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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타인을 번역한다는 것
줌파 라히리 지음, 이승민 옮김 / 마음산책 / 2023년 11월
평점 :
지금까지 저에게 번역이란 하나의 언어로 쓰인 책을 다른 언어로 쓴다는 정도의 개념이었다면 줌파 라히리의 [나와 타인을 번역한다는 것]을 읽고 난 이후엔 ‘번역‘은 또다른 ‘창작‘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영국 런던에서 태어난 줌파 라히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이중언어의 세계를 살았습니다. 벵골 출신 이민자 부모님의 영향으로 집에서 벵골어를 사용했기에 다섯 살 유치원에서 ‘어머니의 날‘ 카드를 만들 때부터 이미 ‘번역의 딜레마‘에 빠졌다던 기억을 꺼내놓는 서문을 읽으며 우리 땅에 살면서 우리말을 쓰고, 우리글을 쓰는 게 당연하다 여겼던 생각 자체가 편협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특히 다문화 가정이 늘고 있는 시대에 아이들이 느끼는 혼란과 함께 언어적인 소외감, 기본 학습에 대한 어려움을 외면하고 있었다는 걸 말입니다.
그러나 [나와 타인을 번역한다는 것]이 주는 놀라움은 영어로 쓴 첫소설집 [축복받은 집]으로 오헨리 문학상과 헤밍웨이상, 퓰리처상을 수상한 바 있는 작가 줌파 라히리가 로마에 거주하게 되면서 영어가 아닌 이탈리아어로 말을 하고 소설과 에세이 등을 쓰면서 각자의 언어만이 가진 고유한 세계에 대해 통찰을 하게 되면서, 자신이 쓴 이탈리아어 소설을 영어로 번역을 하는 과정에서 단순히 하나의 언어로 쓰인 원작을 다른 언어로만 바꿔 쓴 하위 버전의 작품 또는 언어만 다른 같은 작품이라는 평가가 잘못 되었음을 설명합니다. 번역 된 책이 원서의 범위를 뛰어 넘는 것은 어렵다고 해도 번역 된 책 자체도 번역가의 이해도에 따라 새로운 창작물로 탄생한다는 것입니다.
언어에 대한 관심이 많아 지고 있어 줌파 라히리는 이중언어의 생활이 어려웠다고 말하지만 언어적인, 번역이라는 과정이 일상이었던 그 삶이 부럽습니다. 서로 다른 언어로 말을 하고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은 세상을 여는 열쇠를 여러개 가진 탐나는 재능입니다. 새해가 되면 늘 ‘영어공부‘를 계획 목록에 올리고는 하는 데 이번 기회에 진짜 도전을 해보고 싶습니다. 책에 실린 다양한 고전 작품들의 이해도를 높이는 예시문들을 보면서 너무너무 부러웠습니다.
‘내 글의 영어 번역자가 됨으로써 나는 오히려 이탈리아어 내부에 더 깊이 들어와 머물게 되었다.‘(123쪽)
[나와 타인을 번역한다는 것]은 글로 설명하기엔 묘합니다. 꼭 읽어보시고 좋은 계기가 되어 2024년엔 새로운 언어에 도전하는 ‘번역자‘가 되길 추천하고 꿈꿔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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