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집을 읽다보면 책 속에 등장하는 책에 관심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얼마전에 읽은 이다혜 기자의 『책읽기 좋은날』인데, 그녀의 표현처럼 워낙 쫀득하게 읽혀서 포스트잇이 여러개 붙여져 있어요.

노란색은 이미 읽은 책이고, 핫핑크색은 읽고 싶은 책인데 책을 읽으면서 세상에는 책이 참 많다는 걸 또한번 느끼게 되었어요.

이 책에 등장하는 책 가운데 제가 읽은 책은 겨우 4권(노란색) 밖에 안 되더라구요.

그리고 읽고 싶은 책들은 너무 많아서 장바구니에 정신없이 담아뒀는데,

이 책에 소개된 책 중 제가 찜해 둔 책을 이다혜 기자의 글과 함께 소개합니다.

 

 

 

 

 

 

노벨라 카펜터 『내 농장은 28번가에 있다』

노벨라 카펜터의 농장은 도심 한가운데 있는데, 그녀의 농장은 남들처럼 텃밭을 가꾸는 정도가 아닙니다.

그녀는 도심에 가축을 기릅니다. 그리고 자신이 키운 가축을 도축하고 다듬어서 먹기까지 하죠.

도심에서 가축을 기른다는 것도 이해되지 않는데, 자신이 기른 가축을 도축까지 한다, 정말 믿기지 않지만

또다른 차원에서는 멋진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말에 관심이 생겼어요.

 

"고기는 모든 처리가 끝나, 마치 애초에 생명이 깃든 적 없는 고깃덩어리였던 듯

깔끔하게 포장되어 진열되는 물건이라는 생각은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육식을 즐길 수 있게끔 도와준다." (p.32)

 

이렇게 된다면 저와 같은 육식주의자들의 육식을 조금 줄일 수 있지 않을까요?

 

 

 

 

 

 

 

김중혁 『좀비들』

이 책은 읽으려고 샀다가 지인에게 선물하는 바람에 못 읽었던 책인데,

김중혁 작가의 입담에 푹 빠져 있는 요즘 제일 먼저 만나봐야 할 것 같아요.

 

"『좀비들』은 바이러스처럼 번져가는 좀비들이 세상에 쏟아져 나와 공포를 조성하는 공포물이 아니다.

인류의 미래를 위협할 좀비와의 사투는 없다. 대신 그들이 마주하는 대상은 과거의 편린이다.

좀비라는 존재 자체가 죽은 자들의 불완전하기 짝이 없는 '귀환'이니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p.46)"

 

 

 

 

 

 

 

덕 파인 『굿바이, 스바루』

처음에는 『내 농장은 28번가에 있다』와 비슷한 느낌의 책일까 했는데 다른 이야기더라구요.

뉴욕에 살던 덕 파인이 자연친화적인 노후를 위해 뉴멕시코로 가 자신의 농장을 가꾸며 고군분투하는 이야기입니다.

 

"덕 파인은 12년간 탄 자동차 스바루를, 폐식용유를 연료로 쓰는 포드로 바꾸고,

아이스크림을 먹겠다는 일념으로 염소를 키우고,

코요테로부터 염소를 지키기 위해 총을 들고 우리에서 잠을 잔다.

장보기 목록에 '오렌지주스, 고추냉이, 전기구이 통닭, 아이스크림' 대신

'건초, 엽총 탄창, 살아 있는 병아리들, 아이스크림'을 적는 삶을 선택한 것이다.

패스트푸드점이나 중국음식점에서 사용한 폐식용유를 연료로 쓰기 휘애 자동차를 사 개조한 뒤

운행을 시작하니 자동차 배기가스에서 깐풍기 냄새가 나는 대목은 이 책의 백미. (p.71)"

 

 

 

 

 

 

 

한병철 『피로사회』

이동진이 진행하는 빨간책방에서도 소개된 적이 있어서 관심이 생겼던 책인데,

이 책에서 또 만나게 되어 바로 장바구니로 쑹~

 

"『피로사회』를 읽을 때 가능한 단어들의 뜻을 저자가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는 점이다.

