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이해해야 할 테크놀로지

테크놀로지, 창조와 욕망의 역사
토머스 휴즈 지음, 김정미 옮김 / 플래닛미디어 / 2008년 1월

테크놀로지. 이 말은 언뜻 생각하면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말처럼 느껴지지만 정작 그 의미를 설명하기는 어려운 모호한 개념이다. 사실 단 한 번도 그 의미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고, 별다른 의미 해석도 없이 단어 그 자체로 받아들이고 남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컴퓨터, TV, 반도체, 나노 기술 등의 기계적 이미지들만 떠오를 뿐, 미술이나 음악 같은 친숙한 분야와는 연관성이 없어 보이기는 테크놀로지. <테크놀로지, 창조와 욕망의 역사>(플래닛미디어. 2008)는 이런 편견에 반기를 드는 책이다.

저자 토머스 휴즈에 의하면 나는 테크놀로지 문맹이었다. 지극히 단편적인 범위 안에서 테크놀로지를 받아들이고, 그것이 사회와 나 자신에게 미칠 영향력에 대해서는 별 관심도, 이해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저 테크놀로지의 발전과 함께 떨어진 편리함을 누리며 희희낙락하고 있었을 뿐.

테크놀로지는 분명히 인간에게 혜택을 주었다. 하지만 이제 인간을 위협하는 단계에 와 있다. 테크놀로지를 통해 인간이 만든 세계는 퇴락하고 있고, 걷잡을 수 없이 파괴된 자연은 위험에 빠져있다. 인간의 삶과 직결되는 문제들에 대응하려면 무엇보다 테크놀로지를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되고, 이 책은 그러한 이해를 돕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저자는 탄탄한 구성으로 독자를 찾는다. 먼저 지금껏 인류의 역사 속에서 테크놀로지가 어떻게 활용됐는지를 시대적 배경과 함께 짚어 내려간다. 이어, 기계로서의 테크놀로지뿐 아니라 시스템, 통제, 정보의 원천으로서의 테크놀로지를 이야기한다. 다음은 테크놀로지에서 빌려온 개념들을 미학적으로 사용한 20세기 건축가와 예술가들을 관찰하며 테크놀로지가 지닌 다면적인 특징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테크놀로지가 생태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이야기하며, 대중이 테크놀로지를 이해해야 하는 이유를 호소한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은 지금도 테크놀로지에 대해 완벽하게 이해했다고 말할 순 없다. 하지만 다양한 사상가들이 제시한 테크놀로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접하며 그것의 범위를 조금은 넓고 깊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또한, 굳이 엔지니어가 아니더라도 테크놀로지를 이해해야 하는 이유만큼은 확실히 알았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테크놀로지를 활용해 인간이 창조한 세상이다. 대중이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고 혜택에 취해 있는 동안, 테크놀로지는 더욱 복잡해지고 정교해졌다. 테크놀로지의 특성을 이해하려는 노력 없이는 그것이 우리에게 미칠 영향을 선택할 수도 통제할 수도 없다. 지금 우리는 테크놀로지를 괴물로 만드느냐, 그것의 다면적인 특징을 이해해 생태와의 조화를 이루게 하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 가만히 앉아 당하기 전에 정신 차리고 테크놀로지를 똑바로 바라보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