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배진수 글.그림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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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이면과 정면으로 마주할 자신이 없다면 이 책을 금(禁)하라!

   더운 여름, 뜨거워진 체온을 식히는데는 단언컨대 그 어떤 에너지도 필요하지 않은 무서운 이야기가 가장 효율적인게 아닐까요? 무더위와 에너지 절약으로 연일 뜨거웠던 8월의 어느 날, 웹툰 작가 배진수의 『금요일(禁曜日)』을 만납니다. '세상에 없던 공포'라는 부제를 달고 나온 『금요일』은 제목과 표지만으로도 충분히 그 공포가 전해져 옵니다. 피 터지는 잔인한 이야기? 혹은 심장이 멎을 것 같은 스멀스멀한 공포가 도사리고 있는 섬뜩한 이야기? 그런 이야기를 기대하며 『금요일』을 읽어나갑니다.

 

   이제 살 날이 며칠 남지 않은 당신에게 누군가 나타나 소원 하나를 들어주겠다고 하면 당신은 어떤 대답을 하게 될까요?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살려달라고 하겠죠. 아프기 전으로 되돌려 달라던가요.

   이제 겨우 서른다섯. 하지만 그에게는 살 날이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어릴 때부터 너무 잦은 흡연으로 폐암에 걸리게 됐고, 대학병원을 방문했을 때는 이미 4기까지 진행된 상태라고 합니다. 그래도 작은 희망을 갖고 치료를 시작해 보지만, 그에게 남은 것은 고통 뿐입니다. 이제 그가 원하는 것도 편안한 휴식과 평온한 마음 뿐입니다. 매우 강한 진통제를 맞으면서 죽음을 기다릴 뿐이죠. 그런 그에게 천사인지 악마인지도 모를 이상한 생명체(?)가 나타나서 소원을 말하라고 말합니다. 그가 골초가 되기 전으로도 되돌려 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는 현재의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한채 일곱 살로 되돌아 갈 수 있게 해달라고 소원을 빕니다.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한채 일곱 살로 되돌아 간 그는 행복할까요? 어쩌면 로또 번호를 기억해서 당첨될 수도 있고, 우량주에 투자해 주식으로 대박을 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곱 살은 아무것도 할 수가 없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친구들과 놀고, 공부하고, 아이처럼 지내야 합니다. 무슨 놀이를 하든 재미가 없습니다. 이미 재미있고 화려한 게임들을 경험한 그에게 친구들과 술래잡기를 하고 노는 건 정말 재미없어 죽을 지경입니다. 아무리 대박나는 주식 종목을 알고 있어도 그때가 되려면 너무나 오래 기다려야 합니다.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면 모범생이 되어 착하고 공부 잘하는 아이가 될 줄 알았던 그, 하지만 모든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그 자체가 스트레스이고 미칠 지경입니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담배에 손을 대기 시작합니다.

   옛날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정말 열심히 공부해서 성공할 자신이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종종 만나게 됩니다. 하지만 「역행」을 통해 우린 깨닫게 됩니다. 결국 달라지지 않을 거라는, 쳇바퀴처럼 똑같이 돌아갈거라는 생의 비릿한 비밀을 말이죠.

 

어른의 정신을 지닌 채 아이로 돌아간다는 것은 이런 엿같은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사실을.

물론 처음에는 추억을 현실로 마주할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뻤고 새 삶과 새 미래에 대한 기대로 한껏 설렜다.

하지만 기대감은 그다지 오래가지 않았다. 우리가 '아름다운 추억'이라 여기는 기억들은

사실 길고 무료한 삶 중 스쳐간 몇몇 '아름다운 순간'이 미화되고 과장된 포장지 안에 간직돼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으니까.

그럼 내가 망각하고 있던 실제의 삶은?

내가 기억하지 못하고 있던 나머지 시간들은?

술래잡기, 얼음땡, 고무줄놀이, 말타기…… 동네 친구들 몇몇만 어울리면 해가 떨어질 때까지 해대던 놀이들.