예컨대 이 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분노와 짜증이라는 단어를 예민하게 구별해야 하고,

저자가 쓰는 방식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분노는 어떤 상황을 중단시키고 새로운 상황이 시작되도록 만들 수 있는 능력이다.

하지만 오늘날은 분노 대신 어떤 심대한 변화도 일으키지 못하는 짜증과 신경질만이 점점 더 확산 되어간다.

짜증과 분노의 관계는 공포와 불안의 관계와 유사하다.

'피로'라는 단어는 그 자체로 우리가 처한 난관을 상징하지만 궁극의 탈출구를 뜻하게 된다. (p.89)"

 

 

 

 

 

 

 

리사 샌더스 『위대한, 그러나 위험한 진단』

얼마전까지만 해도 푹 빠져 살았던 드라마 《골든타임》.

드라마에서는 외상의학과 이야기가 펼쳐졌는데, 이 책에서는 진단의학과 이야기가 나옵니다.

미드 《하우스》의 모태가 된 의학 칼럼 「진단」을 쓴 예일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리사 샌더스의 글을 모은 책인데,

이 책에서는 각종 특이한 진단 사례를 읽을 수 있다고 해요.

 

"드라마 《하우스》만큼이나 특이한 사례와 독특한 추리과정, 뜻밖의 해답이 이어지는데

의학적 지식이 없는 독자도 쉽게 따라갈 수 있다.

다만 잘못된 진단 때문에 고생해본 사람이라면

끝없이 이어지는 시행착오의 과정 자체가 악몽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p.122)"

 

 

 

 

 

 

 

 

앨런 베넷 『일반적이지 않은 독자』

일반적인 질문을 했는데 일반적인 대답을 주지 않는 사람들과 대화를 할 때 당혹스러울 때가 종종 있죠.

하물며 일반적이 않은 독자는 작가나 기획자에게 얼마나 당혹스러울까요?

 

"진심과 관계없는 언어를 능숙하게 구사할수록 사회적으로 깨인 인간이 되는 사회에서,

『일반적이지 않은 독자』 속 영국 여왕은 진심과 관계없는 대화의 일인자였다.

원래는 그랬다. 어쩌다 독서라는 취미를 갖게 되면서 취향과 기호의 신세계에 눈을 뜬 그녀는

사람들에게 해서는 안 되는 질문("요즘 어떤 책을 읽나요?")을 던지기 시작한다. (p.172)

 

 

 

 

 

 

 

 

필립 로스 『에브리맨』

이 책 또한 이동진의 빨간책방에서 소개된 적이 있던 책이라 더욱 관심이 갔던 책입니다.

게다가 2013년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필립 로스의 작품이기도 하구요.

 

"필립 로스의 『에브리맨』을 읽으면 그 '기댈 곳 없음'의 적막함을 느끼게 된다.

별나거나 일그러진 사람이 아닌, 친화력이 있고 온건하고 근면한 사람의 가장 내밀한 곳에서 비롯되는 비밀과 거짓말.

누구의 마음에나 깃든 자만심과 이기심은 물론이고 누군가의 사랑받는 아들이었던 장밋빛 볼의 과거에 이르는 그 모든 것.

누구나 제각기의 방식으로 살아가지만 결국 그 길은 하나였고 우리가 그 길 위에 지금 서 있음을 알게 해준다.

보통 사람, 즉 에브리맨을 이 책은 다루고 있다. (p.187)"

 

 

 

 

 

 

 

 

 

장 에슈노즈 『달리기』

1999년 『나는 떠난다』로 콩쿠르 상을 받은 장 에슈노즈는

체코의 육상선스 자토페크의 달리기 인생을 소설로 썼습니다.

