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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브 데이즈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우리 인생의 규칙, 이제부터 새롭게 정하는거야!
현재 자신의 삶에 만족하며 사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는 않지만, 현실이 이러하니 달리 어떻게 할 방법도 없고 해서 그럭저럭 살고 있는 사람들도 많겠죠. 그렇게 살다가 운이 좋으면, 자신의 삶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어떤 기회를 만나거나 깨달음을 얻을 수 있습니다. 『파이브 데이즈』의 주인공인 로라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남자의 아내고, 두 자녀의 엄마고, 1년 365일을 아홉 시부터 다섯 시까지 일하는 영상의학과 기사 (p.94)인 로라. 누군가의 병을 진단하기 위한 사진이기 때문에 일을 할 때는 항상 집중해야 하고, 두 아이는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고 있기 때문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며, 몇 달 전 일자리를 잃은 남편은 예민해져있기 때문에 기분을 잘 맞춰줘야 합니다. 누구보다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절대 자신은 행복하지 않은 로라.
"엄 마는 이미 더없이 많은 일을 했어요."
"어림없는 소리! 내 인생은 보잘것없었어. 네 아버지랑 너랑 친구 몇 명을 빼고는 나를 기억해줄 사람도 없잖니? 우울해서 하는 말이 아니라 진심이야. 나는 메인 주 한구석에서 평생을 보냈어. 도서관에서 일하면서 끝내 속을 알 수 없는 남자랑 결혼해 44년을 살았어. 능력이 대단히 뛰어난데도 자기 자신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딸 하나를 키웠지. 그게 내 인생의 전부야. 하나 더 있네, 더 많은 일을 했어야 한다는 후회."
단 72시간만이라도 이 생활에서 벗어나기 위해 주말동안 열리는 학회에 참가하기로 합니다. 한동안 여행을 떠나본 적이 없는 로라는 비록 일 때문에 떠나는 여행일지라도 이 도시를 떠난다는 사실이 즐겁습니다.
그리고 낯선 도시에서 한 남자를 만납니다. 그는 로라와 취미도 같고, 이야기도 잘 통하고, 가정에서 서로 겪고 있는 문제도 비슷합니다. 남편 조차 공감해 주지 않았던 로라의 이야기에 격하게 반응해 주는 이 남자. 당연히 로라는 이 남자에게 끌릴 수 밖에 없습니다. 남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사기꾼이 아닌 이상 누군가의 이야기에 격하게 공감했다면, 그 역시 대화가 통하는 상대를 만났다는 뜻이겠죠. 그래서 그들은 둘만의 보금자리를 만들기로 결심합니다. 그동안 자신들에게 매달려 있던 자식들은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자신들이 좋아하는 일들을 하며 즐기며 살자고 말이죠.
"누구나 혼자고 자신의 행복을 책임져줄 사람은 오로지 자기 자신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 어느 누구도 다른 사람의 생을 결코 대신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된 거야."
"방금 당신은 은연중 아주 중요한 말을 했어. 행복해지려거든 스스로 원해야 한다는 거야. 나는 오랜 시간 내 불행을 방치해왔어. 내가 인생과 잘못 타협한 대가니까 무조건 받아들이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 그렇지만 이제는……."
"우리는 이제 다른 삶을 살 수 있어. 인생의 규칙을 새롭게 정할 수 있어." (p.333)
하지만 오랫동안 자신의 전부였던 일상을 버리고 바꾸기란 쉽지 않은 법이죠. 마지막 순간에 그는 마음을 바꿔 로라 곁을 떠납니다. 혼자 남은 로라는 다시 집으로 돌아갑니다. 그리고 우리는 예상합니다. 로라가 집으로 돌아간 것은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것이라고.
그러나 그 5일동안 로라는 참 많이 변했습니다. 무언가를 깨달은 로라는 이제 예전처럼 돌아갈 수가 없습니다. 남편과의 관계도 정리하고, 새로운 일자리로 얻고, 새로운 곳으로 이사도 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자식과 남편에 얽매인 삶이 아닌 자신만의 삶을 찾아 즐기려 합니다.
로라에게 자신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깨달음을 준 것은 한 남자와 짧은 여행이었습니다. 로라처럼 지금의 삶을 즐기지 못하고 있다면, 마지막 순간에 마음을 돌린 그 남자일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살다보면, '인생자체가 온통 소화불량'( p.145)이 되겠죠. 우리 삶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소화제는 언제든지 찾을 수 있습니다. 로라처럼 우리도 그 소화제를 찾아서 인생의 규칙을 새롭게 정해볼까요?
인생은 그랬다. 지금 세상의 중심에 있다가도 한순간에 휩쓸려 사라질 수도 있는 것, 바로 그런 게 인생이었다. (p.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