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미학, 성공하려면 티내라 - 성공의 절반은 헤어스타일이다
이지수 지음 / 지&선(지앤선) / 2007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린 시절, 다정한 눈빛으로 내 머리를 쓰다듬던 엄마의 손길,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는 사랑하는 이의 손길, 아름다운 변신을 위해 손님의 머리카락을 분주히 다듬는 미용사의 손길. 이처럼 누군가의 손길이 머리카락을 타고 올 때, 나는 기분 좋은 나른함에 스르르 눈이 감겼다.

새로운 해가 시작될 때, 바람에서 봄이 느껴질 때, 새로운 사랑을 시작할 때, 나는 머리를 자르고, 색을 바꾸고, 파마를 했다. 머리를 묶으면 왠지 모르게 움직임 하나까지 단정해졌고, 좀 더 자유롭고 싶을 땐 머리부터 가볍게 풀어놓았다.

때로는 종이컵 전화기의 실처럼, 사람 사이의 감정을 실어 나르는 예민한 끈이 되고, 가끔은 수백 마디 말보다 더 강렬하게 감정을 드러내는 도구가 되는 머리카락. 그렇기에 머리카락을 통해 사람을 이해하려는 시도를 대번에 터무니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성공美학>(지앤선. 2007)은 머리카락을 경영과 접목시켜 ‘헤어경영’이라는 신개념을 전달하는 자기계발서다. 저자 이지수 씨는 ‘헤어경영’ 강사임과 동시에 한 달에 한 번 고객을 직접 만나는 현직 헤어디자이너다.

머리 모양과 한 사람의 이미지가 서로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그녀는 현장에서 체험했고, 머리 모양의 변화를 통해 개인의 성공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일에 집중했다. 이미지 관리는 곧 자기 경영이다. 따라서 개인의 이미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머리 모양 역시 경영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본 것. 여기서 나온 것이 ‘헤어경영’이다.

시도는 좋았다. 일단 개념이 신선했고, ‘성공美학’이라는 제목 역시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히 드러냈다. 그런데 문제는 개념을 풀어내는 방식에 있었다. 독자를 설득시키기에 그녀의 글은 두서가 없고, 문장은 뚝뚝 끊어진다. 여기저기서 끌어다 쓴 예시들은 식상하며, 체계적인 구성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쓸데없는 영어 표현들이 난무하고, 출처도 정확히 밝히지 않은 발췌문들이 272쪽을 읽는 내내 사방에서 튀어나온다.

새로운 개념을 도입하고 자기 나름의 주장을 펼칠 때는 그 주장을 뒷받침할 탄탄한 논리와 적절한 예시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장의 핵심을 명확히 밝히고, 자신이 수집한 정보들을 체계적으로 배치하는 편집, 구성 능력이 필수적이다. 더구나 美를 논하는 책이 아닌가. 시작은 아름다웠으나 그 끝은 난삽했다.

‘헤어경영’으로 시작한 이야기는 뒤로 갈수록 초점이 흐려진다. ‘헤어경영’에서 ‘헤어’는 빠지고 어설픈 ‘경영’ 이야기만 지루하게 이어진다. 책의 마무리에 ‘성공면접을 부르는 헤어 코디 황금률 7’을 집어넣었지만, 이 역시도 기존의 여성 잡지에서 자주 접했던 내용이라 저자만의 전문성이 떨어진다.

저자만을 탓할 문제는 아니다. 윤문(潤文)을 한 번이라도 거쳤는지 담당 출판인에게 묻고 싶다. 주술 호응도 안 되고, 최소한의 접속사도 없고, 우리말도 영어도 아닌 표현들이 난무하는 이런 책을 내놓고 독자들의 주머니에서 12,000원을 빼가는 것은 너무 무책임하지 않나.

내 어머니는 30년간 미용사로 사셨다. ‘헤어경영’이라는 이름만 붙이지 않았을 뿐, 많은 미용사의 마음속에는 이미 ‘헤어경영’의 이론이 담겨 있고, 손님의 머리카락 앞에서 신중하다. 그 마음을 하나의 개념으로 만들어 많은 이들에게 소개하는 저자의 시도와 분주한 활동에 일단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다음번에는 한 번쯤 들어본 듯한 이야기가 아닌 저자만의 생생한 경험과, 그 경험을 바탕으로 한 탄탄한 논리를 들고 독자들을 찾아오기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