로맹 가리와 에밀 아자르 때문인지 개인적으로 콩쿠르 상 수상작가들은 신뢰하는 편이거든요.

 

"고통을 사랑하는 이상한 달리기 선수. 그리고 이상한 세상.

그의 고국에서는 고위층이 회의를 했다.

에밀은 현실 사회주의의 현상이므로 그를 곁에 두고 아껴야 하며

너무 국외로 보내지 않는 게 좋겠다는 결정이었다.

그래서 에밀은 국제대회에 나갈 수 없게 되곤 했다.

프라하의 봄 직전의 프라하와 그 이후의 프라하.

그는 늙어가고 더 이상 이길 수 없게 된다.

장 에슈노즈는 영광도 몰락도 같은 톤으로 덤덤하게 그려낸다.

그렇게 『달리기』는 한 스포츠 영웅을 중심으로 한 거대한 희비극이 된다. (p.234)"

 

 

 

 

 

 

 

폴 콜린스 『밴버드의 어리석음』

유머러스하고 기상천외한, 독특한 논픽션인 이 책은 잊힌 자들, 패배자들에게 주목한 책입니다.

부제는 '세상을 바꾸지 않은 열세 사람 이야기'인데요,

역사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누락돼 버린 사람들, 하지만 자신은 최선을 다해 살았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책에는 프랑수아 수드르라는 보편 언어를 꿈 꾼 사람이 등장하는데,

실제로 음악을 통해 서로 대화를 주고 받는 보편 언어를 개발했습니다.

바이올린으로 질문을 던지면 다른 사람이 피아노로 응답하고,

프랑스어, 라틴어, 그리스어로도 음악적 대화가 가능했습니다.

소문이 퍼지자 빅토르 위고까지 나서서 공개서한을 발표하고 도와주려 했지만 결론은 이렇습니다.

 

"그는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죽었고, 마지막까지 그의 언어 솔레솔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몇 십 년 전 프랑스의 양로원에서 사망했다. (p.240)

 

 


 

 

E.M. 포스터 『전망 좋은 방』

물론 설명이 필요없는 소설입니다. 예전에 읽다가 완독하지 못해서 덮어버린 책인데,

이번 기회에 다시 읽어볼까 생각 중입니다.

워낙 영문학 쪽으로는 저랑 안 맞는 것 같아서 한때는 피하기도 했었는데,

그게 더 그런 마음을 키웠던 것 같기도 하구요.

 

"영화 《전망 좋은 방》을 이미 보았다 해도 막상 책을 읽으면 황당할 정도로 새롭고 재미있다.

한밤중에 바느질하듯 단어마다 더듬으며 읽어도 책장은 오리엔트 특급의 속도로 넘어간다.

그 어떤 즐길 만한 전망도 없는 열대야의 벗으로 삼으시라. (p.275)"

 

 


 

 

카타리나 마세티 『옆 무덤의 남자』

로맨스는 거의 읽지 않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심이 생긴 소설입니다.

제목부터 뭔가 매력적인 냄새가 솔솔 나는 것 같구요.

 

"첫인상만으로는 혹은 그가 가진 조건만으로는 절대 'No, No, No'인 남자를

여주인공도 독자도 사랑하고 응원하게 된다.

파격적인 남자 주인공에 걸맞은 파격적인 엔딩이 인상적인데, 결국 몇 년 뒤 속편이 쓰였다.

모르긴 해도 안 쓰고 버텼다가는 스웨덴 국민들이 미저리로 변해 작가를 습격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p.325)"

 

 


 

 

다우어 드라이스마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공장』

이 책은 부제 그대로 '기억과 시간 그리고 나이'를 다루고 있습니다.

제가 요즘 기억, 시간, 나이... 이런 것들에 참 관심이 많은 나이거든요.