하지만 어른인 내게 즐거움을 주는 놀이는 결코 아니다.

성인이 재미있어하는 놀이는 거의 항상 술과 이성, 돈과 관련돼 있지만

어른아이인 난 저것들 중 어떤 것에도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20세기의 세상에는 21세기에 살던 내가 즐길 수 있는 게 없다.

이 시절의 음식은 너무도 심심하고 무미하며 TV 연출은 너무도 지루하고 촌스럽기 그지없고

PC도, 인터넷도, 스마트폰도, 게임기도, 블록버스터 영화도… 이곳엔 … 없다. (p.48~50)

 

   『금요일』은 총 15편의 단편만화들이 '딜레마', '아이러니', '카오스'라는 주제로 나뉘어져 실려 있습니다. 「역행」은 '딜레마'에 실려있는 단편만화인데, 주제처럼 정말 딜레마가 아닐 수 없습니다.

   『금요일』에 실려 있는 15편의 단편만화들은 모두 이런 식입니다. 피가 튀기거나 귀신 등이 등장해서 섬뜩한 반전을 선사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가 살면서 차마 마주할 수 없었던 이야기, 차마 입에 올릴 수 없어서 금기시 됐던 진실과 정면으로 마주치게 합니다. 그래서 그 어떤 스릴러나 공포물 보다 더 섬뜩하고 오싹할 수 밖에 없습니다. '세상에 없던 공포'라는 부제 그대로입니다.

   생의 묵직한 이면을 엿볼 수 있어서 웹툰이지만 결코 가볍게 읽을 수 없는 이야기, 그러면서도 한번 펼치면 그 끝을 보지 않고서는 절대 내려놓을 수 없는 이야기입니다. 왜냐하면 우리 생의 비릿한 비밀을 담고 있으니까요. 이런 이야기를 쓸 수 있는 배진수 작가, 도대체 이 작가의 아이디어와 통찰력의 깊이는 얼마나 될까요? 단언컨대 다음 작품도 꼭 지켜봐야 할 작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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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릿 로드 - 여행의 순간을 황홀하게 만드는 한 잔의 술
탁재형 지음 / 시공사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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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의 문화와 사람이 농축되어 있어 더욱 황홀한 한 잔의 술!

   대구는 참, 부산은 C1, 대전은 시민, 마산은 화이트. 앞에 나열한 이름이 무엇인지 혹시 눈치 채셨나요? 마지막으로 결정적인 힌트 하나. 서울, 경기 지역에는 참이슬이 있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앞에 나열한 이름들은 우리나라 각 지역을 대표하는 소주의 이름입니다. 소주의 종류만해도 이렇게 다양한데 전주 곡주, 경주 법주, 안동 소주, 평안도 문배주처럼 전통민속주까지 나아가면 얼마나 많은 종류의 술들이 있는지 모릅니다. 이렇게 작은 한 나라 안에서도 지역마다 특색있는 술들이 이렇게 다양한데, 전세계로 나아가면 얼마나 다양하고 독특한 술들이 많을까요?

 

   『스피릿  로드』는 해외 관련 다큐멘터리 전문 PD로 유명한 탁재형 PD가 '세상은 넓고 맛있는 술은 많다'라는 모토 아래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맛본 술에 대한 세계 음주 여행 에세이입니다. '스피릿(Spirit)'이라는 단어에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듯이 '정신, 영혼'이라는 뜻도 있지만 증류주 혹은 알코올 도수가 높은 술을 이르는 말이기도 합니다. 술을 많이 마시면 정신이 오락가락하거나, 알코올 도수가 높은 술을 마시면 순간 정신이 번쩍 하는 경우도 있으니 '스피릿'이라는 단어를 이렇게 함께 사용하는가 봅니다.

