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모범생 특서 청소년문학 23
손현주 지음 / 특별한서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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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창작 노트를 통해 처음으로 ‘교육 학대‘라는 단어를 접했습니다.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자행 되는 ‘학대‘라는 것은 금방 이해 되었지만 그 학대의 가해자가 학부모인 나 자신일 수도 있다는 것에 경악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여기 전교 1등을 하고 영재 코스만을 밟아온 일란성 쌍둥이 형제가 있습니다. 이들의 엄마는 결혼 십오 년만에 마흔이 넘어 낳은 아들들에 대한 온갖 기대와 정성을 유기농 식품과 잘 짜여진 학습코스 등으로 다른 엄마들의 부러움을 샀고 스펙을 위한 아프리카 우물파기 사업에 기부를 하고 친구들과의 우정보다 수학문제 하나를 더 푸는 것이 인생의 앞날을 위해 필요하다 조련을 했습니다. 마치 책속에 등장하는 잘 길들여진 가게 앞 짧은 목줄에 자유를 갈망하는 개처럼 중학교 3학년이 되었고 명문고를 입학하기 위한 시기에 사건은 발생합니다. 쌍둥이 중 형인 강휘의 극단적인 선택과 남겨진 동생 선휘가 겪는 혼란과 좌절, 그리고 여전한 엄마의 기대와 늘 해외출장의 길에 있는 아빠의 무관심이 새로 시작 된 고등학교 생활에서도 선휘를 외톨이로 만들어 버립니다. 콜라 중독과 가면 우울증, 형이 마지막으로 읽고 있던 헤르만 헤세의 책 [수레바퀴 아래서]에 줄쳐진 문장들을 읽으며 선휘는 [가짜 모범생]이 아닌 진짜 자신을 찾기 위해 방황을 선택합니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자살률이 세계최고 수준이라는 말을 들었지만 실감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반면에 청소년들이 세계 올림피아드 등 국제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뉴스는 매년 상세히 소개되고 메달을 딴 학생들에겐 대학으로의 길이 활짝 열려 있다는 생각에 부럽기까지 했습니다. 모든 학생들이 강휘나 선휘처럼 최고를 목표로 경쟁하고 달린다는 생각은 안 하더라도 대학이라는 목표를 우선 통과의례로 막연히 생각하고 있던 것 만은 사실이기에 조금의 시간 낭비조차 줄이자고 저 역시 아들을 몰아쳤던 기억이 있어 책을 읽으며 뜨끔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수학 9등급이라고 꿈을 꿀 수 없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것을 알지만 현실은 여전히 벽으로 그들의 꿈을 막고 있습니다. 뮤지컬과 작곡자를 꿈꾸는 은빈이 정신과 처방 약을 버리고 있는 선휘의 곁에 다가오던 날 어쩌면 선휘는 형의 그림자에서 벗어난 것이 아닐까, 완벽한 모범생 형을 대신해 자백을 강요받던 선휘가 자기 자신을 속이며 거짓 자백을 했을 때 진짜 범인은 틱장애가 있는 강휘 였음을 파악한 피해자 아이 덕분에 무엇이 지금 필요한 것인지 깨달은 시점이 아니었을까 생각을 하며 [가짜 모범생]을 읽었습니다.

사랑하니까, 집에 두기 불쌍하니까 개를 가게 앞에 묶어 놓는다는 주인의 말과 너희를 사랑하니까, 더 넓은 세상을 배워야 하니까 그러기 위해 지금 악역을 맡고 있다 말하는 엄마를 향해 선휘는 그건 폭력이었다고, 학대라고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갑니다.

이제야 ‘타인의 꿈을 짊어진 ‘가짜 모범생‘들에게‘라는 표현이 가진 무게를 느낍니다. 지금 방황하는 아이들에게, 아이들을 몰아부치고 있는 부모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출판사 제공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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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색 밤 실비 제르맹 소설
실비 제르맹 지음, 이창실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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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 제르맹, 독창적인 세계관과 몽환적인 프랑스 소설의 대가.

책 [호박색 밤]을 선택한 이유조차 표지에 펼쳐진 화려한 밤하늘 때문이었고 당연히 책의 내용을 짐작은 커녕 실비 제르맹이라는 작가에 대한 한 톨의 지식도 없었습니다. [밤의 책]의 후속작 이라는 사실조차 추후에 알게 되었습니다.

샤를빅토르 페니엘, 모두 ‘호박색 밤 불의 바람‘이라 부르게 될 다섯 살 아이가 들려주는 끔찍했던 그날의 이야기로 책은 시작합니다.