 

"특히 나이듦과 기억에 대한 문제를 많이 다루고 있는데,

기억력이 정서에 미치는 영향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부모님이 치매의 전조라고 걱정하는 기억력 감퇴는

실제 기억의 상태로 판별할 수 없다고 한다.

200쪽이 채 안 되지만 다 읽고 나면 생각이 많아지면서 다시 첫 장을 펴게 된다.

절대 기억이 안 나서가 아니다! (p.343)"

 

 


 

 

아베 야로 『심야식당』

제가 워낙 만화책을 못 읽어서, 읽는 속도가 엄청 느려요.

게다가 완결되지 않은 만화책을 손꼽아 기다리며 보는 것도 제 성격상 맞지 않구요.

그래서 늘 본다, 본다 해놓구선 아직도 안 보고 있는 만화책이긴 한데

요즘들어 부쩍 읽어볼까? 하는 마음이 생긴 책이기도 합니다.

 

"『심야식당』을 보면서 지금은 망해버린 수많은 옛 단골집들이 떠올랐다.

대학 때 아지트였던, 좋은 음악을 틀던 그 술집들.

헤비메탈만 틀던 집도 있었고, 1960년대 록만 틀던 집도 있었다.

레코드 가게들은 어땠나. 저작권 개념이 희박하던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초,

동네 단골 레코드집 아저씨는 새로 나온 음반 중 베스트만 골라 녹음한 테이프를 2500원에 팔았다.

그때 받아들인 음악의 지도가 지금까지의 내 취향을 좌우한다. (p.384)"

 

 

─

 

아! 찜해 놓은 책들이 너무 많아서 고민입니다.

이 책들을 언제 다 읽을까요? 역시 세상은 넓고 읽은 책들은 많아요!^^

여러분들도 마음에 드는 책으로 골라서 한번 읽어보세요. 아님 같이 읽어보아요.

 

 

2012. 10. 13. by 뒷북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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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돔의 120일 ㅣ 동서문화사 월드북 201
사드 지음, 김문운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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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금 소식 듣고 얼른 구매했어요. 빠르게 재고 확보해서 보내준 알라딘에게 감사해요.^^ 아마도 소장용이 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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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2 - 아직 살아 있지 못한 자 : 도전 ㅣ 미생 2
윤태호 글.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바둑이 있다!

어떤 작품에 대한 평이 한결 같이 좋다면 과연 신뢰할 수 있을까요? 하지만 그 주인공이 윤태호 작가라면 어떨까요? 『미생』을 먼저 읽은 지인들의 평은 정말 한결 같았습니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웹툰으로 먼저 읽었지만 꼭 소장해야 할 작품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만화와 친하지 않습니다. 특히, 웹툰은 더더욱 그렇습니다. 『미생』 1권을 펼쳐 들었을 때, 저들의 평에 공감할 수 있을까 궁금했습니다. 게다가 글은 잘 읽지만 그림은 잘 읽지 못합니다. 소설책은 한 시간에 한 권을 읽어도 만화책은 절대 그렇게 못 보는 사람인지라 『미생』 역시 스타트는 상당히 더뎠습니다. 그러면서 사람들의 평을 또 한번 곱씹기 시작했습니다.

『미생』은 프로 기사를 꿈꿨지만 결국 입단하지 못해 평범한 회사원도 아니 자격기준 이하의 인턴사원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장그래'의 이야기입니다. 열한 살 때부터 바둑 밖에 몰랐던 '장그래', 학교도 검정고시를 통해 졸업했고 그 흔한 대학 졸업장도 없는 고졸 인턴사원입니다. 원래 인턴사원도 특기가 출중한 대학 재학생 혹은 졸업생을 대상으로 뽑지만 '장그래'의 경우 사장의 모험심이 발동한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장은 검정고시 출신에 대학도 안 나오고 특기까지 없는 친구가 회사의 인턴십을 통해 뭔가 성취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각종 공모전 수상에 외국어는 기본, 특기까지 출중한 다른 인턴들과 출발선 자체가 다른데 과연 '장그래'가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까요?

