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모른다
카린 지에벨 지음, 이승재 옮김 / 밝은세상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알 수 없는 대상으로부터의 공포! 절대 끝나지 않습니다!
   우리가 공포를 느끼는 대상은 다양합니다. 그 중 가장 공포스러운 것을 꼽으라고 한다면, 알 수 없는 대상으로부터 느끼는 공포를 빼놓을 수 없을 것입니다. 어두운 밤 우리 뒤에서 따라오는 또각또각 발자국 소리, 이유없이 누군가를 죽이는 묻지마 살인,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존재에 대한 두려움 같은 것들 말입니다.

   능력있고 매력도 넘치는 반면 여자도 참 좋아하는 브누아 로랑 경감은, 차가 고장나 곤란을 겪고 있는 여자를 집까지 데려다 줬을 뿐인데 다음날 눈을 뜨니 더럽기 그지없는 콘트리트 바닥에, 게다가 철장 속에 갇혀 있습니다. 몸도 아프고, 옷도 엉망진창이고, 주머니 속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휴대폰, 지갑, 열쇠, 그리고 형사의 레어아이템이라 할 수 있는 권총과 수갑도 없습니다.
   이때 한 여자가 나타납니다. 빨간 머리에 '리디아'라는 이름을 가진 이 여자가 어젯밤에 차가 고장나 곤란을 겪던 바로 그 여자입니다. 그런데 무슨 이유로 그를 철장 안에 가둔 것일까요? 그는 그녀를 그녀의 집까지 데려다 줬을 뿐입니다. 그리고 그녀가 집안으로 들어와서 뭘 좀 먹으라고 해서 그렇게 했을 뿐인데, 그녀의 집에서 있었던 이후 상황이 만족스럽지 못했던 것일까요? 브누아는 어떻게 된 상황인지 알 수 없어서 미칠 지경인데, 이 여자는 15년 전 일을 실토하라고 합니다.
   브누아는 또 생각합니다. 자신이 그동안 만나고 버렸던 여자 중 한 명일까?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 여자들 중에 '리디아'는 없었던게 분명합니다. 빨간머리에 이렇게 매력적인 여자였다면, 그렇게 쉽게 잊어버렸을리가 없을테니 말입니다.
   리디아는 브누아가 죽지 않을만큼의 고문을 가해도 입을 열지 않자 브누아에게 단서가 될 수 있는 몇 가지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15년 전 자신의 쌍둥이 자매를 강간하고 죽인 뒤 그 시체를 유기한 사람이 '브누아'라고 누군가 익명으로 제보를 했다는 것입니다. 브누아가 아무리 그런 적이 없다고 해도 리디아는 브누아의 말을 믿지 않습니다. 게다가 브누아의 집 창고에서 쌍둥이 자매의 펜던트까지 발견했다고 합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리디아와 같은 오류를 저지르곤 합니다. 자신이 얻고자하는 것을 손에 넣기 위해 진실을 왜곡하거나 외면하는 것 말입니다.
   그렇다면, 리디아에게 거짓 제보를 한 사람은 누구일까요? 도대체 그는 브누아에게 어떤 원한을 갖고 있어서 이런 거짓 제보를 한 것일까요?

   넌 절대로 그 이유를 알 수 없어. (p.316)


   결국 『너는 모른다』는 이 한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살면서 다양한 의문과 공포와 대면하게 됩니다. 아니 삶 자체가 의문이고 공포입니다. 우리는 평생 그 의문들을 다 해결하지 못한채 공포를 맞이하게 됩니다.


   이야기는 대부분 좁은 철장 안에서 이뤄지며, 리디아가 브누아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고통을 가하는 모습이 그려지고 있습니다. 브누아의 아내와 그를 열심히 찾고 있는 동료 경찰들, 리디아가 정기적으로 정신과 전문의를 찾아가 상담치료를 받는 모습들이 간혹 그려지기도 합니다. 활동 반경이 꽤 좁은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브누아가 가지는 의문과 똑같은 의문을 가지며 소설 속으로 빠져들 수 있습니다. 이것이 카린 지에벨 소설이 가지는 가장 큰 장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 번 책장을 펼치면 궁금증을 해결하기 전까지는 절대 손에서 책을 내려놓을 수 없습니다. '브누아'와 '리디아'가 풀지 못한 수수께끼에 한 번 도전해 보세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