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메리 앤 섀퍼.애니 배로스 지음, 신선해 옮김 / 이덴슬리벨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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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쓴 이 책의 리뷰를 읽고 언젠가 꼭 읽어보리라 결심을 했습니다. 기약 없이 책장에 잠들어 있던 이 책을 지금 읽게 된 것이 운명처럼 느껴졌는데 책에서 이런 글을 발견했습니다.

- 마지막으로 레미가 일어섰어요. 그녀가 이런 적은 처음이라 좌중이 순식간에 조용해졌지요. 레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어요.
˝만약 운명이 예정된 것이라면, 신은 악마입니다.˝
그녀의 말에는 아무도 토를 달지 못했지요. 대체 어떤 신이 라벤스부뤼크 수용소 같은 곳을 일부러 만들겠어요?
오늘 저녁 이솔라가 문학회 친구 몇 명을 불러서 같이 저녁을 먹기로 했어요. 빌리 비도 손님으로 초대됐고요. 이솔라는 낯선 사람 머리칼을 헤집는 건 좋아하지 않지만, 그래도 빌리 비의 골상을 보겠대요. 소중한 친구 시드니에 대한 호의라는군요.
-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374쪽

책 제목에 ‘건지‘는 영국과 프랑스 사이에 위치한 채널제도의 섬들 중 하나인 건지 섬Guernsey을 말합니다. 소설의 작가인 미국 버지니아주 태생의 메리 앤 섀퍼는 남극 탐험가 로버트 펠컨 스콧의 아내인 캐슬린 스콧에 대한 글을 쓰기로 작정하고 자료를 찾기 위해 영국 케임브리지까지 찾아 갔으나 그곳에서 찾아낸 자료라고는 알아보기도 힘든 연필로 쓴 단편들에 불과해 낙담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충동적으로 건지섬에 가게 됩니다. 그곳을 떠나려던 날 안개로 인해 건지 공항에 고립 된 메리 앤은 공항 내 서점으로 향하고 그곳에서 주류를 이루고 있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에 의해 점령 당했던 건지섬 이야기에 관한 책들을 보게 되었고 섬을 떠날 땐 메리 앤 섀퍼의 팔에는 책들이, 머릿속엔 온통 전쟁과 건지섬에서 일어났던 이야기들로 가득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초기 영국군은 독일 나치군의 공습에 영국보다 프랑스쪽에 더 가까운 위치의 건지 섬을 비롯한 채널제도의 섬들의 방어를 빠르게 포기하고 본국으로 철수를 했고 이로인해 영국 영토 중에서 유일하게 독일군의 점령지가 되었으며 섬 주민들이 5년이라는 세월 동안 고립 되고 힘든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을 영국 정부는 알았지만 보급품을 보내면 결국 독일군을 돕는 일이라는 생각에 방치되다싶이 했습니다. 소설은 전쟁이 끝난 1946년 1월 8일, 줄리엣이 자신의 책을 출간해 준 스티븐스&스타크 출판사의 발행인 시드니 스타크에게 쓴 편지로 시작 됩니다. 그리고 본격적인 이야기 역시 줄리엣에게 건지섬 세인트마틴스 교구에서 농장을 운영한다는 도시 애덤스가 쓴 편지로 시작 됩니다.

줄리엣의 이름과 주소가 적혀 있는 찰스 램의 [엘리아 수필 선집]을 우연히 읽게 된 도시가 찰스 램의 다른 책들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을 묻는 편지에 그가 왜 그토록 찰스 램의 작품에 빠지게 되었는지 이야기 하다보니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이 독일군에게 비밀로 해야 했던 돼지구이 때문에 탄생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꺼내게 되고 줄리엣과 도시,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회원들 간의 편지가 오고 가면서 전쟁으로 인해 두절 되었던 건지 섬에서의 이야기들이 안개 같은 베일을 벗고 서서히 드러납니다.

이 책을 읽게 된 게 운명처럼 느껴진 이유는 얼마 전 읽은 [숨그네] 때문이기도 하고, 일년 전 발생한 전쟁으로 인해 전에는 나와 관련 없는 것처럼 느껴졌던 여러가지 상황들이 결코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참혹한 전쟁 뉴스가 매일매일 올라오고 전쟁의 여파로 식량과 에너지 등에서 이 먼곳까지 타격이 오니 실감하게 되었고 팬데믹이 드디어 앤데믹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좋아했는데 고통받는 사람들, 난민들 소식에 마음 한자락은 늘 그림자가 지고 전쟁에 직접 참여하는 군인들도 그렇지만 약하고 힘없는 이들이 겪을 시련이 참 안타깝게 느껴져 건지섬에서의 이야기들이 더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의 주역인 엘리자베스가 겪은 운명의 시련을 지금도 누군가는 겪고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또한 이처럼 매력적인 소설을 쓴 저자 메리 앤 섀퍼가 건강이 악화되어 조카에게 도움을 요청할 정도로 힘든 시기를 보내다가 책이 세상에 나오는 것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는 점 역시도 매우 안타깝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많은 사람들이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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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 2023-02-20 0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공감합니다
이 책 많은 분들이 읽고 감동 받으셨으면 합니다. 정말 멋진 책이잖아요^^ 저도 별 5개예요~~

현준아사랑해 2023-02-20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또 이책에 나왔던 책들 골라보는 재미도 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