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 1 - 아직 살아 있지 못한 자 : 착수 미생 1
윤태호 글.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바둑이 있다!

어떤 작품에 대한 평이 한결 같이 좋다면 과연 신뢰할 수 있을까요? 하지만 그 주인공이 윤태호 작가라면 어떨까요? 『미생』을 먼저 읽은 지인들의 평은 정말 한결 같았습니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웹툰으로 먼저 읽었지만 꼭 소장해야 할 작품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만화와 친하지 않습니다. 특히, 웹툰은 더더욱 그렇습니다. 『미생』 1권을 펼쳐 들었을 때, 저들의 평에 공감할 수 있을까 궁금했습니다. 게다가 글은 잘 읽지만 그림은 잘 읽지 못합니다. 소설책은 한 시간에 한 권을 읽어도 만화책은 절대 그렇게 못 보는 사람인지라 『미생』 역시 스타트는 상당히 더뎠습니다. 그러면서 사람들의 평을 또 한번 곱씹기 시작했습니다.

『미생』은 프로 기사를 꿈꿨지만 결국 입단하지 못해 평범한 회사원도 아니 자격기준 이하의 인턴사원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장그래'의 이야기입니다. 열한 살 때부터 바둑 밖에 몰랐던 '장그래', 학교도 검정고시를 통해 졸업했고 그 흔한 대학 졸업장도 없는 고졸 인턴사원입니다. 원래 인턴사원도 특기가 출중한 대학 재학생 혹은 졸업생을 대상으로 뽑지만 '장그래'의 경우 사장의 모험심이 발동한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장은 검정고시 출신에 대학도 안 나오고 특기까지 없는 친구가 회사의 인턴십을 통해 뭔가 성취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각종 공모전 수상에 외국어는 기본, 특기까지 출중한 다른 인턴들과 출발선 자체가 다른데 과연 '장그래'가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까요?

회사는 절대 혼자서 이끌어 갈 수 없는 곳입니다. 여러 사람의 힘이 합해져 시너지 효과를 내뿜을 때야 제대로 돌아갈 수 있는 곳입니다. 하지만 이전에 '장그래'가 하던 바둑은 이런 회사의 생리와는 차원이 전혀 다른 것이었습니다. 바둑은 자신만 생각하고, 자신만 잘하면 되는 싸움입니다. 조직 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소극적인 모습의 '장그래'가 눈앞에 그려질 정도였는데, '장그래'는 의외로 잘해 냅니다. 그의 유일한 특기지만 차마 특기란에 써낼 수 없었던 '바둑'의 기술을 회사에서 잘 활용했기 때문입니다.

흔히 인생을 바둑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가로 세로 꽉 짜여진 바둑판 위에서 인생에서 경험할 수 있는 온갖 어려움과 기쁨의 순간을 고스란히 맛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휘황찬란한 스펙을 가진 인턴사원들이라고 해도 인생의 쓴맛 단맛을 골고루 맛봤을리는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 '장그래'가 더 우세하다고 할 수 있겠죠.

현재까지 출간돼 있는 2권까지의 내용을 살짝 요약하자면, 인턴사원들의 경쟁 PT를 앞두고 제거해야 할 폭탄에서 어마어마한 폭발력을 가진 핵폭탄의 끼를 조금씩 보여주는 '장그래'의 이야기입니다. 총 8권이 완결이라고 하는데, 3권이나 그 다음 권에서는 계약직 사원 '장그래'가 정사원이 되기까지의 이야기가 펼쳐지겠죠? 미생에서 완생으로!

 

『미생』은 윤태호 작가가 10년을 품고 있었던 이야기를 3년동안 준비해서 지난 2012년 1월 20일 'Daum 만화속세상'을 통해 첫 선을 보인 작품입니다. 게다가 이 작품은 최장 기간 평점 1위를 고수하고 있다고 합니다. 2권까지 읽고나니 한결 같이 추천하는 이유가 와 닿습니다. 그야말로 이런 저런 말이 필요없는 작품입니다. 그냥 읽어보면 왜 한결같이 평들이 좋은지 알게 될 것입니다.

 

 

또, '장그래'의 이야기만큼 재미있는 것이 각 장마다 등장하는 조훈현 9단과 중국의 녜웨이핑 9단이 펼쳤던 제1회 응씨배 결승5번기의 기보 해설입니다. 이 부분은 중앙일보 바둑전문기자인 박치문 기자가 맡았는데, 바둑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해도 재미있습니다. 일단, 바둑이란 어떻게 두는 것인가를 살짝 알 수 있고 왜 인생을 바둑에 비유하는지도 어렴풋이 알 수 있습니다. 이 기보 해설은 오직 책을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다고 하니, 이건 책을 구매해서 읽는 독자들에게 보내는 팬서비스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원래 책을 읽다보면 마음에 드는 구절 같은게 있어서 옮겨 적어두기 마련인데, 『미생』 같은 경우에는 만화책임에도 불구하고 밑줄 쫙 긋고 싶은 구절, 아니 장면이 있었습니다. 자신을 위해서 뭔가가 하고 싶긴 하지만 가족, 대출금 등 이런 저런 걱정 때문에 결단을 못 내리고 있는 박대리에게 인생 전환을 성공한 친구가 던지는 말입니다. "뭔가 하고 싶다면 일단 너만 생각"하라는 것. 이렇게 하지 못해서 자신의 꿈 앞에서, 정말 하고 싶은 일을 두고도 주저 앉는 사람들을 자주 보곤 합니다. 물론 제가 그 중 한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더욱 와 닿았던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모두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뭔가 하고 싶은게 있다면 자신만, 자신의 꿈만 생각하라고 말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