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캐럴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 21
찰스 디킨스 지음, 홍정호 옮김, 규하 그림 / 인디고(글담)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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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스크루지 영감을 이해할 수 있다!

   이제 곧 크리스마스입니다. 고맙게도 달력에 붉게 표시를 해 둔 덕분에 크리스마스는 쉬는 날입니다. 이번 크리스마스가 목요일이 아닌 금요일이었으면 크리스마스 자체가 '선물' 같았을 것입니다. 지금은 그저 출근하지 않는 날이지만, 어릴 때는 크리스마스 때마다 꼬박꼬박 무언가를 했던 것 같습니다.

   그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하나를 이야기하자면, 찰스 디킨스의 동화를 직접 대본으로 써 연극을 했던 기억입니다. 그때 제가 맡았던 역할은 동화 속 주인공이 아닌 극작가와 소품담당이었습니다. 대본을 들고 나름 배우들에게 연기에 대해 지적도 하고, 장면마다 필요한 소품들과 배우들의 의상까지 모두 챙겼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 대본을 어떻게 각색했는지 기억나지는 않지만,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을 볼 때마다 각별한 이유는 바로 그것 때문인 것 같습니다.

   너무나도 유명한 소설이지만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을 짧은 동화가 아닌 소설로 제대로 읽은 사람들은 과연 몇 명이나 될까요? 크리스마스를 맞이해 『크리스마스 캐럴』이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시리즈'의 21번째 책으로 나왔습니다. 심술 궂은 스크루지 영감이 어떤 모습으로 그려졌을까요?


   『크리스마스 캐럴』의 줄거리는 너무나도 유명합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꿈 속에서 과거, 현재, 미래의 유령을 만난 스크루지 영감이 크리스마스 날 아침부터 착한 사람으로 변한다는 이야기쯤은 모두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크리스마스 캐럴』을 다시 읽으면서 예전에는 그저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스크루지 영감'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진정할 수 있겠냐, 멍청이들이 우글거리는 세상에서 살고 있는데! 메리 크리스마스라니! 망할 메리 크리스마스다! 너 같은 녀석에게 크리스마스란 버는 건 없는데 빚은 갚아야 하고, 벌이가 나아지진 않는데도 나이만 한 살 더 먹는 때일 뿐이지. 넌 지금 즐거워할 것이 아니라 장부를 보며 일 년 열두달 어느 항목에서 적자가 났는지 확인해야 할 시기가 아니냐?" (p.20)


   스크루지 영감이 인정머리는 없어도, 가만히 생각해 보면 완전히 틀린 말도 아닙니다. 몸도 마음도 추운 계절, 주변 사람들과 따뜻함을 나누는 건 좋지만 크리스마스 하루를 보내기 위해 능력 밖의 지출을 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으니까요.


   "페치위그 영감은 너희들을 위해서 고작 몇 파운드만 썼을 뿐이야. 기껏해야 서너 파운드쯤 되겠지. 고작 그만한 돈이 이렇게 칭송받을 만한 일이라고 생각하나?"

   그 말에 발끈한 스크루지는 그 시절의 자신과 같은 마음으로 돌아갔다.

   "절대 그런 게 아닙니다. 유령님. 페치위그 영감님은 우리들을 행복하게도 불행하게도 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 일을 덜어줄 수도 있고 혹은 힘들게 해서 괴롭힐 수도 있었지요. 말이나 표정에서 그분의 힘이 이렇게 잘 드러나는데, 물질적으로 사소하고 대단치 않은 게 뭐 어떻습니까? 그분이 주는 행복은 돈으로는 살 수 없는 매우 귀중한 겁니다." (p.89)


   과거의 유령이 보여준 것처럼, 스크루지도 어릴 때는 달랐습니다. 크리스마스를 즐길 줄 알았고, 사장의 소소한 베품에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바탕이 있었기 때문에, 하루 아침에 변할 수 있었던 거겠죠?

   아무튼, 『크리스마스 캐럴』을 다시 읽으면서 예전에는 미처 보지 못했던 이 소설의 디테일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들도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크리스마스 캐럴』 제대로 읽기에 한번 도전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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