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선으로 찾아낸 사람이 장종욱이라는 생소한 이름의 사진작가였다. ‘검은 땅의 사람들‘이라는 표제의 얄팍한 탄광 사진집을 낸 것이 그의 경력의 전부였다. 부장은 다시 한번 퇴짜를 놓았다. 아무리 휴먼 스토리라고는 하지만 너무 무명이라 곤란하다는 것이었다. - P21
그것은 검은 프라이팬 위에서 몸뚱어리를 웅크리고 있었다. 짐승이라고도 새라고도 부를 수 없는, 끈끈한 노른자위 속에서 막 형체를 갖추기 시작한 살덩어리였다. - P9
나는 눈물 콧물 범벅이 된 얼굴을 소매로 닦고 창문을 내렸다. 그날은 6월 첫째 주였고 따뜻한 바람이 살랑살랑 불었다. 밤하늘엔 엄마가 가장 좋아하는 눈썹달이 반짝였다. 엄마가 그 말을 할 때마다 나는 달 모양은 세 종류밖에 없는데 엄마가 자기 마음대로 지어내서 좋아한다고 놀렸다. - P148
어떻게? 어떻게, 어떻게, 어떻게? 어떻게 아주 건강했던 여자가 그냥 배가 아파 찾아간 병원에서 암 진단을 받고 돌아올 수 있는 거지? - P75
"주름 좀 있으면 어때. 내가 지금까지 살아왔다는 걸 상기시켜 주는 건데." - P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