   〈도전! 지구탐험대〉, 〈세계테마기행〉과 같은 해외 관련 다큐멘터리를 주로 제작해 해외로 나갈 기회가 많은 그에게 여행이란, 낯선 여행지에서 맛보는 술 한잔의 황홀함입니다. 어떤 때는 그곳에서만 마실 수 있는 술을 다시 맛보기 위해 들르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특히, 술 같은 경우에는 여행지에서 돌아올 때 반입할 수 있는 양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그렇게 가져온 술은 더욱 애지중지 할 수 밖에 없고 다 마시고 나면 아쉬움이 클 수 밖에 없습니다.

 

   '아…… 이놈의 추위. 몸도 으슬으슬 떨리고…… 어디 한 잔 마시면 몸이 확 풀리면서 기분 좋게 노곤해지는 그런 술 없을까?'

   이건 겨울이 존재하는 곳에 사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고민해봤음직한 문제인데, 고민의 내용이 보편적이니만큼 그 해결 방법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베네수엘라의 깔렌따디또도 그중 하나다. 원래 '깔렌따디또'는 '따뜻하게 하는 것'이라는 의미다. 적도 인근이라고 해도, 안데스 산맥이 시작되는 곳이기도 한 메리다는 아침 저녁의 일교차가 상당히 크다. 그렇다고 커피 농부들이 사는 집에 난방시설이 잘 되어있는 것도 아니어서, 아침에 일어나 일을 나가기 위해선 짧은 시간 안에 몸을 데워줄 수 있는 뭔가가 필요했다. 바로 그것이 커피에 사탕수수 술 '미체'를 섞은 깔렌따디또였다. (p.58)

 

   술은 단순히 순간의 즐거움을 위해 만드는 음료가 아닙니다. 추위를 잊기 위해 술을 마시기도 하지만,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술을 마시기도 합니다. 물이 깨끗하지 않고 냄새가 나서 술로 만들어 먹기도 하고, 향이 좋지 않은 저급한 술을 마실 수 밖에 없어서 그 향을 감추기 위해 다른 향을 첨가하기도 합니다. 술에는 그곳의 전통과 문화가 그대로 반영되어 있고, 그곳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성격이나 향기까지 베어나옵니다.

   앞서 탁재형 PD가 그 지역에서만 만들어지는 술을 마시기 위해 다시 찾아가는 경우가 있다고 언급했었는데, 어쩌면 그가 진정으로 그리웠던 것은 술 속에 응축된 그곳의 문화와 사람이 아니었을까요?

 

   여러 나라를 방문하며 현지의 전통 증류주를 마실 때마다 나는 일종의 접신과도 같은 체험을 한다. 한 민족이 발전시킨 먹고 사는 문화의 피라미드 정점에 위치하는 것이 증류주이기에, 그리고 그 제조방법 역시 곡물이든, 과일이든, 벌꿀이나 동물의 젖이든, 그 지역의 자연이 가진 풍미의 정수(Spirit)만을 모으는 어려운 과정이기에. 따라서 증류주를 마시는 것은 그것을 만든 사람들의 오랜 체험과 역사를 담은 대용량 USB 메모리를 내 몸에 꽂는 것처럼 단시간에 주입하는 행위다. 마치 영화 '매트릭스'에서 주인공 네오가 단 몇 초 만에 가라테와 헬리콥터 조종법을 몸에 다운로드하는 장면처럼. (p.77)

 

