한 모습은 철저하게 감춘 내 안의 화가 밖으로 분출되면서 악의로 가득찬 모습을 보여주는데 어쩌면 전염병으로 멈춘 세상에 속한 우리들의 이중적 내면을 대변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NOON 세트 - 전10권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외 지음, 황현산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평점 :
품절


 

 

<행복한 왕자>의 오스카 와일드라고하면 서정적인 분위기와 인간이 가지고 있는 내면의 선함을 보여줘 세계 모든 어린이들에게도 널리 읽혀지고 있는 작품이다. 이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정도니 말이다. 특히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을 만나면서 작가가 그리는 아름다움의 실체와 현실은 인간의 추악한 욕망의 가면을 드러내며 뛰어난 색채감이 느껴지는 글귀에 놀라기도 했는데, 그의 또 다른 작품들에선 어떤 언어의 선율을 보여줄지 무척 기대가 되었다.

빅토리아 여왕 시대의 대표적인 극작가였던 오스카 와일드는 예술로서의 예술을 지향한 작품들을 세상에 내놓았다. 하지만 그의 명성은 '퀸즈베리 사건'으로 몰락하게 되는데 양성애자였던 그는 아내와 자식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남성과 사랑에 빠지기도 했다. 그래서 이런 서정적 작품을 탄생시켰을까? 사랑에 대한 이야기만큼은 그를 능가할 자가 없는 듯 하다. 가치있는 사랑은 그 어떤 것으로도 의미를 두지 않았던 그의 작품은 여전히 아름답기만 하다.

 

 

 

 

네 편의 단편이 들어있는 이 책은 <행복한 왕자와 다른 이야기들> 속에 수록된 두 개의 작품과 <석류의 집>에 수록된 두 개의 작품이 들어있다. 작품을 만나면서 우리가 그토록 바라는 행복이 어디에서 오는지... 그 행복의 시작이 나로부터 이어질 수 있는지에 대한 소망과 행복을 충족시키려는 인간의 갈망이 어디까지 미칠 수 있는지 생각해가며 읽으면 좋을 것 같다.

 

<행복한 왕자>는 꿈을 가진 이들의 희망과도 같은 이야기로 자신을 희생해 어려운 이웃을 돕고 그로인해 자신 또한 행복한 마지막을 보낸다는 행복한 왕자... 왕자의 조각상이 슬픈 이야기가 아닌 희망이었다고 말 할 수 있는 이유는 혼자가 아닌 함께였기에 더 큰 감동을 준다.

<나이팅게일과 장미>는 갈색 날개를 가진 작은 새, 나이팅게일이 동정했던 한 남자의 이야기다. 그의 사랑을 이뤄주기 위해 자신의 몸을 희생해 빨간장미를 선물했는데, 사랑의 감정을 전한다는 것은 진실한 마음만으로는 이룰 수 없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면서 씁쓸한 감정을 남겼다. 오스카 와일드 명언을 찾아보면 이런 말이 있다. '내가 어렸을 때, 난 돈이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이가 든 지금의 난, 비로소 그것이 사실임을 알았다' 바로 이 이야기에서 나온 명언이 아닐까 싶다.

<어부와 그의 영혼>은 읽고난 뒤 더 깊은 사색에 잠겼던 이야기다. 원하는 것을 얻기위해 적지않은 대가를 치르는 주인공은 나 자신과 사랑 사이에서 끊임없은 선택을 해야했는데 어느것이 옳고 그른지 판단하기가 어려웠다. 그물에 걸린 인어를 살려준 어부는 그녀와 사랑에 빠지고 만다. 인간이 영혼을 가졌기에 함께 할 수 없다는 인어의 말을 듣고 마녀의 도움으로 영혼을 잘라낸 어부는 매년 찾아오는 영혼의 유혹때문에 시험에 빠지게 된다. 영혼과 마음으로 인해 인간의 본질을 대면하게 만든 이 이야기는 짧지만 기억에 새겨진 이야기다.

마지막 <별 아이>는 주어진 환경에 만족할 줄 모르는 인간의 심리를 보여준 이야기다. 추운 겨울... 숲에서 금빛 천으로 싸인 아기를 발견한 가난한 나무꾼은 자신조차 먹고 살기 어렵지만 그냥 내버려둘 수 없기에 집으로 데리고 온다. 수선화처럼 아름다운 아이였지만 차갑고 이기적이었다. 자신을 귀족출신이라 여겼던 아이는 어느날 찾아온 진짜 엄마를 보고 참을 수 없는 치욕을 느끼며 쫓아내버렸고 그렇게 아름답던 아이는 흉측하게 변해버리고 마는데...

