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얘기를 들어줄 단 한 사람이 있다면 - 뚜벅이변호사 조우성이 전하는 뜨겁고 가슴 저린 인생 드라마
조우성 지음 / 리더스북 / 2013년 4월
평점 :
절판


휴머니즘과 깨알 법률 정보가 함께 공존하는 힐링 law say!

   요즘은 나 혼자 잘 지킨다고 해서 평생 법 없이도 잘 살 수 있는 그런 시대가 아니다. 누군가 악의적인 마음을 품고 일방적으로 고소를 할 수도 있고, 전혀 모르는 사람들에 의해 내 소중한 정보가 유출될 수도 있다. 해마다 연말 즈음이 되면 기승을 부리는 저작권 관련 고소들, 보통 법과는 거리가 먼 학생들이나 일반인들을 상대로 이뤄지는 일이기 때문에 지레 겁을 먹고 상대 변호사에게 합의금을 전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 보통은 내용증명서 한 통으로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지만, 법을 잘 모르기 때문에 법을 앞세우고 달려드는 사람들한테 당할 수 밖에 없다.

 

   『내 얘기를 들어줄 단 한 사람이 있다면』은 17년동안 변호사로 활약해 온 조우성 변호사가 자신이 보고 겪었던 35편의 일화를 엮어낸 책이다. 제목만 보면 요즘 유행하는 힐링 에세이 같아서 소송의 뒷이야기를 다룬 책처럼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오해하지 말자! 우리가 TV나 영화를 통해 주로 봐왔던 것처럼 늘 치열한 공방이 오고가는 소송만 있으란 법은 없으니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소송에서 이기는 것만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조우성 변호사는 『내 얘기를 들어줄 단 한 사람이 있다면』이라는 제목이 말해주듯이 무조건 소송에서 이기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의뢰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공감해 주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힘이 되는지를 알고 있었다. 그래서 시간과 돈이 많이 필요한 소송 대신 원활하게 해결할 수 있는 더 좋은 방법이 있다면 자신의 경력과 수임를 포기하고서라도 그렇게 했다. 

   그 한 예로 벽돌을 납품한 지 일 년이 지나도록 대금을 지급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던 벽돌제조업체의 이야기가 있다. 벽돌 대금을 받기 위해 소송을 하려고 찾아온 벽돌제조업체 사장에게 조우성 변호사는 최소 6개월 이상 걸리는 소송 대신 간단하게 내용증명 한 통을 보내는 것으로 1주일 내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물론 조우성 변호사의 제안으로 문제는 깔끔하게 해결되었다. 만약 6개월 이상 걸릴 수 있는 소송으로 밀고 나갔다면 그동안 벽돌제조업체는 임금 등을 지급하지 못해 부도가 났을지도 모른다.

 

   변호사는 문제를 해결해주는 사람이어야 하지만 동시에 의뢰인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편법적인 방법이 아니면서도 시간과 비용 대비 가장 효율적인 솔루션을 찾아냈을 때 변호사로서 큰 보람을 느끼곤 한다. (p.276)

 

   비단 이 사건 뿐만이 아니라 그의 일화 속에서는 소송 대신 다른 기발한 방법으로 사건을 해결한 사례가 종종 등장한다. 그리고 잘 작성한 내용증명 한 통의 힘이 얼마나 큰지도 느끼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은 죄가 없으니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홀로 법정에서 상대와 맞서는 경우가 있는데, 그는 반드시 변호사나 법무사의 도움을 받으라고 조언한다. 아무리 죄를 저지르지 않았다고 해도 법에 대해 잘 모른다면 억울한 경우를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미 철철 넘치는 일화들을 다루고 있지만 우리가 실생활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팁도 담겨있다. 예를들면 저작권을 침해했으니 합의금을 내라는 통보를 받았을 때, 미성년자인 자녀가 대출 사기 등에 이용 당했을 때, 가족 간에 재산분배나 상속 등으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례에 대한 해결법을 깨알같이 전해 주고 있다.

 

   이렇게 인간미 철철 넘치는 조우성 변호사가 사회 정의 구현을 위해 날카로운 칼과 판결을 내리는 검사나 판사가 아닌 변호사의 길을 선택했을까? 사법시험 합격 후 그도 법원, 검찰청, 변호사 사무실에서 일정 기간 수습 과정을 거쳤고 당시엔 당연히 검사가 되어야 겠다고 생각했단다. 그런데 인턴 격인 검사시보 생활을 하면서 검사는 자신의 적성에 맞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당시 검사시보였던 그가 해야할 일은 죄가 있다고 의심되는 사람, 즉 피의자를 심문해 수사기록을 완성하는 것인데 그 수사기록에 자꾸 피의자의 딱한 사정까지 기록하게 되었다고 한다. 급기야 담당 검사가 "이건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가 아니라 변호인이 작성한 변론요지서 같습니다. 아랫부분은 전혀 필요 없는 부분입니다. 모두 지우세요."라고 말할 정도였다고 한다. 4개월간의 검사시보 생활은 이런 그에게 맞지 않았고, 그는 자신의 이름 그대로 정성을 다해 남을 돕기 위해 변호사의 길을 택했다고 한다.

 

   공평하게 법을 집행해야 하고, 법에 따라 도와줘야 할 사람들이 오히려 법을 이용해 법을 잘 모르는 약자들을 괴롭히는 경우를 종종 보곤 한다. 조우성 변호사처럼 진정으로 약자의 편에 서서 도움을 주는 양심적인 법조인들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2013. 05. 02. by 뒷북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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