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의 킬링필드 - “나”와 “우리”와 “세계”를 관통하는 불평등의 모든 것
예란 테르보른 지음, 이경남 옮김 / 문예춘추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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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살고, 죽는 모든 것이 불평등이다!

   보통 불평등이라고 하면 경제적인 불평등이나 사회적 불평등을 가장 먼저 떠올리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불평등은 어디에서나 존재하며, 유형도 매우 다양합니다. 불평등은 굴욕, 굴종, 차별 대우, 조기사망, 건강 악화, 지식습득, 주류 사회생활로부터의 소외, 빈곤, 무기력, 스트레스, 불안, 근심, 자신감이나 자존감의 결여, 기회 박탈 등의 결과를 낳습니다. 캄보디아에만 '킬링필드'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이 세계 자체가 '킬링필드'인 것입니다.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는 불평등, 막연하게 느끼고 있을 때는 충격이 덜하지만 구체적인 자료나 객관적인 수치를 제시하면 상당히 충격적으로 다가옵니다. 불평등은 사람을 죽입니다. 1990년부터 2008년 사이에 대학 졸업장이 없는 미국 백인은 기대수명이 3년 줄었고, 적절한 교육을 받지 못한 백인 여성은 5년 이상 수명이 짧아졌다고 합니다. 게다가 미국의 흑인들은 백인보다 수명이 훨씬 더 짧습니다. 그래도 미국은 덜한 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짝 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는 시에라리온의 어린 아이들이 피와 맞바꿔가며 채집한 산물입니다. 이 다이아몬드로 인해 가난한 나라인 시에라리온의 빈부 격차는 더욱 심해지는데, 안타깝게도 이곳에서 요즘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돼 죽는 사람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가난한 사람들과 교육수준이 낮은 사람들은 죽음만 일찍 맞이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만성질환이나 각종 전염병에 노출될 확률도 그만큼 많습니다.

 

   "민주주의는 완벽한 평등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시민들이 공동의 생활을 공유할 것을 요구한다." ─ 마이클 샌델 (p.51)

 

   저자는 인간 역량을 방해하는 세 가지 종류의 불평등이 있다고 말합니다. 첫번째는 생명력 불평등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우리들은 다양한 요소들의 영향을 받아서 저마다 수명이 달라집니다. 이것은 사망률, 기대수명, 건강수명(심각한 질병 없이 살 수 있는 기간)과 출생시 몸무게와 특정 시기의 신체 성장 같은 아동 건강에 관한 여러 지표 등을 통해서도 알 수 있습니다.

   두번째는 실존적 불평등입니다. 자율성, 존엄성, 자유의 정도, 존중받을 권리, 자아를 개발할 권리 등 인격과 관련해 개인이 받을 수 있는 배당의 불평등을 의미합니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실존적 불평등을 당했을 때 박탈감과 스트레스, 자존강 상실 등의 문제를 겪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자원 불평등입니다. 행위자로서의 인간이 활동하는데 필요한 자원을 공평하게 제공받지 못하는 불평등입니다. 원래 강수량이 적어서 모든 국민들에게 고르게 돌아갈 물이 부족할 수도 있고, 반대로 물이 살 돈이 없어서 공급받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자원이 불평등하게 분배되면, 생명력 불평등까지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이 세 가지 차원은 서로 뒤얽히며 영향을 주고 받습니다. 하지만 하나의 불평등이 변화했다고 해서, 나머지 불평등들도 변화하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불평등은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요? 이론적으로 불평등은 사회적 구조물이기 때문에 해체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왜 아직까지도 해체되지 못했을까요? 불평등으로 인해 무언가를 취한 사람들이 원치 않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불평등에 맞선 사람들은 불평등을 겪고 있는, 가장 아래쪽에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앞으로도 가장 위쪽에 있는 사람들이 움직일 가능성은 희박해 보입니다. 그렇다면 그 중간에 있는 중산층 세계가 평등을 위한 싸움에 나서야 합니다. 결국 중산층을 키워야 불평등이 완화되거나 해소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30년전만해도 자신이 중산층이라고 대답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요즘은 스스로를 중산층이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보통은 부자이거나 가난하다고 대답하죠.

   『불평등의 킬링필드』는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뚜렷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오늘날의 불평등을 초래한 사회를 객관적인 자료를 근거로 비판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모든 사람들이 불평등을 겪지 않고, 공동의 생활을 공유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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