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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형에 관한 간단한 고찰 3
박동선 글 그림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3년 5월
평점 :
작가가 직접 밝히는 혈액형별 성격론의 허구성, 그러나 사회생활에서는 도움이 된다!
혈액형의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1900년에 오스트리아의 의학자 카를 란트슈타이너가 A, B, C형 혈액형을 발견했고 2년 후인 1902년 추가로 AB형을 발견해 지금의 A, B, O, AB형으로 정착하게 된 것이다. 그후 1910년 대에 독일에서 백인이 다른 인종에 비해 우월하다고 보는 우생학과 혈액형을 연결시켰고, 유럽인들에게는 A형이 많은데 아시아인들에게는 B형이 많다며 A형보다 B형이 열등하다고 주장했다. 당시 식민지배를 위해 아시아에서 세력을 넓혀가고 있던 일본이 이 주장을 받아들여 성격과 혈액형을 연관시켰다. 결국 혈액형별 성격 유형은 아픈 역사 속에서 탄생해 대유행을 하게 된 것이다.
사실 혈액형별 성격유형은 좋게 말하면 통계학, 나쁘게 말하면 그럴듯한 말로 믿게하는 사기일 뿐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혈액형별 성격유형을 신뢰하지는 않지만,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참 간단하게 활용할 수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내 경우를 예로 들자면, 내 성격은 소심한 편이라 사소한 말에도 상처를 잘 받으며 무언가 완성되지 않으면 드러내놓길 싫어하고, 완벽하게 할 자신이 없으면 시작 조차 하지 않는다. 이런 내 성격을 설명하려면 주절주절 줄줄이 말해야 하는데, 아주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그냥 혈액형이 A형이라고 말하기만 하면 된다. 게다가 트리플 A형이라고 하면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한다. 그래서 혈액형별 성격유형은 신뢰하지 않지만 이렇게 활용할 때가 많다.
혈액형별 성격유형 가운데 요즘 가장 유명한 것이 바로 쳐돌았구맨이 그린 《혈액형에 관한 간단한 고찰》이 아닐까. 벌써 3권까지 출간되었고, 한국 웹툰 최초로 일본에서 <혈액형 군!>이라는 제목의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었다고 한다. 게다가 《혈액형에 관한 간단한 고찰》은, 흔히 우리는 《혈관고》라고 줄여서 말하곤 하는데 웹툰 뿐아니라 캐릭터, 광고 등 다양한 영역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혈액형에 관한 간단한 고찰》 3권에서는 일상, 학교, 직장, 가족과 연인 사이에서 벌어질 수 있는 에피소드들을 담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유용한 것이 혈액형별로 직장인들의 성격과 업무능력이다. 기억해뒀다가 나중에 활용하고 싶을 정도로 공감가는 에피소드들이 많다. 나 같은 A형은 타고난 '사회인'이라고 한다. 자신이 속한 집단에서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크고, 자신감에 따라 능력이 천지 차이라고 하는데 정말 고개를 끄덕이면서 보게 된다. 에피소드들을 읽다보면 어느새 수긍하게 된다. 이러니 《혈관고》에 중독될 수 밖에.
이런 웹툰을 그리는 작가는 혈액형별 성격유형을 얼마나 신뢰하는 걸까? 작가는 첫번째 에피소드에서 자신이 어떤 사람인가 하는 것보다 타인의 기대에 부응해서 행동하게 된다는 피그말리온 효과나 낙인 효과,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는 성격이나 심리적 특징을 자신만의 특성으로 여기는 심리적 경향인 바넘 효과를 소개하며 "혈액형별 성격론의 허구성"을 미리 밝히고 있다. 그래서 이런 말장난에 넘어가지 않을거라고 단단히 다짐을 하고 읽기 시작해도 첫번째 에피소드부터 무장해제 되는 것이다.
당신도 몰랐던 당신의 성격이 궁금하다면, 매일 마주치는 직장 동료와 원만한 대인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면 아주 가볍게 읽어보길 바란다. 왜냐하면 간단한 고찰이니까.
2013. 05. 30. by 뒷북소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