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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의 무게 - 사랑은 은유로 시작된다
최인호 지음 / 마인드큐브 / 2022년 3월
평점 :
현대문학도 좋아하고 요즘은 장르문학에도 관심이 많지만 여전히 고전문학에 대한 갈증이 있다보니 [문장의 무게]에 실려 있는 고전문학 작품들 속 문장에 대한 궁금증이 저를 불러들였습니다. ‘사랑은 은유로 시작된다‘라는데 고전은 무엇으로 시작될까 하는 의문을 한껏 품고 읽기 시작한 [문장의 무게]는 프란츠 카프카, 밀란 쿤데라, 톨스토이, 이탈로 칼비노 등등의 대표작과 그책에 실려 있는 문장 하나에 대한 저자 최인호의 깊은 사유와 등장인물과의 대화가 마치 유혹하듯 저를 선택하지 않았던 길로 인도했습니다.
우선 스물일곱 명의 작가와 대표작품 중 읽었다고 자부할 수 있는 책이 몇 권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좌절하고, 그나마 읽었다고 생각한 책에서 가려 뽑은 문장이 너무 낯설어 또 한번 좌절했습니다. 그리고 알았습니다. 고전소설들과 유명한 책들을 읽었다고 생각했으나 결국 남들이 말하는 책을 그저 읽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문장의 무게를 짊어진 ‘문장‘들은 지금까지 그책 하면 떠오르는 그문장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충분히 문장을 담고 있는 책의 무게를 지탱하고 이야기를 이끌고 다음을 위해 숨은 이야기를 품고 있습니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는 사회초년생일 때-이십 년도 전에 읽은 소설입니다. 주인공이 어눌한 말투에 느긋한 사람이었다는 것과 아무 근심걱정도 없이 춤추며 오늘을 살았다는 대략적인 내용만이 기억에 남아 있는데 그런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오히려
- 책과 말의 뼈는 이성이다. 그 뼈는 화살보다 날카롭고 빠르다. 나의 일탈을 향해 날아오는 화살이다. 누구도 이 화살을 피할 수는 없다. 하지만, 화살에 맞지 않는 방법은 있다. 책과 말을 버리는 것이다. 동물처럼 몸으로 말을 하는 것이다. 조르바처럼 춤을 추면 된다. 춤의 언어를 가지면 된다. (103쪽)
이성이 있어 동물과는 구분 된다고 자부하던 우리가 사실은 이성에 지배당하는 존재였다는 것, 진정한 자유를 위해서는 이성-책과 말-을 버리고 조르바처럼 춤의 언어를 가져야 한다고 말하는 저자의 문장에 책을 읽는 새로운 방법을 배웠습니다.
카뮈의 [작가수첩 2]에서 뽑은 문장 ‘우리는 우리가 스무 살에 자기 가슴에 쏜 총알에 맞아 마흔 살에 죽을 것이다‘의 총알이 [페스트]였다는 것을 상상조차 못했고, 총알의 파괴가 한창 진행 된 마흔 살 언저리쯤이 되어서야 자신이 쏜 총알(243쪽)을 발견하지만 아마도 그땐 늦었다는 사실과 이중 삼중의 의미를 내포한 문장들을 읽었으나 읽지못하고 지나갔음을 깨닫는 순간 고전의 숨은 힘을, 문장의 무게를 비로소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문장의 무게] 페이지마다 표시 해 놓은 것과 같이 고전이지만 잘 몰랐던 새로운 책들과 더 새로운 작가들을 알게 되는 또하나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이번기회를 필연으로 만들기 위해 하나하나 찾아 읽어볼 계획을 세우다보니 책은 끝이 보이고 문장들은 소중하게 남습니다. 비틀어 읽고 거꾸로 읽고 다르게 읽고 생각하며 읽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인생책 한 권쯤 찾고 싶다면 [문장의 무게]에서 펼쳐 놓은 책들과 문장에서 시작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숲이 있고 길은 여러갈래 입니다. 오늘 만난 새로운 길이 또 어떤 인연의 책들과의 만남을 주선할지 기대가 됩니다. 추천 합니다.
*출판사 제공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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