 

저마다 생각하는 행복의 기준은 다르다. 어느정도의 사회적 지위를 가지고 경제적 여유와 최소한의 취미활동을 가지면 그것이 행복이지...라고 하는데 그 정도의 차이가 많이 다르다는 것이다. 자신이 가진 것을 모두 내어주고 목숨마저 희생한 두 이야기에서 그들의 결말은 차이가 있다. 행복한 왕자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따뜻한 행복을 찾았지만, 나이팅게일이 내어준 목숨의 대가는 허무함만 남겼다. 이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평생을 느껴야할 감정의 색이기도 한데, 과연 어떤 색으로 칠해야 하는지는 나만의 몫일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MIDNIGHT 세트 - 전10권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
프란츠 카프카 외 지음, 김예령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평점 :
품절



  

 

1987년에 개봉한 영화 '빽 투 더 퓨쳐'는 당시 누구도 생각지 못한 기가막힌 소재로 흥행을 펼쳤다. 과거, 현재, 미래로의 시간을 오고가며 상상했던 것보다 더 환상적인 모험을 선물했는데 괴상한 발명가가 개조한 자동차의 변신은 또 다른 미래를 발견하는데 지금도 환호하는 영화중에 하나이다. 특히 마지막 대사 "미래는 백지야. 자네가 직접 만드는 것이라네. 멋진 인생을..." 이 한 마디로 잊고있었던 꿈을 다시 찾아주는 계기를 주기도 했다. 모험을 하는 주인공이 고교생이었기에 더 미래에 대한 희망을 보여줬던 기억이 생생히 남아있다.

 

반면에 허버트 조지 웰스의 <타임머신>은 어두운 미래를 예견하듯 그가 그린 미래는 밝지않다. 1895년에 발표한 이 작품은 영화보다 훨씬 오래되었기에 어쩌면 인류의 미래는 환상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 측면을 보여주는데 어쨌든 과학소설의 창시자라 할만큼 주목을 받은 작품이었다.

 

 


  

 

그곳에는 '시간 여행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있다. 우주는 사차원의 세계에 속하며 현재를 살고 있는 인간은 삼차원적 단면에 살고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잘려진 단면은 현재 우리가 있는 공간이고 시간은 네 번째 차원으로 존재한다는 것인데, 수학적으로 설명하자면 입체는 네 방향의 연장된 부위로 공간이 바로 시간이라는 것... 이쯤 말하면 독자는 두 분류로 나눠질 것이다. 도대체 뭐라는 거야?라고 생각하거나 아니면 넓이와 부피단위를 연상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것을 굳이 수학적으로 풀어낼 필요가 전혀 없다는 사실...

 

어쨌든 책에서는 편의상 그를 '시간 여행자'라 칭한다. 오랜기간 연구 끝에 타임머신을 개발하게 된 그는 시간여행에서 처참한 몰골로 돌아와 빌어먹을 이야기를 들려준다. 버튼을 누르는 순간 1분당 1년의 시간을 이동해 80만년 후로 이동하게 된 시간여행자는 미래세계의 인간을 만난다. 엘로미라는 인류로 작은 몸집에다 다섯 살 정도의 지적수준을 가진 그들은 지적으로 부족함이 많았다. 지하에 자리잡은 몰록은 원숭이처럼 생긴데다 엘로미를 식용으로 사육하고 있는 듯 했는데, 이것이 미래의 모습이라니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는다. 시간 여행자가 들려주는 미래가 과연 진실일지...

 

우리는 여전히 SF장르에 환호하고 열광한다. 이유는 곧 다가올 미래는 결코 어둡지 않다는 믿음때문일텐데 책에서 말하듯이 미래가 암흑과도 같은 존재라면? 또한 미래엔 인간도 지구도 존재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면? 열심히 살아봤자 미래는 아무것도 없으니 모든 것을 내려놓고 그저 시간이 가는대로 평온하게 보낼 것인지... 한 치 앞도 보지 못하는 인간이지만 그렇게 손 놓고 있을 인간은 아닐것이다. 반대로 그럼에도 희망은 존재한다며 더나은 미래가 분명히 있음을 증명해 내겠다며 엉뚱한 상상을 그려내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상상이 현실이 되는 것을 여러번 목격했으니까 말이다.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에서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MIDNIGHT 세트 - 전10권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
프란츠 카프카 외 지음, 김예령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평점 :
품절



  