   아이리시 커피는 아일랜드의 포인즈 지역에서 탄생했다. 1940년대, 미국과 유럽을 연결하던 항구가 있던 이곳은 긴 여행에 나선 여행자들과 신대륙에서 돌아오는 귀향객들로 늘 붐볐다. 하루는 미국에서 온 비행정 한 척이 항구에 닿았고, 거기서 내린 기진맥진한 한 무리의 승객들이 조 셰리단이라는 이름의 요리사가 운영하는 식당으로 들어섰다. 난기류와 추위에 맞서며 대서양을 건너오느라 지칠 대로 지친 이들을 위해 조가 내놓은 것은 따뜻한 커피에 위스키를 섞은 음료였다. 그 맛에 감동한 스객들이 "혹시 이것이 브라질 커피인가요?"하고 물었고, 조가 농담처럼 "아뇨, 아일랜드 커피인데요."라고 대답한 것이 그대로 이 음료의 이름이 되었다. 그 뒤 미국으로 전파되며 크림이 추가되었지만, 대서양의 매서운 추위를 단박에 물리치는 효능에는 변함이 없다. (p.60~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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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약 - 프랑수아즈 사강의 환각 일기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권지현 옮김, 베르나르 뷔페 그림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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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청춘에게!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서 여주인공 조제는 하반신을 움직이지 못하는 장애인입니다. 그녀는 좁은 방에서 할머니가 주워 온 헌책을 읽으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냅니다. '조제'라는 이름은 그녀가 좋아하는 프랑스와즈 사강의 소설 속 여주인공의 이름을 따 온 것입니다.

   프랑스와즈 사강은 프랑스 문단에서 작은 악마, 스캔들 메이커 등으로 불리며 그녀만의 독특한 작품 세계를 만들어 프랑스 뿐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는 작가입니다. 그녀 또한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읽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등장하는 인물의 이름을 따 '사강'이라는 필명을 만든 것으로, 그녀의 본명은 프랑수와즈 쿠레입니다. 

 

   그녀는 두 번의 결혼과 이혼, 도박, 자동차 경주, 약물중독 등으로 '사강 스캔들'이라는 말을 낳을 정도로 자유분방한 생활을 했습니다. 남자 레이서와 레이싱걸로 대표됐던 자동차 경주, 하지만 최근에는 스피드를 즐기는 여성 레이서들도 자주 만날 수 있는데 그녀는 이보다 훨씬 전부터 자동차 경주를 즐겼다고 하니 정말 흥미로운 인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자동차 경주를 즐겼던 그녀는 22살에 엄청난 교통사고를 당하고 치료를 받게 되는데, 이때 통증을 잊기 위해 처방받은 모르핀에 중독되어 전문 의료 시설에서 약물중독 치료를 받기도 하지만 평생 약물중독에서 벗어나지는 못합니다.

 

   1957년 여름, 교통사고를 당한 나는 석 달 동안 불쾌한 통증의 포로로 지내야 했다. '875'(팔피움)라는 모르핀 대용약제를 매일 처방받을 정도였다. 석 달 뒤에는 약물중독 증세가 심해져 결국 전문 의료 시설에 입원할 수밖에 없었다. 입원 기간은 짧았지만 그때 일기를 썼고, 며칠 전 그 일기를 우연히 발견했다. (책 속에서)

 

   『독약』은 프랑수아즈 사강이 약물중독으로 전문 의료 시설에 입원했을 때 쓴 일기를 엮은 에세이입니다. 그녀의 소설을 읽다보면 슬픔, 우울, 불안, 방황 등의 감정을 느낄 수 있는데 이 에세이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20대의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약물중독으로 병원에 입원해 있는 신세가 당연히 그런 감정들을 불러 일으켰을테죠. 문득 궁금해 집니다. 그녀가 이런 저런 사념에 잠기지 않고 마냥 행복하고 즐거웠던 때가 과연 언제였을까요? 어쩌면 열여섯 살 소녀였을 때인지도 모릅니다.

 

   나는 열여섯이었다. 열여섯이던 시절이 있었다. 열여섯으로 다시 돌아갈 수는 없을 것이다.
   젊은 그 자체라고 믿는 나는, 나는 늙지 않았다. 실은, 나는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았다. (p.56)

 

   『독약』은 피카소, 샤갈, 달리와 함께 20세기 화단을 이끈 대표 화가 베르나르 뷔페의 삽화가 함께 실려 있습니다. 프랑수아즈 사강이 이 일기를 베르나르 뷔페에게 보여줬고, 이 일기를 본 뷔페가 기꺼이 삽화를 그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사강의 글에 그의 그림이 더해지자 사강 특유의 우울하고 고통스럽고 허무한 감정들이 더욱 살아 움직입니다. 71세의 나이에 자살로 생을 마감한 베르나르 뷔페 또한 꽤 우울한 화가였나 봅니다. 그의 그림에서도 비슷한 감정들을 느낄 수 있습니다.

