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시 - 눈을 감으면 다른 세상이 열린다
쓰네카와 고타로 지음, 이규원 옮김 / 노블마인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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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자 a형의 피를 타고난 나는 "제12회 일본호러 소설 대상 수상작"이라는 문구를 보고 순간 멈칫했다. 한번도 일본호러소설을 읽어본 적은 없지만, 일본영화가 좀 엽기적이고 공포스러운가. 빨간 표지에 그려진 야릇한 표정의 일러스트를 보자 공포심보다 호기심이 더 충동질하여 결국은 한장 두장 넘기게 되었다.

이 책은 두 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주의 : 스포일러 있음★

 

1. 바람의 도시

 

내게서 방향 감각이라는 것은 도통 찾아볼 수가 없다. 제로에 가까운 방향 감각 덕분에 나는 자주 가던 길에서도 방향을 잃고 헤매기가 일쑤이며, 매일 보던 길도 새로난 길이라고 인식할 정도이다. 그래서 나는 낯선 길 위에 섰을 때 묘한 공포감 같은 것을 품고 있다.

어릴적 주인공은 길을 잃고 헤매다가 낯선 아주머니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길은 아무나 드나들 수 없고, 아무나 볼 수 없는 길이었다. 나이가 들어 12살이 된 주인공은 호기심으로 친구와 함께 그 길을 찾아 나서게 된다. 그리고 그 길이 인간들이 아닌 다른 세계의 신과 요괴들이 다니는 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두려운 마음에 빨리 벗어나고자 하였으나, 친구가 요괴들의 세계에서 죽임을 당하게 된다.

친구를 두고 혼자서 인간 세계로 돌아갈 수 없었던 주인공은 한 여행자를 따라 죽은 사람을 다시 살릴 수 있는 사원으로 함께 가게 된다. 하지만 요괴의 세계에서 죽은 사람도 요괴의 세계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그곳에서 다시 살아난 사람도 요괴의 세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주인공은 죽은 친구의 영혼을 자유롭게 풀어주고 혼자 인간 세계로 돌아온다.

 

2, 야시

 

어느날 밤 야시가 섰다. 소년과 소녀는 야시를 구경하러 나서지만, 그 야시는 무엇이든 파는 곳이며, 무언가를 사지 않으면 절대 벗어날 수 없는 다른 세계의 야시였다.

어릴적에 소년은 그 야시에서 벗어나기 위해 함께 간 동생을 돈 대신 지불하고 야구를 잘 할 수 있는 능력을 얻을 수 있는 그릇을 샀다. 집으로 돌아온 소년은 부모님께 동생을 구하러 가자고 말하려다가, 처음부터 동생은 존재하지 않은 것으로 세계가 세팅되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소년이 얻은 능력이라는 것은 전보다 야구를 잘하는 것이지 유명한 프로선수처럼 야구를 잘하는 능력은 아니었다.

항상 후회를 하며 살아온 소년은 다시 야시가 서자 동생을 찾으러 야시에 발을 들여 놓은 것이다. 소년은 소녀에게 돈 대신 자신을 지불하고 동생을 사라고 부탁하고, 수중에 돈이 얼마 없었던 소녀는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하고만다.

인간의 지나친 욕심을 우려하여, 인간들은 평생 3번만 찾아올 수 있다는 야시. 다음 야시가 서면, 소녀는 소년을 찾아 야시를 찾아가게 될까?

 

덮으면서

 

어릴적에 그런 상상을 한 적이 있다.

이 세계는 다양한 차원이 존재하는 곳이어서, 한발짝 발을 옮기면 내가 존재하는 차원의 세계에서 다른 차원의 세계로 이동할 수 있다. 그곳은 시간이 다른 곳일 수도 있고, 장소가 다른 곳일 수도 있으며, 혹은 인간이 아닌 다른 생물체가 사는 곳일 수도 있다.

마치 어릴 적 내 상상을 그대로 옮겨 놓은듯한 이 책을 읽으면서, 공포스러움보다는 친근함을 느끼게 되었다.

 

만약 내가 야시에 발을 들여 놓는다면, 나는 무엇을 주고 무엇을 얻으려 할 것인가?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얻고 싶은 것은 많지만, 포기하고픈 것은 도통 떠오르지가 않는다. 미우나 고우나 내 것이기에 포기할 수 없는 것인가보다. 나 또한 인간인지라 욕심이 많은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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