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를 품은 달 1
정은궐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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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누구나 사랑에 대한 판타지를 꿈꾼다!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과 『규장각 각신들의 나날』로 어느덧 베스트셀러 작가 대열에 합류한 정은궐의 『해를 품은 달』은 가상의 왕 '훤'과 액받이 무녀 '월'의 질기고 질긴 사랑을 그린 역사 로맨스 소설이다.

   역사 소설이라고 하면 흔히 실존했던 왕을 주인공으로 하기 마련인데, 정은궐은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 내어 역사 속 인물이라는 틀에 갇히지 않고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그래서 역사 로맨스 소설이 아닌 판타지 로맨스 소설이라 분류하기도 한다.

 

   세자빈의 운명을 타고 났으나 또다른 세자빈 후보 편에 선 사람들의 무고술로 죽임을 당해야 했던 연우, 모든 사람들이 죽은줄로만 알았던 그녀는 8년 후 액받이 무녀 '월'이라는 이름으로 왕의 곁으로 돌아온다. 그녀가 죽은지 8년이 지났지만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그녀를 여전히 가슴에 품고 있는 왕 , 미행에서 만난 한 무녀에게 반해 '월'이라는 이름을 붙여준 왕은 '월'에게서 연우의 모습을 찾는다. 왕보다 먼저 연우를 가슴에 품었지만 연우마저 훤에게 양보해야 했던 훤의 형 양명군, 양명군의 친구이면서 왕의 호위무사이기도 한 운검, 그리고 양명군과 운검의 친구이자 연우의 둘도 없는 오라버니 과 그를 지독하게 가슴에 품은 훤의 동생 민화공주 등 『해를 품은 달』에서는 흔치 않은 등장인물들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중 내가 꼽는 가장 매력적인 인물은 왕 '훤'도 민화공주의 앓이 대상이었던 '염' 아닌 양명군이다.  그동안 역사와 소설을 통틀어 왕이 되지 못한 왕자들은 어느 순간 누군가의 꾀임에 빠져 왕의 맞은편에 서거나 혹은 반역을 꿈꾸지는 않았지만 제대로 처신하지 못한 탓에 억울한 죽임을 당하곤 했었다. 그런데 양명군은 끝까지 형으로서 동생 '훤'을 지켜주었고 그 어떤 달콤한 꾀임에도 넘어가지 않았으며, 자신이 살아 있음으로 해서 앞으로 또다시 겪게 될 일들을 예견하고 스스로 자신의 미래를 선택한다. 한편으론 세자가 되지 못한 왕자의 설움과 외로움이 느껴져 더욱 연민을 품게 되기도 했다.

 

   사실 드라마를 처음부터 끝까지 본 것은 아니다. 너도 나도 드라마 이야기를 풀어 놓아서 드라마 대신 소설을 선택해서 읽었던 것이고, 이러쿵 저러쿵 말들이 많아 어떻게 드라마를 끝낼지 궁금해서 마지막 2회만 보았다. 단 2회만 보았을 뿐인데 드라마의 허점이 많이 보였다. 물론 그것이 책과 드라마의 차이이고, 드라마의 한계일 수도 있지만 설명이 안되는 부분들이 너무 많았다. 드라마의 마지막을 보고나서 소설의 마지막을 읽었는데, 그제서야 드라마를 보며 품었던 의문이 풀렸다. 왜 염과 민화공주를 죽이려 했는지, 어차피 죽일 사람들에게 사건의 진상은 왜 알려줬는지, 그리고 왜 양명군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는지를 말이다.

   드라마보다 소설이 좀 더 완성도가 있을 뿐, 그렇다고 소설이 아주 훌륭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정은궐 작가 스스로가 한 인터뷰에서 자신은 그저 '로맨스 작가'라고 했단다. 그 말이 딱인 것 같다. 어쩜 그리도 닭살 돋는 멘트들만 골라서 던지는지 『해를 품은 달』을 읽고 있으면 온몸이 간질간질하다. 뿐만아니라 우리가 흔히 베스트셀러 작가라 부르는 이들의 문장과 비교해 보면 어딘가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의 인기 이유를 굳이 찾아본다면 이것이 아닐까? 우린 누구나 가슴 속에 사랑에 대한 판타지를 갖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 사랑에 대한 판타지를 잘 그려줬기 때문에 유치하다, 닭살 돋는다, 스토리가 엉망이다 하면서도 꿋꿋이 봐줬던게 아닐까 싶다.

 

2012. 03. 17. by 뒷북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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