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유전자 전쟁 - 신고전파 경제학의 창조적 파괴
칼레 라슨 & 애드버스터스 지음, 노승영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현대 경제학은 맛이 갔다! 신고전파 경제학의 창조적 파괴

   우리가 배운 경제학은 어떤 의미가 있고, 어떻게 실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을까요? 『문화 유전자 전쟁』은 경제학, 특히 신고전파 경제학에 이런 질문을 던지며 문화 유전자 전쟁(MEME WARS)에 동참해야 한다고 합니다.

   신고전파 경제학이란, 현재 미시 경제학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경제학파로 인간 행동을 모델링할 때 자기 이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주장(p.128)합니다. 즉, 우리 인간이 합리적 효용 극대화를 추구하는 존재라는 것입니다. 개인의 이익이 극대화되고, 효율성만 좋아진다면 가장 합리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보이지 않는 손'을 주장했던 애덤 스미스는 자기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사회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과 일치한다(p.153)고 말했지만, 엔론 사태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보면 자기 이익만 극대화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현대 경제학은 맛이 갔다. 경제학은 경제를 이해한다는 실용적 목적을 저버리고 학문 자체를 위한 지적 유희로 전락했다. 경제학자들은 경제학을 분석적 엄밀성만 있을 뿐 현실 적합성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는 일종의 사회 수학으로 둔갑시켰다. (p.113)

 

   경제학자들은 근사한 연구실에서 빈곤을 연구하고 분석한다. 온갖 통계를 입수하고 온갖 모형을 만들고 자신이 모든 것을 안다고 확신한다. 하지만 그들은 가난을 이해하지 못한다. (p.161)

 

   19세기 신고전파 경제학에서 유별난 점은 최종적 성공을 거둔 시기가 20세기 말이라는 것이다. 이건 대단히 놀라운 현상이다. 물리학, 생물학, 천문학, 지질학, 공학은 이제 19세기의 것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과학은 늘 진화했다. 경제학은 21세기 문제를 19세기 이론으로 해석하고 분석하고 이해하는 유일한 학문이다. 죽음 충동에 사로잡힌 오늘날의 <주류> 경제학자들은 그동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듯 150년 된 공동묘지에서 가르침과 깨우침을 찾는다. 아무리 좋게 보아도 주객이 전도된 꼴이다. 지금처럼 대학들이 여기에 부화뇌동하는 것은 인식론적으로 무척 부끄러운 일이다. (p.127)

 

   이렇게 경제학 이론과 현실 사이에 괴리가 큰 이유는 무엇일까요? 현대 경제학은 지금의 경제를 이해해야 한다는 실용적 목적 대신 그저 연구실에 앉아서 공식을 만들고, 통계를 내고, 계산만 할 뿐입니다. 게다가 경제학은 상당히 폐쇄적인 학문입니다. 심리학, 과학과 같은 학문들은 시대에 따라 늘 변화하고, '새로고침'을 합니다. 반면 경제학은 21세기에도 19세기의 이론을 가지고 학생들을 가르칩니다. 그래서 지각있는 경제학도들은 이런 가르침을 거부하기도 합니다.

 

   기하급수적 성장이 영원히 계속될 수 있다고 믿는 자는 미치광이 아니면 경제학자다. (p.329)

 

   경제학은 다른 학문에 비해 상당히 낙관적입니다. 효율적인 방법을 발견하기만 하면 영원히 성장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원을 예로 들어보면, 연료를 좀 더 경제적이고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되면 소비를 줄일 수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되면 우리는 더 열심히 쓸 것이라는 것을 말이죠.

  게다가 이 자원이 조만간 고갈될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고, 가장 큰 자원이 지구가 병들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미래가 지금보다 나아질거라는 무조건적인 희망을 갖는 것은 바보 같은 일이라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밥 먹고 나서 숟가락을 씻는 것보다 땅속에서 석유를 뽑아내어 정유 공장에 운반하여 플라스틱으로 변환하고 적절히 성형하여 가게에 운송한 플라스틱 숟가락을 사서 쓰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하는 놀라운 경지에 올랐다. (p. 225)

 

   장기와 연결된 동맥을 끊으면 장기가 죽는다. 사람의 삶과 연결된 자연의 흐름을 끊으면 정신이 죽는다. 간단한 이치. (p.235)

 

   지금의 경제학은 생태 혹은 지구를 간과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생태 또한 경제학이 분석 대상에 포함시켜야 하는 한 요소가 되어야 합니다. 이런 경제학 혹은 경제학자들과 싸우는 것을 그들은 '문화 유전자 전쟁(MEME WARS)'이라고 합니다. 그들은 다음 세대 경제학자들에게 과제를 던져 줍니다. 경제 활동에 들어가는 비용을 모두 계산하고 반영하여 모든 상품의 가격이 생태적 진실을 말하는 세계 시장을 만들어(p.227) 달라고 말이죠.

 

 

   차버려 선언 : 전 세계의 경제학과 학생 일동은 아래와 같이 고발한다

 

신고전파 경제학을 가르치는 당신네 교수들과 당신네에게서 배워 졸업한 학생들은

이 땅에서 대형 사기극이 영원히 지속되도록 했다.

 

당신들은 공식과 법칙의 순수 과학을 연구한다고 우기지만,

경제학은 온갖 약점과 불확실성을 가진 사회 과학이다.

진짜 모습을 감추고 거짓 행세를 한 죄로 당신들을 고발한다.

당신들이 전문 용어로 방벽을 쌓고 연구실에 숨어 있는 동안 진짜 세상에서는

숲이 사라지고 생물이 멸종하고 사람들은 삶이 황폐화되고 목숨을 잃는다.

지구의 살림을 소홀히 한 죄로 당신들을 고발한다.

 

당신들은 경제 발전을 측정하는 방법인 GDP가 근본적으로 잘못되었으며 불완전하다는

사실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으면서도 이것이 국제적 기준이 되도록 내버려 두었으며

온갖 언론에서 매일같이 인용하도록 방관했다.

진보의 환상을 무분별하게 부추기며 인간과 환경의 건강을 파괴한 죄로 당신들을 고발한다.

  

세상에 크나큰 해악을 끼친 당신들의 시대가 이제 저물어 간다.

인류 역사상 가장 희망적이고 단호한 경제학 혁명이 시작되었다.

우리는 패러다임 투쟁을 벌일 것이고 진리의 순간을 맞이할 것이며,

그로부터 개방적이고 총체적이고 인간적 척도를 가진 새로운 경제학이 탄생할 것이다.

  

이 캠퍼스에서 저 캠퍼스에서 당신네 꼰대들을 권좌에서 몰아낼 것이다.

그리고 몇 년, 아니 몇 달 안에

우리는 운명의 수레바퀴를 새로운 방향으로 굴리기 시작할 것이다.

 

   kickitover.org를 방문하면 선언에 서명할 수 있다. (p.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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