회사는 절대 혼자서 이끌어 갈 수 없는 곳입니다. 여러 사람의 힘이 합해져 시너지 효과를 내뿜을 때야 제대로 돌아갈 수 있는 곳입니다. 하지만 이전에 '장그래'가 하던 바둑은 이런 회사의 생리와는 차원이 전혀 다른 것이었습니다. 바둑은 자신만 생각하고, 자신만 잘하면 되는 싸움입니다. 조직 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소극적인 모습의 '장그래'가 눈앞에 그려질 정도였는데, '장그래'는 의외로 잘해 냅니다. 그의 유일한 특기지만 차마 특기란에 써낼 수 없었던 '바둑'의 기술을 회사에서 잘 활용했기 때문입니다.

흔히 인생을 바둑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가로 세로 꽉 짜여진 바둑판 위에서 인생에서 경험할 수 있는 온갖 어려움과 기쁨의 순간을 고스란히 맛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휘황찬란한 스펙을 가진 인턴사원들이라고 해도 인생의 쓴맛 단맛을 골고루 맛봤을리는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 '장그래'가 더 우세하다고 할 수 있겠죠.

현재까지 출간돼 있는 2권까지의 내용을 살짝 요약하자면, 인턴사원들의 경쟁 PT를 앞두고 제거해야 할 폭탄에서 어마어마한 폭발력을 가진 핵폭탄의 끼를 조금씩 보여주는 '장그래'의 이야기입니다. 총 8권이 완결이라고 하는데, 3권이나 그 다음 권에서는 계약직 사원 '장그래'가 정사원이 되기까지의 이야기가 펼쳐지겠죠? 미생에서 완생으로!

『미생』은 윤태호 작가가 10년을 품고 있었던 이야기를 3년동안 준비해서 지난 2012년 1월 20일 'Daum 만화속세상'을 통해 첫 선을 보인 작품입니다. 게다가 이 작품은 최장 기간 평점 1위를 고수하고 있다고 합니다. 2권까지 읽고나니 한결 같이 추천하는 이유가 와 닿습니다. 그야말로 이런 저런 말이 필요없는 작품입니다. 그냥 읽어보면 왜 한결같이 평들이 좋은지 알게 될 것입니다.

또, '장그래'의 이야기만큼 재미있는 것이 각 장마다 등장하는 조훈현 9단과 중국의 녜웨이핑 9단이 펼쳤던 제1회 응씨배 결승5번기의 기보 해설입니다. 이 부분은 중앙일보 바둑전문기자인 박치문 기자가 맡았는데, 바둑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해도 재미있습니다. 일단, 바둑이란 어떻게 두는 것인가를 살짝 알 수 있고 왜 인생을 바둑에 비유하는지도 어렴풋이 알 수 있습니다. 이 기보 해설은 오직 책을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다고 하니, 이건 책을 구매해서 읽는 독자들에게 보내는 팬서비스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원래 책을 읽다보면 마음에 드는 구절 같은게 있어서 옮겨 적어두기 마련인데, 『미생』 같은 경우에는 만화책임에도 불구하고 밑줄 쫙 긋고 싶은 구절, 아니 장면이 있었습니다. 자신을 위해서 뭔가가 하고 싶긴 하지만 가족, 대출금 등 이런 저런 걱정 때문에 결단을 못 내리고 있는 박대리에게 인생 전환을 성공한 친구가 던지는 말입니다. "뭔가 하고 싶다면 일단 너만 생각"하라는 것. 이렇게 하지 못해서 자신의 꿈 앞에서, 정말 하고 싶은 일을 두고도 주저 앉는 사람들을 자주 보곤 합니다. 물론 제가 그 중 한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더욱 와 닿았던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모두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뭔가 하고 싶은게 있다면 자신만, 자신의 꿈만 생각하라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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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1 - 아직 살아 있지 못한 자 : 착수 ㅣ 미생 1
윤태호 글.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바둑이 있다!

