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 선생
로베르토 볼라뇨 지음, 남진희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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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이해하지 못한 것은 무엇일까요?

마지막 장까지 다 읽었는데도 의문이 남거나 결론을 내릴 수 없는 책은 독자들을 참 피곤하게 만듭니다. 로베르토 볼라뇨의 『팽 선생』 또한 바로 그런 책입니다. 특히, 『팽 선생』은 로베르토 볼라뇨가 죽기 전까지 그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그러할 것입니다. 이미 죽은 작가를 다시 불러와서 물어볼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팽 선생』의 줄거리는 매우 간단합니다. 최면요법가이자 침술가인 팽 선생에게 딸국질이 멎지 않아 죽어가고 있는 페루의 시인 세사르 바예호를 봐달라는 청이 들어옵니다. 병원에서는 바예호를 위해 어떤 치료나 조치도 하지 않고, 병의 원인도 알 수 없다고 합니다. 그러면서도 팽 선생이 바예호를 살펴보는 것은 경계합니다. 게다가 이상한 일도 벌어집니다. 바예호를 보고 돌아오는 날, 두 명의 스페인 남자가 나타나 바예호의 치료를 거절하라는 것입니다. 바예호의 치료만 거절하면 평생 후회하지 않을만큼 많은 돈을 줄 수 있다고 합니다.

바예호는 이 알 수 없는 제안을 받아 들입니다. 이미 유명한 의사가 나타나 바예호를 살펴보겠다고 해서 시인의 부인은 팽 선생의 도움이 더이상 필요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두 스페인 남자는 자신이 치료할 기회가 사라졌다는 것을 모르는 것 같으니, 제안을 받아 들입니다. 이 돈으로 레노 부인과 근사하게 저녁을 먹을 수도 있으니까요.

간단하게 끝날 줄 알았던 일이 쉽게 끝나지 않습니다. 바예호 부인이 다시 팽 선생의 도움을 청했고, 팽 선생이 병원으로 가자 병원 관계자들이 그를 막아섭니다. 바예호 부인을 소개해 줬던 레노 부인과도 연락이 되지 않습니다. 스페인 남자들을 찾아 돈을 돌려주려 해도 찾을 수가 없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하지만 그를 둘러싼 세상은 더욱 알 수 없는 상황으로 빠집니다. 멀리 스페인에 있다고 생각했던 친구가 갑자기 나타나고, 자살했던 친구는 어느날 영화 속에서 등장합니다. 레노 부인은 약혼자를 데리고 나타나 바예호가 죽었다고 하며 한마디 남깁니다.

"아직도 선생님은 다 이해하지 못하고 계신 것 같아요." (p.160)

도대체 팽 선생이 이해하지 못한 것은 무엇일까요?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것은 팽 선생 뿐만이 아닙니다. 독자들도 마찬가지 입니다. 현실인지 꿈인지, 환상인지 경계가 모호한 이야기들이 곳곳에서 튀어 나옵니다. 게다가 등장인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바예호는 실존했던 인물이며, 바예호 뿐아니라 소설 속에 등장하는 몇몇 인물들은 모두 실존인물입니다. 그래서 더더욱 현실과 허구의 경계가 모호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팽 선생』을 통해 로베르토 볼라뇨가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를 궁금해 합니다. 2010년 미국에서 출간됐을 당시 「뉴욕타임스」는 이렇게 평했다고 합니다. "볼라뇨는 환상이 현실보다 더 현실적일 수 있다고 믿는다. 그는 우리로 하여금 그 이면에 무엇이 감춰져 있는 정확히 알 수 없으면서도 그 어둠의 크기를 느낄 수 있게 한다." 볼라뇨의 죽음과 함께 그가 전하고자 했던 의미를 해석하는 것은 오로지 독자들의 몫이 되어버렸습니다. 진정 볼라뇨가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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