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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물론 - 인터뷰와 지도제작
릭 돌피언.이리스 반 데어 튠 지음, 박준영 옮김 / 교유서가 / 2021년 10월
평점 :
고백합니다. 전 [신유물론 : 인터뷰와 지도제작]이라는 제목을 보고 고고학, 역사적 유물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라고 철썩 같이 믿고 ‘신유물론에 관한 한 최초의 책‘이라는 문장에 꽂혀 바로 읽어보겠다! 선언을 했습니다. 그러나 옮긴이의 서문을 읽으며 결코 이책이 예상했던 책이 아님을 알 수 있었습니다.
우선 유물론(Materialism)을 검색해 보니 ‘물질을 제1차적ㆍ근본적인 실재로 생각하고, 마음이나 정신을 부차적ㆍ파생적인 것으로 보는 철학설‘이라는 사전적 설명이 나옵니다. 즉 물질(사람으로 치면 육체)이 있어야 정신 또는 마음도 있을 수 있다는 철학사상이며 여기에 ‘New‘가 붙은 이책[신유물론]은 새로운 유물론에 관한 네 명의 철학자(로지 브라이도티, 마누엘 데란다, 카렌 바라드, 퀑탱 메이야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다양한 신유물론을 기반으로 한 현대철학이론들을 알아가는 것으로 1부는 1장 서문을 포함해 5장까지 인터뷰 내용으로 채워져 있으며, 2부 지도제작은 각 이론들의 Cartographies(계보학)를 위한 분야별 내용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첫번째 로지 브라이도티와의 인터뷰에선 조르주 캉길렘, 미셸 푸고, 들뢰즈와 같은 유물론자들의 계보를 잇는 로지 브라이도티의 철학이 신(페미니즘적) 유물론과의 연계 된 사상에 필요한 견해들이 펼쳐지며, 성(sex)와 젠더(Gender)의 이분법을 횡단하는 개념인 섹슈얼리티를 페미니즘 아젠다 안으로 재기입하는 ‘프랑스 페미니즘‘에 대한 토론이 제일 인상 깊었습니다.
마누엘 데란다의 경우 보다 물질세계를 중심으로 하는 형태발생론 안에서 신유물론을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했다면 카렌 바라드는 ‘행위 실재론‘이라는 획기적 측면을 따라 새로운 페미니즘 이론과 양자물리학을 결합해 물질과 의미의 얽힘에 대한 ‘존재-인식론‘을 도출하여 물질의 개념을 위한 토대를 마련합니다. 인터뷰이의 질문을 통해 ‘신유물론‘이라는 용어가 마뉴엘 데란다와 로지 브라이도티에 의해 1990년대 후반에 만들어졌으며 ‘어째서 정신이 언제나 이미 물질인가를 보여주며, 어떻게 해서 질료가 필연적으로 정신에 속한 것인지, 그리고 어째서 자연과 문화가 언제나 이미 ‘자연문화‘인지를 보여준‘(65쪽)다는 정의를 내립니다. 마지막 퀑탱 메이야수 역시 데란다와 같이 존재론에 보다 관심을 가지며 신유물론의 또다른 측면(‘사변적 유물론‘)을 내세워 우발적 존재의 주체적 성질에 대한 이론을 설명합니다.
2부에 가서야 그래도 들어본 철학자, 작가들, 작품들이 등장합니다. 앞에 네 명의 인터뷰를 통해 신유물론의 태두리가 갖춰졌다면 다양한 연결들이 문화와 페미니즘과 계보를 그려나갑니다. 특히 ˝여성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는 보부아르의 [제2의 성]에서 ˝논점은 자연적 신체가 사회적 가치들을 함축하지 않는다거나 그것이 ‘전반적으로 가치하락된다‘는 것이 아니다˝라고 명확하게 언급 한 모이라 가텐스(207쪽)의 상호작용적 고리에 관한 선언이 인상 깊었습니다.
어려운 용어들과 낯선 이론들, 철학사상들과 개념들로 인해 본문을 읽고, 용어해설까지 읽고, 각주까지 읽어도 이해하기 어려운 점은 있었지만 [신유물론]이라는 현대철학의 작은 조각을 만나 본 느낌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복잡한 현대 사회의 일면을 가득 채운 페미니즘과 섹슈얼리즘의 차이를 배울 수 있었고 고전적인 철학이념에서 끊어졌던 관심이 싹을 틔우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신유물론]은 충분한 마중물 역활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정립해 가는 ‘신유물론의 전통‘을 목도할 기회가 주어진 점에 감사합니다. 철학, 문화이론, 페미니즘, 과학 연구, 예술과 문학작품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신유물론‘에 관한 첫번째 연구서! 많은 분들이 함께 읽고 함께 새로운 파도를 맞기를 기대해 봅니다.
*출판사 제공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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