어떤 작품에 대한 평이 한결 같이 좋다면 과연 신뢰할 수 있을까요? 하지만 그 주인공이 윤태호 작가라면 어떨까요? 『미생』을 먼저 읽은 지인들의 평은 정말 한결 같았습니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웹툰으로 먼저 읽었지만 꼭 소장해야 할 작품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만화와 친하지 않습니다. 특히, 웹툰은 더더욱 그렇습니다. 『미생』 1권을 펼쳐 들었을 때, 저들의 평에 공감할 수 있을까 궁금했습니다. 게다가 글은 잘 읽지만 그림은 잘 읽지 못합니다. 소설책은 한 시간에 한 권을 읽어도 만화책은 절대 그렇게 못 보는 사람인지라 『미생』 역시 스타트는 상당히 더뎠습니다. 그러면서 사람들의 평을 또 한번 곱씹기 시작했습니다.

『미생』은 프로 기사를 꿈꿨지만 결국 입단하지 못해 평범한 회사원도 아니 자격기준 이하의 인턴사원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장그래'의 이야기입니다. 열한 살 때부터 바둑 밖에 몰랐던 '장그래', 학교도 검정고시를 통해 졸업했고 그 흔한 대학 졸업장도 없는 고졸 인턴사원입니다. 원래 인턴사원도 특기가 출중한 대학 재학생 혹은 졸업생을 대상으로 뽑지만 '장그래'의 경우 사장의 모험심이 발동한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장은 검정고시 출신에 대학도 안 나오고 특기까지 없는 친구가 회사의 인턴십을 통해 뭔가 성취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각종 공모전 수상에 외국어는 기본, 특기까지 출중한 다른 인턴들과 출발선 자체가 다른데 과연 '장그래'가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까요?

회사는 절대 혼자서 이끌어 갈 수 없는 곳입니다. 여러 사람의 힘이 합해져 시너지 효과를 내뿜을 때야 제대로 돌아갈 수 있는 곳입니다. 하지만 이전에 '장그래'가 하던 바둑은 이런 회사의 생리와는 차원이 전혀 다른 것이었습니다. 바둑은 자신만 생각하고, 자신만 잘하면 되는 싸움입니다. 조직 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소극적인 모습의 '장그래'가 눈앞에 그려질 정도였는데, '장그래'는 의외로 잘해 냅니다. 그의 유일한 특기지만 차마 특기란에 써낼 수 없었던 '바둑'의 기술을 회사에서 잘 활용했기 때문입니다.

흔히 인생을 바둑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가로 세로 꽉 짜여진 바둑판 위에서 인생에서 경험할 수 있는 온갖 어려움과 기쁨의 순간을 고스란히 맛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휘황찬란한 스펙을 가진 인턴사원들이라고 해도 인생의 쓴맛 단맛을 골고루 맛봤을리는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 '장그래'가 더 우세하다고 할 수 있겠죠.

현재까지 출간돼 있는 2권까지의 내용을 살짝 요약하자면, 인턴사원들의 경쟁 PT를 앞두고 제거해야 할 폭탄에서 어마어마한 폭발력을 가진 핵폭탄의 끼를 조금씩 보여주는 '장그래'의 이야기입니다. 총 8권이 완결이라고 하는데, 3권이나 그 다음 권에서는 계약직 사원 '장그래'가 정사원이 되기까지의 이야기가 펼쳐지겠죠? 미생에서 완생으로!

 

『미생』은 윤태호 작가가 10년을 품고 있었던 이야기를 3년동안 준비해서 지난 2012년 1월 20일 'Daum 만화속세상'을 통해 첫 선을 보인 작품입니다. 게다가 이 작품은 최장 기간 평점 1위를 고수하고 있다고 합니다. 2권까지 읽고나니 한결 같이 추천하는 이유가 와 닿습니다. 그야말로 이런 저런 말이 필요없는 작품입니다. 그냥 읽어보면 왜 한결같이 평들이 좋은지 알게 될 것입니다.

