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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2 ㅣ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E L 제임스 지음, 박은서 옮김 / 시공사 / 2012년 8월
평점 :
청소년들에게는 권장하지 않는 책입니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Fifty Shades of Grey)』 3부작을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2012년 상반기 세계에서 가장 빨리, 가장 많이 팔린 베스트셀러. 미국 사회를 들끓게 하고 출판 시장의 판도를 바꾼 데뷔작. 여성의 에로티시즘에 대해 공론할 수 있는 장을 만든 문제작. 여자들이 뉴욕 전철에서 거리낌 없이 꺼내어 읽는 에로 소설. 좋아하는 사람만큼 싫어하는 사람도 많고, 독서의 길티 플레저(guily pleasur)를 주는 바로 그 책. 플로리다의 도서관에서는 퇴출 명령을 내렸던 책. (그러나 곧 시민들의 강력한 항의로 다시 책을 들여놔야 했던.) 빈티지 출판사에서 정식 페이퍼백이 출간된 지 6개월도 되기 전에 이 소설은 지금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이야기하는, 그렇지만 가장 얘기하기를 꺼리는 책이 되었다. (p.357 옮긴이의 말 中)
옮긴이의 말에서 발췌해 온 내용이지만, 이보다 더 이 책을 짧고 확실하게 설명할 수 있는 감상이 있을까 싶습니다. 그야말로 화제의 책입니다. 조만간 영화로도 제작될 예정이며, 두 남녀 주인공을 누가 맡을 것인가를 두고도 논란이 많은 책입니다. 도대체 어떤 내용의 소설이라서 이토록 화제가 되고 있는 걸까요?
다른 사전 정보 없이 그저 해리포터의 판매기록을 갈아치웠다는 글을 보고 정말 엄청난 장르소설이겠거니 생각했습니다. 표지에서도 그런 분위기가 풍기고, '그레이'하면 회색 뇌세포의 소유자 포와로가 떠올라서요. 그래서 청소년들이 읽기에 적합하지 않은 책들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보통 19금 딱지가 붙으면 화제가 되긴 하지만 흥행을 하긴 어렵잖아요. 아무래도 볼 수 있는 사람의 수가 제한적이니 말이죠. 책을 손에 들고나서야 제가 생각했던 장르소설과는 거리가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게다가 한국에서는 19세미만 구입불가 판정을 받은 소설이라는 것도 말입니다.
궁금하시면 직접 읽어보세요!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습니다!
이 책을 읽고 있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내용을 궁금해 했습니다. 그 줄거리를 정리하기는 참 힘들지만, 그래도 한번 정리해 보자면 이렇습니다. 감기에 걸린 친구 대신 백만장자의 인터뷰를 간 아나스타샤는 27세의 젊은 CEO 그레이에게 반해 버립니다. 이런 이야기가 다 그렇듯이 상대에게 반해버린 건 아나스타샤 뿐이 아닙니다. 그레이 또한 아나스타샤에게 반해서 위풍당당하게 그녀를 찾아옵니다. 아나스타샤는 전용헬기까지 있는 그레이가 다소 버겁기는 했지만 이미 그에게 반해버렸기 때문에 받아들이기로 합니다.
하지만 그에게 평범하지 않았던 건 재력 뿐만이 아닙니다. 그는 남들과 다른 성적 취향의 소유자였습니다. 그는 자신의 성적 판타지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일종의 계약서 같은 것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의 성적 판타지가 어떤 것인지는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정 궁금하시면 직접 읽어보세요. 아무튼 평범한 대학생이라면, 게다가 이전에 남자 친구를 만난 경험이 한번도 없는 여자라면 쉽게 수용할 수도 쉽게 상상할 수도 없는 그런 것들이었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아나스타샤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앞서도 언급했지만 아나스타샤는 이미 그레이에게 반해버렸고, 그가 어떤 성적 판타지를 갖고 있든 그와 함께 하고 싶었습니다. 게다가 살짝 경험해 보니 상상했던 것처럼 두려운 것도, 나쁜 것도 아니었구요. 그렇게 그 둘은 잘되어 가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에게는 저마다 수용할 수 있는 임계치가 있기 마련입니다. 그레이를 완전히 만족시킬 수 있는 지점은 아나스타샤가 참을 수 있는 임계치를 벗어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아나스타샤는 그를 떠나기로 합니다. 그를 너무나도 사랑하지만, 자신이 참을 수 있는 범위 안에서는 그를 충족시켜 줄 수 없다는 생각 때문에요.
1부에서는 이렇게 이야기가 끝납니다. 2권까지 다 읽고나서야 알았습니다. 이 책이 3부작이라는 것과 1부의 이야기는 1부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2부 1권으로 이어진다는 것을요. 그래서 참 난감합니다. 조만간 출간될 예정이라고는 하지만, 어쨌든 시간이 필요하니까요.
'엄마들의 포르노'라고 이 책을 부르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고, 미국에서는 이 책을 통해 주부들이 성을 공론화하고 토론하기 시작했다고도 합니다. 하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포르노가 되기엔 부족하지 않나 싶습니다. 흔히 이야기하는 '야한 동영상'이 아닌 그저 야한 영화 한편 본다고 생각하면 될 것입니다. 다행인 것은 분량은 꽤 되지만 술술 읽힙니다.
참고로 이 책은 종이책 보다는 전자책이 더 잘 팔린다고 합니다. 또 필수 아이템으로 북커버를 준비하라는 사람도 있습니다.
* 제가 알고 있던 19금 책이 두 권 있었습니다.
무라카미 류의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와 얼마전에 재출간 된 사드의 『소돔의 120일』이 그것인데요, 그 책들과 비교하면 귀여운 수준이라고나 할까요. 그리고 예전 번역본은 확실하게 19금이었는데, 새롭게 나온 『소돔의 120일』은 아직 19금이 안 붙었더라구요. 제가 찾지 못한 것인지. 아무튼 제가 아는 19금 책이 또 한 권 늘어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