 

2013. 07. 28. by 뒷북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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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14주년 정말 정말 축하합니다! 14년동안 참 잘했어요! 그동안 알라딘이 ˝최초로˝ 선보여줬던 서비스들에 매우 만족하며 알라딘만 아끼고 이용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고객들이 생각지도 못했던 멋진 아이디어와 서비스로 중무장한 알라딘을 계속 만날 수 있길 바라며 전국 곳곳에 이어 LA까지 중고서점을 세운 알라딘에게 박수와 응원을 보냅니다. 알라딘, 화이팅! (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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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든
헨리 데이빗 소로 지음, 한기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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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소로의 철학!

   얼마전 영화 《위대한 개츠비》의 개봉을 앞두고 원작소설 『위대한 개츠비』를 두고 번역설전이 펼쳐진 적이 있다. 누군가는 제대로 된 번역이 없어서 직접 했다고 했고, 또 누군가 한 번역은 의역에 가까운 것이며,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영미소설 분야 최고의 번역자라는 타이틀이 붙기도 했다. 아무리 똑같은 텍스트를 번역한다 하더라도 번역자의 능력에 따라 더 재미있고, 더 쉽게, 더 바르게 번역할 수 있으므로 이런 번역설전을 단순히 웃어 넘길 수가 없다. 분명 이 중 하나는 선택해서 읽어야 하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월든』을 다시 펼쳐든다. 한기찬 시인이 번역한 『월든』의 개정판이 나왔기 때문이다. 예전에 읽은 『월든』은 가장 많은 사람들이 선택한 번역본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전문 번역가의 작품이었다. 고전 『월든』을 다시 읽으며 되새겨 본다는 의미도 있겠지만, 이미 읽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두 번역본을 비교하며 읽을 수 밖에 없다.

 

   일단 각설하고 『월든』에 대해 먼저 살펴보자! 『월든』은 미국의 작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하버드 대학을 졸업한 후 2년 2개월 동안 고향 콩코드로 돌아가 월든 호숫가에 작은 오두막을 짓고 농사를 지으며 살았던 날들에 대한 기록을 담은 책이다. 하버드 대학을 졸업하고 남들처럼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가 되거나 글을 쓰는 작가가 될 수도 있었는데, 그는 이런 것들을 뒤로 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농사를 지었던 것일까?

 

   내가 숲속에 들어가 이유는 신중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 인생의 본질적인 사실들만을 직면하기 위해서, 그리고 인생에서 꼭 알아야 할 일을 과연 배울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그리고 죽음의 순간에 이르렀을 때 제대로 살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닫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삶이란 그처럼 소중한 것이기에 나는 삶이 아닌 것은 살고 싶지 않았고, 도저히 불가피하기 전에는 체념을 익힐 생각도 없었다. 나는 깊이 있게 살면서 인생의 모든 정수를 뽑아내고 싶었고, 강인하고 엄격하게 삶으로써 삶이 아닌 것은 모조리 없애버리고 싶었다. (p.108)

 

   소로는 진정한 삶을 살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일상을 단순화하면 우리 삶에서 최소한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직접 오두막을 짓고, 농사를 하고, 직접 수확한 것들만 먹어도 충분히 삶은 가능하다. 좀 더 편리한 도구를 사용하지 않아도, 더 많은 돈을 들이지 않아도 삶은 가능하다. 그러므로 이것들을 넘는 것들은 굳이 우리 삶 속에서 필요한 것이 아니며 우리는 이런 불필요한 것들을 위해 마음을 쓰고 시간을 낭비할 이유가 없다. 그렇게 남는 여유는 자기 자신을 발견하는데 사용하면 된다는 것이다.

