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는 인간
KBS 공부하는 인간 제작팀 지음 / 예담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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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의, 공부에 의한, 공부를 위한 호모 아카데미쿠스!

대학만 들어가면 시험과는 끝, 자유롭게 대학 시절을 즐길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대학 문턱 너머로 취업의 문이 보입니다. 다시 취업의 문을 통과하기 위해 고등학생 때보다 더 열심히 공부해서 가까스로 취업을 하고 나면, 자기계발이니 승진이니 해서 또다시 새벽부터 학원을 전전하게 만듭니다. 이것은 비단 대한민국에서만 볼 수 있는 특수한 상황일까요?

대한민국과 인접해 있는 중국과 일본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한민국의 학생들이 명문대를 들어가기 위해 아주 어릴적부터 학교와 학원을 전전하듯 중국 학생들도 명문대를 가기 위해 위장 전입을 하고, 일본 학생들도 한번 입학하면 마치 에스컬레이터를 타듯 큰 힘 들이지 않고 다음 상급학교로 진학할 수 있는 유치원에 입학하기 위해 애를 씁니다.

좀 더 멀리 나가볼까요? 인도에서는 인도 최고 명문으로 꼽히는 IIT에 들어가지 못해 어쩔 수 없이 MIT를 들어갔다는 사람이 있습니다. 허풍이라 여기는 사람들도 있을테지만, 인구에 비해 대학이 극히 적은 인도에서 명문대에 가려면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공부하면 빼놓을 수 없는 민족이 있습니다. 바로 유대인들입니다. 전 세계 인구의 0.2% 밖에 되지 않는 유대인들이, 게다가 얼마전까지만 해도 나라 없이 방황하던 유대인들이 역대 노벨상 중 23%를 휩쓴 비결은 무엇일까요? 급기야 이스라엘 제2의 수도라 불리는 텔아비브에는 '노벨상 거리'까지 있다고 합니다.

대한민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인도, 그리고 유대인들까지 공부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혹시 눈치채셨나요? 이 다섯 나라 국민들이 공부를 하는 공통된 이유는 바로 하나입니다. 지독한 가난에서 벗어나 좀 더 잘 살기 위해서는, 인간 대접도 못 받는 하층민에서 좀 더 높은 계층으로 신분 상승을 하기 위해서는, 공부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어떤 이들에게는 '공부'가 궁극의 목적이 될 수도 있겠지만 이들에게는 '공부'가 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수단일 뿐입니다.

가진 것이라고는 자기 자신 밖에 없는 사람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좋은 학교에 들어가 좋은 직장에 취직하는 것입니다. 인도의 신분제도인 카스트에서 최하층인 수드라에도 속하지 않는 사람들을 '달리트', 즉 '불가촉천민'이라 불렀습니다. '불가촉천민'이란 '닿기만 해도 부정해지는 천민'이라는 뜻으로, 달리트에게 인간 대접이란 꿈꿀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인도 최고 명문인 IIT를 들어가 좋은 직장에 취업만 한다면 그들을 옳아맸던 신분제도에서도 벗어날 수 있습니다. 유대인들이 그토록 열심히 공부한 이유도 그들에게는 발 뻗고 잘 수 있는 '나라'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어느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전세계를 떠돌아 다녀야 했던 유대인들에게 유일하게 가질 수 있었던 재산은 돈과 지식 뿐이었습니다.

그렇다고 다른 나라 국민들이 공부를 안한 것도 아닙니다. 다만 이와 같은 강력한 동기가 없었을 뿐이고, 공부를 하는 방식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공부를 하는 방식은 동서양이 큰 차이를 보입니다. 대한민국, 중국, 일본 학생들은 주로 혼자 공부하는 주입식 교육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반면 프랑스나 영국 등과 같은 나라의 학생들은 끊임없이 '왜?'라는 질문을 던지고 여러 사람들과 함께 토론하는 것을 즐깁니다. 암기 중심의 동양의 공부가 옳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이제 우리도 세계가 질문을 통한 소통과 협력의 공부에 주목하는 이유를 좀 더 진지하게 고민해 보아야 한다(p.355)고 이 책은 말하고 있습니다.

 

『공부하는 인간』은 지난 3월 화제 속에 방영됐던 KBS 다큐멘터리 《공부하는 인간》에서 미처 담아내지 못했던 것들을 보다 심도있게 다룬 책으로, TV 다큐멘터리를 보듯 책 또한 술술 잘 읽힙니다. 하버드 대학교에서 심층 면접과 오디션을 통해 선발한 네 명의 학생들과 함께 한국, 중국, 일본, 이스라엘, 프랑스, 영국 등을 돌아보며 체득한 것들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각 나라별로 학생들이 공부하는 모습을 통해 그 나라의 사회, 문화는 물론이고 역사적인 배경까지 함께 볼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혹자는 평생 해도 부족한 것이 공부라고 합니다. 우리 인생에서 절대 떼놓을 수 없는 공부, 그렇다면 '전정한 공부'를 해보는게 좋지 않을까요? 《공부하는 인간》을 통해 앞으로의 '공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됩니다.

 

"공부의 끝이 어디 있겠습니까? 살다 보니 늙는 것이고, 공부하다 보니 또 늙는 것이지요. 공부는 죽기 전까지 하는 것입니다. 정신이 허락하는 한 공부해야 합니다. 세상에는 늘 새로운 지식이 존재하고 인간은 늘 새로운 의문이 생기기 때문에 계속 공부해야 합니다. 결코 공부의 끝이란 없습니다."

공부는 인류 보편의 테마이자 인류 문명의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힘이며, 그 자체가 인류 문명을 이해하는 하나이 문화 코드다. 따라서 공부를 보면 과거의 우리가 보이고 현재의 우리, 미래의 우리가 보인다. 그러므로 아무리 험난하고 힘들어도 공부는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 미래에도 인간이 가야 할 길이다. (p.358~359)

2013. 04. 08. by 뒷북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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