한낮인데도 늦은 저녁처럼 어둠이 감돌았고 이슬날리듯 비가 흩어뿌리는 날의 교실 안은 무척이나 음산했다. 원래 공부할 마음도 없었겠지만 특히 그런 날엔 집중력도 떨어졌기때문에 교실에 들어오는 선생님마다 무서운 얘기를 들려달라고 졸라댔다. 가물거리는 추억이지만 목소리만큼은 여전히 기억에 남아있었는데, 아마도 사회선생님이었던 것 같다. 사춘기 또래의 아이들이 모두 그렇듯 감수성과 상상력이 흘러넘쳤던 친구들은 선생님이 들려주는 검은 고양이를 듣고 찢어질듯한 비명에 교실전체가 울려퍼졌었던 기억은 여전히 선명히 살아있다. 긴장한듯한 저음의 목소리와 고양이를 학대하는 절묘한 묘사에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을 다물지 못했던 학창시절의 추억... 그 속의 이야기를 다시금 만나게 되었다.

 

19세기 최대의 독창가며 추리소설의 창시자라 불리는 에드거 앨런 포는 생전에 혹독하고 슬픈 삶을 보냈다고 한다. 일찍 부모룬 잃고 입양된 그는 도박과 술에 찌든 삶을 살았고, 아내의 죽음 뒤엔 더 고독한 나날을 보내게 되었는데 우울증이 깊어지면서 아편복용과 자살 기도로 빈사상태로 다녔다. 그가 다시 발견됐을 땐 정신착란의 증상으로 생을 마감했는데, 그의 삶 자체가 행적을 드러내지 않았던 삶이었기에 사후에도 미치광이 알코올 중독자라는 무시를 당하기 일쑤였다.

 


 

 

에드거 앨런 포의 4개의 단편이 들어있는 이 책은 인간 내면의 나약함과 악한 감정들을 드러내면서 정신적인 문제 또한 드러내고 있다.

 

<어셔가의 붕괴>는 죽음을 앞둔 로더릭 어셔의 절박한 편지를 받은 친구가 목격한 사건이다. 직계로 이어진 가문의 어셔가... 이 가문의 음산한 기운은 체질과 관련된 병으로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유전병이라 하는데, 아마도 근친상간으로 인한 가문의 붕괴를 보여주는 듯 하다.

 

<붉은 죽음의 가면극>은 지금 우리가 겪고있는 전염병에 대한 공포를 그린 것으로, 병에 걸리면 온 몸의 구멍으로 피를 쏟으며 죽는다는 일명 '붉은 죽음'으로 불리는 돌림병이다. 그곳의 지주인 프로스페로 공은 이를 피해 외딴 섬의 수도원으로 지인을 대피시켜 성대한 날을 보내게 했다. 모든 곳이 안전하다는 것을 경고하기 위한 것일까? 기괴스런 분장을 하게 했던 무도회는 자정을 울리는 시계 소리에 맞춰 혼동을 가져다 주는데 그것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검은 고양이>는 위에서 언급한 학창시절의 추억이 깃든 이야기다. 유순하고 다정했던 아이의 변신... 검은 고양이는 마녀가 둔갑했다는 미신이 맞는 것일까? 특히 그가 애정했던 검은 고양이 플루토의 영혼은 결국 알코올의 지배를 이겨내지 못한 남자의 나락을 보여주는 이야기다.

 

<도둑맞은 편지>는 중요한 편지를 되찾기위해 뒤팽에게 도움을 청하는 사건이었는데, 한 걸음도 움직이지않고 자리에 앉은 상태에서 모종의 추리로 사건을 해결하는 기가막힌 스토리다. 당시 그들의 여유롭지 못한 상황을 비추어 부패의 현장을 마주했던 탓일까?

 

 

인간의 정신이 가장 나약해 있을 때, 인간은 자기 스스로를 무너지는 상황을 막아내지 못한다. 이를 이겨내기 위해 종교적 위안을 받거나 미신의 힘을 믿으며 썩은 동아줄이라도 잡으려하지만 눈으로 보이는 것만 믿는 인간들에겐 역부족인 경우가 많다. 자신의 의지대로 행동하지 못하는 처지라고 하지만 못 하는 것이 아니라 무너지는 의지를 붙들지 못하는 나약함에 안하는 것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추리를 기반으로 쓰여진 이 단편들은 우리에게 읽는 재미만을 주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 주체인 나를 단단히 붙들라는 메세지를 전해주는 듯 했다. 사악한 자들이 구멍난 마음을 차지하기전에.....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에서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