   소로는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오두막을 지은 비용, 1년동안 농사에 들어간 비용, 그리고 먹은 것들을 꼼꼼하게 정리하고 비용 계산을 해서 보여준다. 소로가 2년동안 살 수 있는 오두막을 짓기 위해 든 비용은 28달러 밖에 되지 않으며, 이는 하버드 학생들의 한달 기숙사비인 30달러보다도 적은 비용이다. 마음은 먹으면 충분히 적은 비용으로도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소로는 노동이 가장 정직한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농사를 지을 때도 일체 도구를 사용하지 않는다. 가축의 힘도 빌리지 않고, 비료도 사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소로는 부지런하게 농사를 짓지는 않는다. 김매기도 게을리하고, 1년에 일을 하는 일수는 고작 3, 40일에 불과하다. 노동이 가장 정직한 것이라고 하면서 정작 본인은 일을 게을리하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1년에 3, 40일만 일해도 자신이 얻고자 하는 것을 충분히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더 욕심 부리지 않고 딱 그만큼의 일만 하는 것이다. 나머지 시간은 책을 읽거나 숲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거나 사색에 빠지곤 한다.

 

   『월든』은 이런 소로의 철학적 사유 뿐아니라 문학적으로도 가치있는 고전이다. 호숫가 숲 속에서 책을 읽고 숲과 동물들을 벗삼으며 지냈던 소로는 숲과 동물들을 아주 풍부하게 소개한다. 묘지의 노래를 부르는 부엉이, 전투를 벌이는 붉은개미와 검은개미, 사냥꾼과 사냥개에게 쫓기는 여우, 이상한 울음소리로 요란을 떠는 어미 들꿩 등 그와 이웃해 살고 있는 다양한 동물들을 그의 풍부하고 아름다운 묘사를 통해 텍스트 속에서 다시 되살아 난다. 작은 것 하나 놓치지 않는 그의 관찰력과 작은 장면 하나를 보고도 풍부한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그의 상상력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그의 풍부한 상상력과 놀라운 문장력의 어느 정도는 독서로부터 기인됐을 것이다. 그가 살고 있는 월든 호숫가는 사색을 하기에도 좋지만 진지한 독서를 하기에도 제격인 곳이다. 직접 집을 짓고 경작을 하느라 책 읽을 시간이 많지 않았지만 그는 틈틈히 읽으며 책과의 대화를 시도한다. 그는 『일리아스』, 『오디세이아』 등 서양고전뿐만이 아니라 『논어』나 『대학』 같은 동양고전도 열심히 읽었다. 아마도 그가 동양고전을 탐독했던 이유는 그의 생활과 철학이 동양의 그것들과 통하기 때문이리라.

 

   어떤 이들은 요즘 같은 시대에 굳이 『월든』을 읽을 필요가 있냐고 반문하곤 한다. 그렇다. 소로가 살고 있는 시대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150년의 간극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월든』을 읽을까? 그것은 바로 그의 철학 때문이다. 듣기 좋은 말보다는 몸소 실천할 줄 아는 행동력, 너무 많은 것을 욕심내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여유. 지금 우리에겐 그런 미덕이 무엇보다 필요한게 아닐까?

 

   마지막으로 앞서 살짝 언급한 번역에 대해 잠시 살펴보자! 살펴볼 텍스트는 밤에 숲 속에서 들리는 소리들을 묘사한 부분으로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임순례 감독이 『월든』에서 제일 좋아하는 부분이라고 꼽기도 한 것이다. 어느 번역본을 선택할 것인지는 결국 개인의 취향에 대한 문제가 아닐까.