여덟 살의 형이 끔찍한 모습으로 사냥꾼들의 손에 가로로 들려 집으로 오던 날, 그들의 어머니 폴린은 아니 자신의 첫아이 장바티스트 ‘작은북‘을 품에 안은 여인은 곧장 9월의 빗속으로 사라집니다. 길 한복판에 무릎을 끓고 주저 앉아 우는 아버지 바티스트 그녀에게 미친 놈을 바라보며 그들의 둘째 아들 호박색 밤은 혼자 남겨졌습니다. 자취를 감춘 그녀를 찾기 위해 죽음으로부터 거부당한 황금의 밤 늑대 낯짝이라 불리는 호박색 밤의 할아버지가 수색를 지휘해 마침내 사흘째 되던 날 저녁 ‘사랑 구멍‘ 숲 한복판에서 끈적끈적한 청보랏빛 아들의 시신을 배 위에 꼭 껴안고 있던 누더기가 되어버린 그녀를 찾아냈습니다. 전쟁이 끝나고 새 묘지가 개방 된 이후 첫 장례식, 아들의 관 위로 흙 대신 어머니인 그녀의 몸으로 덮으며 울부짖을 때 잿빛 나무껍질에 줄기가 셋으로 갈라진 나무 한 그루가 언덕을 걸어 내려와 이제 막 메워진 묘혈로 다가가 뿌리를 내렸고 나무는 가지마다 반짝이는 새빨간 장과가 가득 열린 천년 묵은 주목이었습니다.

어린 샤를빅토르의 유년은 끊임없이 죽어버린 형에 대한 원망과 형만을 기억하는 어머니에 대한 절망과 그런 어머니만을 위해 그녀의 어머니가 되어 버린 아버지에 대한 악의로 가득찼습니다. 죽은 자식을 잊기 위해 새로운 아이를 만들고 그 아이가 태어나 호박색 밤에 의해 길러지게 만들었습니다. 시간은 흘러 호박색 밤은 고향을 떠나 열일곱 살의 방랑자가 되어 파리로, 전쟁은 끝났다 생각했지만 여전히 파리는 전쟁 중이었습니다. 파리 시내에서 독립 시위를 하는 알제리인들에게 가해진 학살의 기억을 간직한 자스맹과의 우연한 만남, 레몬을 파는 노파, 위르뱅과 그의 친구들, 희생자가 자신에게 찾아오길 기다리는 호박색 밤 불의 바람이 된 샤를빅토르와 긴 시간의 여러 밤들을 거져 다시 고향으로 돌아옵니다.

페니엘 가의 사람들은 모두 별명으로 불립니다. [호박색 밤]을 읽는 동안 수없이 혼돈의 카오스를 겪어야 하는 이유 중에 하나입니다. 미국의 원주민 인디언들이 붙여 준 이름들처럼, 또한 지명에 있어서도 그들은 다른 호칭으로 부릅니다. 그 속에 있는 동안은 원시 밀림을 탐험하는 기분이었다가 순간 기차가 다니고 화려한 도시가 풍경에 잡히면 어리둥절 해 합니다. 전쟁으로 인한 무수한 피해와 서로 목적을 만들기 위한 살인의 현장이 고스란히 드러낸 어둠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설마 다섯 살 아이의 마음의 소리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악담이 글의 형태로 생각이라며 너울거릴 땐 시간개념이 다른 세상인가 싶기도 했습니다. 온통 안개가 낀 유럽의 거리처럼 나무들이 걸어와 무덤을 스스로 감싸고 바람은 그런 나무를 밤새 공격합니다. 쇠로 만든 새는 날아갔다 십 년도 넘어 다시 돌아옵니다. 실비 제르맹의 세상은 상상의 한계를 벗어나 극한 경계로 몰아갑니다. 그런데도 함부로 그 늪을 향해 걸어가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물렁한 땅을 밟고 서서히 가라앉아 그 바닥에 무엇이 있는지 들여다 보고싶 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무작정 파고 든 [호박색 밤]을 너머 이제 그의 첫 시리즈 책 [밤의 책]으로 거슬러 올라가려합니다. 놓치고 있던 것은 무엇이며 그 이야기의 시작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혹여, 치명적이지만 아름다운 [호박색 밤]의 세계로 시월의 마지막 밤에 찾아오실 분들에게 행운이 있으시길.

#호박색밤 #실비제르맹 #장편소설 #문학동네 #이창실_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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