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누이
싱고 지음 / 창비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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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어주는 누나, 詩누이


   『詩누이』는 시 쓸 때는 신미나, 그림 그릴 때는 '싱고'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시인 신미나가 창비 네이버 블로그에 연재한 '시 읽어주는 누나, 詩누이'를 엮은 시 웹툰 입니다. 시 한 편과 그것과 관련된 일화나 시인만의 해석이 담긴 웹툰 한 편을 짝지어 소개해 줍니다.
   시도 부담없이 읽고 싶은데, 어릴 때 학교에서 배운 시 해석법에 길들여진 탓인지 그냥 느낌대로 읽고나면 제대로 읽은게 맞는지 의심이 들 때가 있습니다. 뭔가 시 속에 숨겨진 의미를 찾아내야 할 것 같아서 몇 번이고 다시 읽기도 합니다.
   그런데 '싱고'는 '시는 꼭 이렇게 읽어야 돼!'가 아니라 '이렇게도 시를 읽을 수 있다'고 말해줍니다. 아니 담백한 웹툰으로 보여줍니다.

돌멩이 (오은 作)

뻥뻥 차고 다니던 것
이리 차고 저리 차던 것

날이 어둑해지면
운동장이 텅 비어 있었다

골목대장이던 내가
길목에서
이리 채고 저리 채고 있었다

돌멩이처럼 여기저기에 있었다

날이 깜깜해지면
돌담이 빽빽이 들어차 있었다
좁은 길로 들어서는 일이 쉽지 않았다

돌멩이처럼 한곳에 가만히 있었다

돌멩이처럼 앉아
돌멩이에 대해 생각한다

돌멩이가 된다는 것
겉과 속이 같은 사람이 된다는 것
온 마음을 다해 온몸이 된다는 것
잘 여문 알맹이가 된다는 것

불현듯 네 앞에 나타날 수 있다는 것
마침내
네 가슴속에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것
철석같은 믿음이 된다는 것

입을 다물고 통째로 말한다는 것

날이 밝으면
어제보다 단단해진 돌멩이가 있었다
내일은 더 단단해질 마음이 있었다

─ 『의자를 신고 달리는』 중

   오은 시인의 「돌멩이」는 『詩누이』를 읽으면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시입니다. 어제보다 단단해진 돌멩이, 내일은 더 단단해질 마음이라니. 이리저리 치이면서도 내일은 더 단단한 마음을 가져야 하는게 우리니까 더 와닿았나 봅니다. 이렇게 '싱고'는 잘 몰랐던 시를 발견하게 해주고, 시를 자신만의 방법으로 읽을 수 있도록 자신감을 채워줍니다.
   내일은 그동안 묵혀두었던 시집을 꺼내어 읽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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