 

   다른 새들이 잠잠해지면 작은 부엉이들이 금속성이 섞인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는데, 그것은 태곳적부터 비탄에 잠긴 여인처럼 '부어엉' 하고 운다. 그 음산한 울음소리야말로 벤 존슨을 연상케 한다. 한밤중에 마주치는 교활한 마녀! 그것은 시인들이 표현하는 정직하고도 무뚝뚝한 '부엉부엉' 하는 소리가 아니라, 장난기 하나 없는 더할 나위 없이 엄숙한 묘지의 노래이며, 자살한 연인들이 지하 무덤 속에서 꿈 같았던 사랑의 고통과 기쁨을 회상하며 서로를 위로하는 노래이다. 그래도 나는 그 부엉이들의 울음소리, 그 슬픈 응답이 숲 가장자리를 따라 떨려 나오는 소리가 듣기 좋다. 그것은 종종 음악과 노래하는 새들을 상기시켜 주는 것이다. 흡사 정말 노래로 불러야 할 것은 음악의 어둡고 슬픈 일면이며 후회이고 한숨이기라도 하듯 말이다. 그들은 정령, 그것도 음산한 정령이며 우울한 전조이다. 한때 인간의 형상으로 밤마다 지상을 돌아다니며 나쁜 짓을 저질렀다가 이제 울음의 성가로, 또는 자신들이 저지른 죄를 비가로 고하며 속죄하는 타락한 영혼의 정령이다.

   그들은 내게 우리 모두의 거처인 자연의 다양성과 포용력에 대한 새로운 의미를 알려 준다. "오오오, 차라리 태어나지 말 걸!" 호수 이편에서 한 마리가 그렇게 탄식하고는 절망과 불안으로 선회하며 잿빛 떡갈나무 가지에 올라앉는다. 그러면 호수 맞은편에서 또 다른 부엉이가 떨리는 소리로 진지하게, "태어나지 말 걸!" 하고 화답하고, 저 멀리 링컨 숲에서도 희미하게 "나지 말 걸!" 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다. (한기찬 옮김 p.149~150)

 

   다른 새들이 조용해지면 부엉이들이 바통을 이어받아, 죽음을 곡하는 여인들처럼 부엉부엉하고 그들의 태곳적 울음을 시작한다. 그들의 음산한 울음은 그야말로 벤 존슨的이다. 교활한 한밤중의 마녀들 같으니! 그들의 노래는 시인들의 정직하면서도 투박한 노래가 아니라 실로 엄숙하기 짝이 없는 무덤의 노래이며, 동반 자살한 두 연인이 지옥의 숲에서 지난날 이승에서의 강렬했던 사랑의 고통과 기쁨을 돌이켜보면서 서로를 위안하는 노래인 것이다. 그래도 나는 그들의 비탄, 그들의 구슬픈 응답이 숲의 언저리에 떨리듯 들려오는 것을 좋아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때때로 나에게 음악과 노래하는 새들들 생각나게 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정말 노래로 표현되기를 원하는 것은 음악의 어둡고도 눈물겨운 측면이며 후회와 탄식이라는 것을 말이다.

   부엉이들은 정령이다. 한때는 사람의 모습으로 밤마다 이 세상을 걸으면서 어둠의 만행을 저질렀으며 이제는 죄의 현장에서 탄식의 노래와 비가를 부르면서 속죄하고 있는 추락한 영혼들의 의기소침한 정령이며 우울한 전조인 것이다. 부엉이는 우리 모두의 집이기도 한 대자연의 다양성과 가능성에 대하여 새로운 느낌을 준다. "아, 차라리 태어나지 말 것을!" 하고 호수 이쪽에서 부엉이 한 마리가 한숨을 쉬고는 절망과 불안의 심경으로 날아올라 한 바퀴를 돌더니 회색 떡갈나무들 속에 새로 자리를 잡고 앉는다. 그러자 "… 태어나지 말 것을!" 하면서 호수 건너편에 있는 다른 부엉이가 떨리는 목소리로 진지하게 응답한다. 그러자 또 "…말 것을!" 하고 멀리 링컨 숲에서 응답하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온다. (강승영 옮김 p.177~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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