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을 나온 암탉 (반양장) - 아동용 사계절 아동문고 40
황선미 지음, 김환영 그림 / 사계절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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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 꿈을 이룬 암탉!

어릴 때부터 어른이 된 지금까지 종종 듣게 되는 질문 가운데 하나가 바로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가 아닐까? 어릴 때는 참 쉽게도 대답했던 이 질문이 요즘엔 왜 그렇게도 답하기가 어려운지 모르겠다. 요즘 나의 꿈은 무엇일까? 과연 나에게도 꿈이라는게 있는걸까?

『마당을 나온 암탉』의 이름은 '잎싹'이다. 아무도 이름을 붙여준 적이 없었기 때문에 스스로 붙여준 이름이다. 원래 '잎싹'은 양계장 속 닭장에서 매일 매일 알을 낳아야 했던 암탉이었다. 그런데 마당에 있는 암탉이 낳은 알을 품어서 병아리를 까는 걸 보고는 마당으로 나가서 자신이 낳은 알을 품어보는게 소원이 되었다. 그래서 잎싹은 품어 보지도 못할 알을 낳는게 싫었고, 잎싹이 알을 낳지 못하자 주인 부부는 폐계라며 죽음의 구덩이로 잎싹을 밀어 넣었다.

"나한테는 소망이 있었어. 알을 품어서 병아리의 탄생을 보는 것! 암탉으로 태어났으면 당연히 가질 수 있는 바람인데, 끝내 이루지 못하고 이렇게 죽는구나." (p.23)

죽음의 구덩이에 빠져 잎싹이 정신을 못 차리고 있을 때 청둥오리가 잎싹을 노리고 있는 족제비로부터 구해준다. 마당 헛간에서 묵고 있던 청둥오리를 따라 마당으로 돌아간 잎싹은 드디어 그토록 원하던 마당으로 나와 살게 됐다고 기뻐한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잎싹은 알지 못했다. 혼자서 낳은 알은 절대 병아리로 부화시킬 수 없다는 것을. 마당 식구들로부터 구박만 받던 잎싹, 그러나 자신을 구해준 청둥오리가 있어서 덜 외로웠지만 어느날 청둥오리도 뽀얀 오리를 만나 떠났다.

결국 마당을 나온 잎싹은 청둥오리의 비명소리를 들었고, 숲에서 아주 예쁜 모양의 알 하나를 발견한다. 아무리 기다려도 어미가 돌아오지 않자 잎싹은 그 알을 지극 정성으로 품게 되는데, 마침 청둥오리도 잎싹에게 먹이를 가져다 주는 등 잎싹의 곁을 지켜준다. 하지만 청둥오리는 그들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던 족제비에게 목숨을 빼앗기고, 그날 잎싹과 청둥오리가 그토록 기다리던 알에서 새끼가 깨어난다.

오랫동안 닭장 안에만 있었기 때문에 눈치가 둔했던 탓일까? 자신이 혼자 낳은 알은 병아리로 부화시킬 수 없다는 걸 몰랐던 것처럼 꽤 오랫동안 잎싹은 자신이 품고 있었던 알이 청둥오리와 뽀얀 오리의 것이라는 걸 몰랐다. 마당 식구들이 그들을 구박하고 따돌릴 때야 잎싹은 왜 청둥오리가 아기가 태어나면 마당이 아닌 저수지로 가라고 했는지를 알게 된 것이다.

