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자신의 아이와 그림을 그리다 '보물섬'을 탄생시킨 저자는 아버지의 바람과는 달리 고향의 청교도적 인습을 피하기 위해 유럽으로 유랑생활을 하며 작가의 꿈을 펼쳤다. 특히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는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신분계급의 편차로 상류층의 허영을 그대로 그려내고 있어 미스터리한 면과 인간의 이중성과 위선을 보여주고 있다.
어쩌면 인간은 모두가 이중적 면모를 가지고 있는지 모른다. 다만, 그것을 것으로 드러내느냐 아니면 철저하게 숨기고 자기관리를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데 현대에는 감정을 숨기지 않고 표현하는 사람을 오히려 솔직한 사람이라 평하기도 한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가 탄생한 에피소드를 보고 역시 작가는 어떤 상황에서든지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마술사같다는 생각을 했다. 잠결에 꾼 악몽에 비명을 질렀는데, 그 소리를 들은 아내가 자신을 깨웠고 꿈 속에서 펼쳐진 멋진 이야기때문에 깨고 싶지 않았던 것인데 결국은 작품으로 나오게 되었으니 이 또한 꿈과 같은 일이 아닐까... 그야말로 기괴한 꿈 말이다.
무뚝뚝한 성격의 변호사 어터슨은 의학자이자 법학자 친구인 헨리 지킬박사때문에 고민이 생겼다. 얼마전에 그에게 찾아온 지킬은 자신에게 특별한 사정이 생겼거나 사망을 했을 경우 에드워드 하이드에게 전재산을 물려주기로 한다는 유언장을 썼다. 오랜 친구였던 어터슨은 지킬 박사 곁에 하이드라는 존재가 있었던 것을 전혀 알지 못했으며 그를 본 사람은 불쾌하고 역겹게 생긴데다 뭔가 기형적 외모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생각을 바꿔보라 회유했지만 지킬박사는 전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였다.
어느날... 어두운 길거리에서 지팡이를 휘둘러 사람을 때려죽인 사건이 발생하는데, 사건의 목격자는 범인을 하이드로 지목하면서 심각한 문제가 생기게 된다. 중요한 사실은 현장에서 휘둘렀다는 지팡이는 어터슨이 지킬박사에게 선물한 것이였고 이후 이들은 종적을 감추면서 점점 미궁으로 빠지게 되는데...
우리가 타인과 대화를 하다가 가끔 내가 아닌 또 다른 인격이 발현될 때가 있다. 특히 나와 대립을 이루는 이들과의 관계속에서 말이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는 사회적 지위와 권위를 가진 나로서의 존재와 그 누구도 신경쓰지 않는 사악한 존재의 나를 보여줌으로써 인간이 사회의 일원이 되면서 가면속에 사악함을 숨기며 살아가는 모습을 그려냈다. 한편 음침하고 거침없는 하이드의 악한 모습은 철저하게 감춘 내 안의 화가 밖으로 분출되면서 악의로 가득찬 모습을 보여주는데 어쩌면 전염병으로 멈춘 세상에 속한 우리들의 이중적 내면을 대변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