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린 사람들 열린책들 세계문학 216
제임스 조이스 지음, 이강훈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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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린에 어떤 우울함도 발을 딛지 못하게 할 것입니다!

   지상에서 가장 끔찍한 기근, 피의 일요일이 남긴 지독한 상처, 1990년대의 대호황, 다시 닥쳐온 어려운 경제 상황. 아일랜드를 이렇게 요약하곤 합니다. 1847년의 대기근으로 800만 명의 인구 중 200만 명이 죽었고, 200만 명이 이민선에 올랐습니다. 또, 영국의 식민 지배를 받았던 아일랜드는 끊임없이 독립 전쟁과 테러가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20세기의 아일랜드는 말 그대로 암울한 곳입니다.

  

   비록 22살에 더블린을 떠나긴 했지만 아일랜드를 대표하는 작가가 된 제임스 조이스는 트리에스테, 취리히, 파리 등으로 옮겨 다니며 살면서도 늘 자신의 영혼은 고향 더블린에 머물러 있었다고 합니다.

 

   "나는 항상 더블린에 대해 쓴다. 내가 더블린의 심장에 다가간다는 것은 세계 모든 도시의 심장에 다가간다는 말이다. 그 세부 속에 전체가 담겨 있다."

 

   제임스 조이스의 대표작인 『율리시스』와 『더블린 사람들』에는 20세기 초반의 더블린 모습이 잘 그려져 있습니다. 특히, 그의 첫 번째 소설집인 『더블린 사람들』은 그가 더블린을 배경으로 쓴 15편의 단편들을 묶은 것으로, 영국의 식민 지배로 암울하고 피폐해진 더블린 사람들의 모습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더블린 사람들』은 평소 알고 지냈던 신부의 죽음을 목격하는 어린아이가 등장하는 「자매」로 시작해 어릴적 자신을 좋아했던 한 소년의 죽음을 남편에게 이야기하는 「죽은 사람들」로 끝납니다. 소설의 처음부터 끝까지 '죽음'이 함께하며 우울한 분위기를 자아 냅니다.

   특히, 「죽은 사람들」에 등장하는 남편 게이브리얼은 크리스마스 시즌에 열린 무도회에서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새로운 세대, 새로운 사상과 새로운 원칙을 갖춘 세대가 우리 곁에서 자라나고 있습니다. 이 세대는 진지하고 새로운 사상에 매우 열설적입니다. 그리고 그 열성은 방향을 잃었을 때조차도, 제가 보기에는, 대체로 진실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회의적인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 옛날 생각, 젊은, 변화, 오늘 밤 우리가 여기에서 그리워하는 얼굴들에 대한 생각입니다. 우리의 인생길에는 그런 슬픈 기억들이 많이 깔려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그런 생각들만 하고 있으면 산 사람들 사이에서 우리의 일을 계속해 나갈 용기를 얻지 못할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우리의 성실한 노력을 요구하는 살아 있는 의무, 살아있는 애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저는 과거에 머물지 않겠습니다. 저는 오늘 밤 이곳에 어떤 우울한 도덕도 발을 딛지 못하게 할 것입니다. 우리는 일상의 번잡함과 소란으로부터 잠시 동안 떨어져 이곳에 모였습니다." (p.274~276)

 

   영국의 식민 지배를 받았기 때문에 당시 아일랜드에는 민족주의자들이 많았습니다. 또, 친영파들이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이런 인물들이 소설 곳곳에 등장하는데, 「죽은 사람들」의 게이브리얼은 친영파 신문에 문학 칼럼을 쓰고 돈을 받는다며 오랜 친구로부터 비난을 듣기도 합니다. 제임스 조이스가 더블린을 떠날 당시, 그의 마음을 반영한 이야기가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해 봅니다.

 

   『더블린 사람들』은 『젊은 예술가의 초상』, 『율리시스』와 함께 더블린 3부작으로 꼽히는 작품입니다. 『율리시스』를 읽기에는 우리 인생이 너무 짧다는 말도 있듯이, 『율리시스』가 호흡이 너무 길어서 막상 시작하기 두렵다면 짧은 호흡의 이야기들을 모아놓은 『더블린 사람들』로 시작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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