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코 - 시공 로고스 총서 5 시공 로고스 총서 5
J. G. 메르키오르 지음, 이종인 옮김 / 시공사 / 1998년 8월
평점 :
절판


세상에는 참 많은 입문서들이 있다.

우리는 흔히 원전은 읽지 않은 체, 입문서들만 읽고, 그 저자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일쑤이다.

예를 들면, 경제학자들 중의 10% 이내의 사람들 만이 애덤스미스의 '국부론'과 하이에크의 '노예의 길'을 읽었다.

정치학자들이 그리도 떠들면서 '자유론'을 읽지 않고, '자본'을 읽지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한 태도에 대해서 스트라우스같은 정치철학자는 '공상에 빠져있는 짓거리'라며 맹비난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모든 원전을 읽는 다는 것은, 언제나 가능한 일이 아니다. 때때로는 필요에 따라서 입문서와 접촉할 수밖에 없다.

특히나, 그쪽 방면에 대한 이해가 전무할 때 입문서는 나름대로의 길잡이 역할을 해준다.

시공사의 로고스 총서들은 입문서로서 나름대로 기능하기도 해왔다. 그 중에 헤겔이나 아이슈타인에 대한 입문서들은 정말 호기심을 자극하는 입문서이기도 하다.

하지만 푸코에 대한 입문서로 메르키오르의 저작을 택하는 것은 아무리봐도 시공사의 '삑사리'로 밖에 생각이 안된다.

메르키오르는 푸코를 칸트식 구성철학의 잣대로 재단하기 시작한다. 따라서 푸코는 인식론적 학습이 덜 된 '구조주의자'에 불과하며, 그가 아무리 구조주의를 벗어나려는 노력을 하려할 지라도, 그가 보기에 푸코는 '구조주의자'일 따름이다.

물론 어떠한 비평도 그 나름의 주장을 펼칠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나름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이다. 문제는 메르키오르가 푸코를 비판하는 근거인 '역사적 연구의 빈약' 만큼이나 메르키오르의 비판역시 별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메르키오르는 '푸코는 x를 주장하면서 역사적 근거 y를 들고 있다. 하지만 y에 대해서 역사학자 a는 좆까라 했다. 따라서 푸코는 역사적 근거에 있어서 박약하며 그는 구조주의자이다.' 뭐 이런식이다.

메르키오르의 구조적(!) 멍청함은, 후기 구조주의와 구조주의의 차이, 포스트모더니즘의 차이에 대해서 아무런 이해가 없다는 것이다. 단지 구조주의는 惡, 후기 구조주의는 善 정도의 유아적 인식에 그치고 있는 것에서 그의 위험한 발상은 더더욱 끔찍할 수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메르키오르는 푸코를 '강단 허무주의자'라 명명한다. 하지만 푸코의 감옥 인권 운동등의 사회적 활동등이나, 끊임없이 매스미디어와 학계를 종횡무진하면서 전개했던 그의 '실천적 모습' 따위는 염두하지 않고 그냥 허수아비를 끊임없이 버려대고 있다.

이는 마치 한국에서 후기구조주의의 모든 사상에 대해서 '포스트모더니즘' 딱지를 붙이면서 매도하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

근본적인 그의 논점에 대한 심층적 이해와 그에 따르는 비판따위는 볼 수없는 것이다.

따라서 푸코의 저작의 이름이 뭔지를 알고 싶은 사람이야 일독을 말리지야 않겠지만, 푸코에 대해서 심층적인 이해를 하고 싶은 사람은 정말 뜯어말리고 싶은 심정의 책이다.

푸코에 대한 개론서를 보려한다면, 이런 책보다

이정우 교수가 번역한 마크 포스터의 "푸코, 마르크시즘, 역사", 인간사랑을 읽거나,

푸코 자신의 저작인 "담론의 질서"가 훨씬 더 나을 듯 싶다.

조금 깊게 보자면, 들뢰즈의 저작 "푸코" 라던가(번역판으로는 2가지가 있는 데 아무래도 새길에서 나온 것이 더 충실한 번역으로 보인다.), 알랭 르노와 뤽 페리의 "68사상과 현대 프랑스 철학"이 더 낫을 듯 싶다..

그리고 이정우 선생의 저작들이 참 많은 도움이 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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