 

 

또, '장그래'의 이야기만큼 재미있는 것이 각 장마다 등장하는 조훈현 9단과 중국의 녜웨이핑 9단이 펼쳤던 제1회 응씨배 결승5번기의 기보 해설입니다. 이 부분은 중앙일보 바둑전문기자인 박치문 기자가 맡았는데, 바둑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해도 재미있습니다. 일단, 바둑이란 어떻게 두는 것인가를 살짝 알 수 있고 왜 인생을 바둑에 비유하는지도 어렴풋이 알 수 있습니다. 이 기보 해설은 오직 책을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다고 하니, 이건 책을 구매해서 읽는 독자들에게 보내는 팬서비스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원래 책을 읽다보면 마음에 드는 구절 같은게 있어서 옮겨 적어두기 마련인데, 『미생』 같은 경우에는 만화책임에도 불구하고 밑줄 쫙 긋고 싶은 구절, 아니 장면이 있었습니다. 자신을 위해서 뭔가가 하고 싶긴 하지만 가족, 대출금 등 이런 저런 걱정 때문에 결단을 못 내리고 있는 박대리에게 인생 전환을 성공한 친구가 던지는 말입니다. "뭔가 하고 싶다면 일단 너만 생각"하라는 것. 이렇게 하지 못해서 자신의 꿈 앞에서, 정말 하고 싶은 일을 두고도 주저 앉는 사람들을 자주 보곤 합니다. 물론 제가 그 중 한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더욱 와 닿았던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모두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뭔가 하고 싶은게 있다면 자신만, 자신의 꿈만 생각하라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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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1~2권 세트 - 전2권 ㅣ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E L 제임스 지음, 박은서 옮김 / 시공사 / 2012년 8월
평점 :
품절


청소년들에게는 권장하지 않는 책입니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Fifty Shades of Grey)』 3부작을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2012년 상반기 세계에서 가장 빨리, 가장 많이 팔린 베스트셀러. 미국 사회를 들끓게 하고 출판 시장의 판도를 바꾼 데뷔작. 여성의 에로티시즘에 대해 공론할 수 있는 장을 만든 문제작. 여자들이 뉴욕 전철에서 거리낌 없이 꺼내어 읽는 에로 소설. 좋아하는 사람만큼 싫어하는 사람도 많고, 독서의 길티 플레저(guily pleasur)를 주는 바로 그 책. 플로리다의 도서관에서는 퇴출 명령을 내렸던 책. (그러나 곧 시민들의 강력한 항의로 다시 책을 들여놔야 했던.) 빈티지 출판사에서 정식 페이퍼백이 출간된 지 6개월도 되기 전에 이 소설은 지금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이야기하는, 그렇지만 가장 얘기하기를 꺼리는 책이 되었다. (p.357 옮긴이의 말 中)

옮긴이의 말에서 발췌해 온 내용이지만, 이보다 더 이 책을 짧고 확실하게 설명할 수 있는 감상이 있을까 싶습니다. 그야말로 화제의 책입니다. 조만간 영화로도 제작될 예정이며, 두 남녀 주인공을 누가 맡을 것인가를 두고도 논란이 많은 책입니다. 도대체 어떤 내용의 소설이라서 이토록 화제가 되고 있는 걸까요?

다른 사전 정보 없이 그저 해리포터의 판매기록을 갈아치웠다는 글을 보고 정말 엄청난 장르소설이겠거니 생각했습니다. 표지에서도 그런 분위기가 풍기고, '그레이'하면 회색 뇌세포의 소유자 포와로가 떠올라서요. 그래서 청소년들이 읽기에 적합하지 않은 책들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보통 19금 딱지가 붙으면 화제가 되긴 하지만 흥행을 하긴 어렵잖아요. 아무래도 볼 수 있는 사람의 수가 제한적이니 말이죠. 책을 손에 들고나서야 제가 생각했던 장르소설과는 거리가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게다가 한국에서는 19세미만 구입불가 판정을 받은 소설이라는 것도 말입니다.


