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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신세계 ㅣ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2
올더스 헉슬리 지음, 이덕형 옮김 / 문예출판사 / 199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포디즘과 전체주의에 대한 반어법, 이렇게 멋진 신세계라니!
1913년 포드가 컨베이어를 이용해 T형 자동차를 대량 생산하면서 폭발한 기술 발전은 100년 동안 눈부신 변화를 가져왔고, 우리는 더이상 미래를 '공상'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무엇을 상상하든 더이상 놀랍지 않은 시대에 살고 있으니까요.
포디즘을 경험한 올더스 헉슬리는 자신이 상상한 미래의 모습을 그린 『멋진 신세계』를 1932년 발표합니다. 『멋진 신세계』는 조지 오웰의 『1984』, 예브게니 이바노비치 자미아친의 『우리들』과 함께 20세기의 3대 디스토피아 문학으로 꼽히는 작품입니다.
문명이 극도로 발달한 『멋진 신세계』에서는 더이상 부모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인공수정을 통해 유리병에서 배양되고, 유전자 조작을 통해 각 계급에 맞는 외모와 지적 수준을 갖게 됩니다. 반복된 조건반사 훈련과 주입식 학습을 통해 개개인은 자신에게 필요한만큼의 지식만 획득하게 되고, 자신의 삶에 만족하도록 설계되어 집니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은 자신이 행복하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지적 탁월성은 그것에 합당한 도덕적 책임을 수반해야 되는 거야. 사람의 재능이 뛰어나면 뛰어날수록 곁길로 이탈할 가능성도 커지는 법이야. 많은 사람이 타락하는 것보다는 한 사람이 희생하는 것이 더 나은 법이야." (p.187)
아무리 안정된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하더라도 누군가는 이런 시스템에 의문을 가지게 되기 마련입니다. 분명 상위 계급으로 태어났지만 유리병에서 배양될 때 무언가 잘못 투입되어 하위 계급의 열등한 외모를 가지게 된 '버나드 마르크스'는 배양된 인간들이 아닌 오래전에 사람들이 그랬던 것과 같은 방법으로 태어나서 살고 있는 문명 세계 밖, 그러니까 야만인들의 세계로 휴가를 떠납니다. 그곳에서 그는 원래는 문명 세계에서 태어났지만 어떤 사고로 인해 야만인들의 세계에서 아이를 낳아야만 했던 린다와 그의 아들 '존'을 만나게 됩니다. 버나드는 린다와 존을 문명 세계로 데려오는데, 사람들은 자신들과는 달리 엄마의 뱃속에서 태어난 야만인 '존'에게 많은 관심을 보입니다. 하지만 '존'은 그런 사람들을 역겨워 합니다.
"오, 멋진 신세계……." 야만인은 어떤 악의에 찬 장난으로 미란다의 말을 기억해내어 반복했다. "이러한 인간들이 사는 멋진 신세계여." (p.202)
포드가 컨베이어를 이용해 T형 자동차를 조립했듯이 『멋진 신세계』에서 아이들도 마찬가지 입니다. 아이들이 들어있는 유리병이 컨베이어 위에서 이동하며 각 단계를 거칠 때마다 배양에 필요한 무언가를 아이들에게 주입합니다. 헉슬리는 컨베이어와 대량 생산으로 대표되는 포디즘을 소설을 통해 비판하고 있습니다. 이 소설이 쓰여졌던 1932년에는 포디즘이 가져온 기술 발전으로 인해 분명 혜택 받은 것들이 훨씬 더 많았을텐데도 말입니다. 그리고 국가 혹은 계급의 최상위에 있는 사람들에 의해 개개인이 통제되고 억압 받는 전체주의도 경계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조지 오웰의 『1984』와도 통하는 부분입니다.
채워진 병이 끝없이 이어지는 컨베이어 위에 실려 손이 닿지 않는 위치로 이동하기도 전에 히유! 딸깍! 하고 다음 차례의 복막 조각이 깊은 곳으로부터 올라와 다른 병으로 들어가서, 컨베이어 위에 실려 천천히 이동해 가는 병의 대열 후미에 자리잡을 만반의 준비를 갖추게 되는 것이었다. (p.15~16)
지금의 사람들은 문명과 기술의 발달이 우리에게 유토피아를 선물해 줄 것이라고 더이상 상상하지 않습니다. 그것들이 가져다주는 혜택보다 부정적인 면이 훨씬 더 많을 것이라며 현재보다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습니다. 우리는 이 신세계를 어떻게 맞이해야 할까요?
"아름다움은 매력적이거든. 그런데 우리는 낡은 것에 사람들이 매혹되는 것을 원치 않아. 사람들이 새로운 것을 좋아하기를 바라는 입장일세." (p.2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