"잎싹아, 너는 훌륭한 어미닭이야. 나는 날지 못하게 된 야생 오리고, 너는 보기 드문 암탉이야. 우리는 다르게 생겨서 서로를 속속들이 이해할 수 없지만 사랑할 수는 있어. 나는 너를 존경해." (p.81)

청둥오리가 잎싹에게 들려줬던 말처럼 비록 생김새는 달랐지만 잎싹은 아기를 제 자식처럼 보살펴주고 사랑했다. 하지만 아기는 점점 자라면서 오리의 본성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잎싹과 함께 있으면서도 외로워했다. 아기가 헤엄을 치고 날개되면서 잎싹은 아기에게 '초록머리'라는 이름을 붙여줬고, 초록머리는 종종 잎싹 곁을 떠났다. 그런 날이면 잎싹은 밤새 안절부절하며 초록머리를 찾아다녔고 족제비에게 초록머리가 당하지는 않을까 밤새 잠도 자지 못했다. 이런 잎싹의 마음을 알지 못하는 초록머리지만 지극 정성으로 돌봐주면서 자신의 몸은 점점 야위어가는 잎싹을 보면서 우리의 어머니들도 우리를 키우면서 그렇게 힘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울컥했다. 그토록 잎싹을 무시했던 오리의 우두머리도 그런 잎싹에게 머리 숙여 존경을 표하기까지 한다.

이건 세 번째 기적이었다. 철망을 나와서 아카시아나무 아래에 살았던 것이 첫 번째 기적이고, 알을 품은 것이 두 번재 기적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놀랍고 행복한데 또 하나의 기적이 일어났다. 족제비가 사냥에 실패했고, 초록머리가 날기까지 했다. (p.131)

하지만 그들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족제비가 죽지 않는 한 이 이야기는 마냥 행복한 결말의 이야기가 될 수 없다. 초록머리는 청둥오리떼 무리의 파수꾼이 되어 함께 떠나고 혼자 남은 잎싹은 네 새끼의 어미, 바로 족제비의 먹이가 된다.

"어리다는 건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 아가, 너도 이제 한 가지를 배웠구나. 같은 족속이라고 모두 사랑하는 건 아니란다. 중요한 건 서로를 이해하는 것! 그게 바로 사랑이야." (p.152)

이 동화를 읽는 포인트는 세 가지이다. 첫번째는 그저 닭장 속에 갇혀 평생 알만 낳다가 죽을 운명이었던 '잎싹'의 꿈과 닭장 탈출기이다. 잎싹에게는 두 가지 꿈이 있었고, 결국 그 두가지 꿈을 모두 이뤘다. 하지만 그 꿈을 모두 이뤘다고 해서 잎싹은 그만두지 않는다. 잎싹은 죽는 순간까지 끊임없이 꿈을 가지고 이루려고 하는데, 잎싹의 마지막 꿈은 하늘을 나는 것이었다.

"한 가지 소망이 있었지. 알을 품어서 병아리의 탄생을 보는 것! 그걸 이루었어. 고달프게 살았지만 참 행복하기도 했어. 소망 때문에 오늘까지 살았던 거야. 이제는 날아가고 싶어. 나도 초록머리처럼 훨훨, 아주 멀리까지 가 보고 싶어!
아, 미처 몰랐어! 날고 싶은 것, 그건 또 다른 소망이었구나. 소망보다 더 간절하게 몸이 원하는 거였어." (p.189)

두 번째자식을 향한 어미의 아니 부모의 대가없는 사랑이다. 비록 자신과 다른 모습의 자식이었지만, 잎싹은 그 자식을 위해 목숨까지 내놓을 각오를 한다. 여기서 자식을 위해 목숨을 내놓는 것은 비단 잎싹 뿐만이 아니다. 청둥오리도 그랬고, 그들을 노렸던 족제비도 자신의 새끼들을 지키기 위해 힘든 몸을 이끌고 사냥에 나섰다.

세 번째서로 먹고 먹히는 먹이 사슬을 엿볼 수 있다는 것이다. 잎싹은 잠자리를 먹고, 족제비는 청둥오리와 닭을 잡아 먹지만 개에게는 꼼짝할 수 없다. 물론 이 먹이 사슬의 가장 꼭대기에는 우리 인간들이 버티고 있고.

동화지만 가슴 한켠을 울컥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다. 그리고 지금의 내 꿈은 무엇인지 곰곰히 생각해 보게 된다. 애니메이션을 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아직 이 이야기를 만나보지 못했다면 원작동화든 애니메이션이든 한번 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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