궁금하시면 직접 읽어보세요!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습니다!

이 책을 읽고 있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내용을 궁금해 했습니다. 그 줄거리를 정리하기는 참 힘들지만, 그래도 한번 정리해 보자면 이렇습니다. 감기에 걸린 친구 대신 백만장자의 인터뷰를 간 아나스타샤는 27세의 젊은 CEO 그레이에게 반해 버립니다. 이런 이야기가 다 그렇듯이 상대에게 반해버린 건 아나스타샤 뿐이 아닙니다. 그레이 또한 아나스타샤에게 반해서 위풍당당하게 그녀를 찾아옵니다. 아나스타샤는 전용헬기까지 있는 그레이가 다소 버겁기는 했지만 이미 그에게 반해버렸기 때문에 받아들이기로 합니다.

하지만 그에게 평범하지 않았던 건 재력 뿐만이 아닙니다. 그는 남들과 다른 성적 취향의 소유자였습니다. 그는 자신의 성적 판타지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일종의 계약서 같은 것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의 성적 판타지가 어떤 것인지는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정 궁금하시면 직접 읽어보세요. 아무튼 평범한 대학생이라면, 게다가 이전에 남자 친구를 만난 경험이 한번도 없는 여자라면 쉽게 수용할 수도 쉽게 상상할 수도 없는 그런 것들이었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아나스타샤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앞서도 언급했지만 아나스타샤는 이미 그레이에게 반해버렸고, 그가 어떤 성적 판타지를 갖고 있든 그와 함께 하고 싶었습니다. 게다가 살짝 경험해 보니 상상했던 것처럼 두려운 것도, 나쁜 것도 아니었구요. 그렇게 그 둘은 잘되어 가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에게는 저마다 수용할 수 있는 임계치가 있기 마련입니다. 그레이를 완전히 만족시킬 수 있는 지점은 아나스타샤가 참을 수 있는 임계치를 벗어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아나스타샤는 그를 떠나기로 합니다. 그를 너무나도 사랑하지만, 자신이 참을 수 있는 범위 안에서는 그를 충족시켜 줄 수 없다는 생각 때문에요.

1부에서는 이렇게 이야기가 끝납니다. 2권까지 다 읽고나서야 알았습니다. 이 책이 3부작이라는 것과 1부의 이야기는 1부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2부 1권으로 이어진다는 것을요. 그래서 참 난감합니다. 조만간 출간될 예정이라고는 하지만, 어쨌든 시간이 필요하니까요.

'엄마들의 포르노'라고 이 책을 부르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고, 미국에서는 이 책을 통해 주부들이 성을 공론화하고 토론하기 시작했다고도 합니다. 하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포르노가 되기엔 부족하지 않나 싶습니다. 흔히 이야기하는 '야한 동영상'이 아닌 그저 야한 영화 한편 본다고 생각하면 될 것입니다. 다행인 것은 분량은 꽤 되지만 술술 읽힙니다.

참고로 이 책은 종이책 보다는 전자책이 더 잘 팔린다고 합니다. 또 필수 아이템으로 북커버를 준비하라는 사람도 있습니다.


* 제가 알고 있던 19금 책이 두 권 있었습니다.

무라카미 류의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와 얼마전에 재출간 된 사드의 『소돔의 120일』이 그것인데요, 그 책들과 비교하면 귀여운 수준이라고나 할까요. 그리고 예전 번역본은 확실하게 19금이었는데, 새롭게 나온 『소돔의 120일』은 아직 19금이 안 붙었더라구요. 제가 찾지 못한 것인지. 아무튼 제가 아는 19금 책이 또 한 권 늘어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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