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 하트우드
케이트 디카밀로 지음, 김경미 옮김, 배그램 이바툴린 그림 / 비룡소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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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에서 온 그대》 속 도민준, 천송이가 서로에게 들려주고픈 이야기!   

   요즘은 '드라마셀러'가 인기라고 합니다. 드라마가 뜨면 그 드라마 속에 나온 책까지 인기를 얻곤 하는데, 특히 드라마 속 주인공과 책의 싱크로율이 클수록 더 큰 공감을 얻는 것 같습니다. 단언컨대, 최근 가장 뜨거운 드라마라고 할 수 있는 《별에서 온 그대》에 반가운 책이 등장합니다. 2006년 '보스턴 글로브 혼 북 상'을 수상하며 큰 인기를 얻었지만 국내에서는 그에 미치지 못했던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 왜 드라마 속에 등장했는지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의 주인공 에드워드 툴레인은 도자기로 만든 토끼입니다. 팔다리뿐만 아니라 발과 머리, 몸통과 코까지 모두 도자기로 만들었고, 귀와 꼬리만 진짜 토끼털로 만들었습니다. 팔다리에는 철사로 이어진 이음새가 있어서 팔꿈치와 무릎을 구부릴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비단으로 만든 정장과 최고급 가죽 맞춤 신발, 큰 귀에 꼭 맞도록 구멍을 낸 모자까지 있고 금 회중시계까지 들고 다닙니다. 이쯤되면 직접 보지 않아도 얼마나 멋진 토끼인지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외모 덕분인지 모두들 '에드워드 툴레인'을 아끼고 사랑합니다. 반면 '에드워드 툴레인'은 그것을 당연하다고 느끼기 때문인지 사랑할 줄은 모릅니다.

   '에드워드 툴레인'은 10살 소녀 애빌린과 함께 살고 있는데, 애빌린의 할머니가 애빌린의 일곱 번째 생일에 선물로 에드워드를 만들어 달라고 해서 함께하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애빌린의 할머니는 에드워드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옛날에 아주 아름다운 공주가 있었어. 달도 없는 깜깜한 밤에 뜬 별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공주였지. 하지만 공주가 아름답건 아름답지 않건 무슨 상관이 있겠니? 아무 상관도 없었어."

   애빌린이 물었어요.

   "왜 상관이 없어요?"

   "왜냐하면 그 공주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고, 사랑이라는 것에 신경도 쓰지 않았거든. 자기를 사랑해 주는 사람이 많았는데도 말이야."

   순간 할머니가 이야기를 멈추고 에드워드를 똑바로 바라보았어요. 할머니가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자 에드워드는 다시 한 번 온몸이 떨렸어요.

   할머니는 여전히 에드워드를 바라보며 말했어요.

   "…… 공주의 아빠인 왕이 공주에게 결혼하라고 말했어. 그리고 곧 이웃나라에서 한 왕자가 왔지. 왕자는 공주를 보자마자 사랑에 빠졌어. 왕자는 순금으로 된 반지를 공주의 손가락에 끼워 주면서 이렇게 말했지. '당신을 사랑합니다.' 하지만 공주가 뭐라고 했는지 아니?"

   애빌린이 고개를 저었어요.

   "공주는 반지를 꿀꺽 삼켜 버렸단다. 손가락에서 반지를 빼서 그냥 삼켜 버렸어. 그러고는 이렇게 말했지. '이게 바로 내가 생각하는 사랑이에요.' 그리고 공주는 왕자에게서 달아났어. 공주는 성을 떠나서 숲 속 깊이 들어갔지.

   …… 공주는 숲에서 길을 잃었단다. 여러 날을 헤매고 다녔지. 마침내 작은 오두막에 닿게 되어 문을 두드렸어. 공주가 말했지. '날 좀 들여보내 주세요. 추워요.'

   …… 마녀가 물었어. '넌 누구를 사랑하지? 어디 이름을 대봐.'

   공주는 거만하게 대답했어. '난 아무도 사랑하지 않아요.'

   '넌 날 실망시키는구나.'

   곧 마녀는 손을 들고 이렇게 한마디 했어. '파스피거리.'

   그러자 아름다운 공주는 흑멧돼지로 변해 버렸어." (p.35~38)

 

   그러던 어느 날, 애빌린의 가족은 배를 타고 런던으로 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당연히 에드워드도 애빌린과 함께 떠납니다. 그런데 도중에 애빌린의 손을 놓쳐 바다에 빠지게 됩니다. 이때부터 에드워드의 여행이 시작됩니다. 이제 죽는 줄 알았던 에드워드는 시커먼 바다 속에서 어부에게 구출되어 어부의 아내에게, 그리고 딸에게 건네집니다. 그렇게 다시 사랑을 받는가 싶었는데 결국 쓰레기장에 버려지게 됩니다. 이후 에드워드는 허수아비 대신이 되기도 하는데, 다행히 아픈 여동생을 아끼는 소년에 의해 다시 사랑받는 에드워드가 됩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일 뿐, 소녀는 죽고 소년은 깨진 에드워드를 고치기 위해 인형 수선공에게 맡깁니다. 그렇게 에드워드는 다른 인형들과 마찬가지로 진열장 속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게 됩니다.

 

   "여기에 오는 사람들은 토끼가 아니라 아니라 인형을 원하거든. 아기 인형이나 나 같은 우아한 인형을 원하지. 예쁜 옷을 입고 눈을 떴다 감았다 하는 인형 말이야."

   "누가 사 가든 안 사 가든 난 관심 없어."

   인형이 헉 놀라며 물었어요.

   "누군가 널 사 가기를 원치 않는다고? 널 사랑하는 어린 여자아이가 널 갖기를 원치 않아?"

   에드워드가 말했어요.

   "난 이미 사랑을 받아 봤어. 애빌린이라는 여자아이의 사랑을 받았지. 그리고 한 어부와 그의 아내, 떠돌이와 그의 개에게 사랑을 받았어. 또 하모니카를 부는 남자애와 죽은 여자애에게 사랑을 받았고. 나에게 사랑에 대해 말하지 마. 나도 사랑을 알아." (p.182~183)

 

   얼마 후 인형가게로 들어온 한 소녀가 에드워드를 바라보며 엄마에게 말합니다. 그런데 그 엄마는 너무나도 익숙한 회중시계를 가지고 있었고, 에드워드가 그토록 그리워 한 애빌린이었습니다.

 

   항상 사랑만 받아온 에드워드, 그것이 당연한 일인줄로만 알았기 때문에 사랑할 줄 몰랐습니다. 그런데 더이상 사랑받을 수 없게 되자 '사랑'이라는 것의 힘을 알게 되고 그것을 그리워하게 됩니다.

   항상 반짝반짝 빛나는 위치에 있었던 배우 천송이(전지현)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자기 주변을 맴돌며 자기만 바라보고 있을 때는 미처 몰랐던 사실을 모든 사람들이 등을 돌리고 떠날 때에야 깨닫게 됩니다. 그녀도 사랑받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을, 그녀도 외로울 수 있다는 것을 말이죠.

   한 번도 누군가를 사랑해 본 적 없는 도민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오로지 자기 자신만을 위해 이 지구에 있는 어떤 것과도 공유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슬픔도, 걱정도, 아픔도 몰랐었는데 사랑을 하기 시작하면서 그 모든 것들을 공유하고 느끼게 됩니다.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은 이런 두 주인공이 서로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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