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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 한차현 장편소설
한차현 지음 / 문이당 / 2010년 6월
평점 :

감히 '최초'라 말하는 이 작가는 누구?!
한차현, 4권의 장편소설을 쓴 등단 12년차 소설가. 하지만 난 그가 다섯번째 소설 『변신』을 발표하고서야 그의 이름을 접했다. 그의 이름을 처음 접하는 사람이 비단 나뿐만은 아닐 것이라 믿는다. (아님 말구) 누구는 한 편의 단편소설을 발표하고도 반짝반짝 빛나는 명성을 얻곤 하는데, 그는 왜 그러지 못했을까? 아마도 그건, 그가 흔히 주류라 부르는 문학을 쓰는 작가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서 주류란, 포장마차에서 술 한잔 기울이며 안주 삼아 논할 수 있는 것쯤으로 해두자. 깊이 파고들면 골치 아파 지는 것이 그쪽 세계니까.
그동안 한차현 작가는 『내가 꾸는 꿈의 잠은 미친 꿈이 잠든 꿈이고 네가 잠든 잠의 꿈은 죽은 잠이 꿈꾼 잠이다』나 『대답해 미친 게 아니라고』, 『사랑이라니 여름 씨는 미친 게 아닐까』 등 제목부터 톡톡 튀는 작품들을 주로 써왔는데, 그에 비하면 『변신』이라는 제목이 주는 첫인상은 다소 약해 보인다. 하지만 감히 "한국 문단 최초! 세계문학사상(아마도) 최초!"라는 타이틀을 달고, "SF + 성경 + 정신분석 + 음모론"을 이 한 권의 소설을 통해 모두 선보인다고 한다. 도대체 이 작가는 어떤 글을 쓰는걸까?
『변신』의 줄거리를 간략하게 요약하자면, 서울에서 목사로 일하고 있는 주인공 '차연'이 어느날 외계 생명체와 접선한 후 그들의 안내를 따라 아내 '소원'과 함께 우주 여행을 떠난다는 것이다. 집사였던 '소원'은 우주에서 '어떤 종교'를 접하고 지구로 돌아오지 않고, 혼자 지구로 돌아온 '차연'은 목사에서 영구제명 당하고 스스로를 이단이라 부르며 '어떤 종교'를 설파하는데 나선다.
어떤 의미에서 "최초"라는 타이틀을 내걸었는지는 모르겠다. 이 정도의 엽기 발랄함과 SF는 이미 박민규 작가가 보여줬던 것이기 때문이다. 거기에다가 종교적인 것을 더해서 "최초"라 말했다고 해도 동의할 수 없다. 하지만 SF와 성경을 접목해서 어떤 종교적인 음모론을 제시하고 있는 것은 맞다. 그렇다고 겁 먹을 필요는 없다. 움베르토 에코처럼 머리 아프게 파헤치고 있는 것은 아니니까. 그리고 작가가 특정 종교를 향해 펜대를 날카롭게 치켜들고 있다는 것도 한눈에 보인다. 비유 등을 통해 돌려 말하지 않고 직설적으로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과는 달리 우리 문학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내용의 소설. 그래서 신선하고 재밌다. 그것이 지나치면 안주고 뭐고 다시 집어 넣고 싶을텐데, 딱 적당할만큼 독특하다. 사람들은 저마다 독서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다르다. 만약 나처럼 독서를 통해 재미를 찾길 원한다면 한번쯤 읽어볼만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한가지 덧붙이자면, 내가 이 책을 선택하게 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일러스트 작가 오기사가 표지 및 본문 일러스트를 그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본문에서 일러스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없다. 혹시 나처럼 기대하는 독자가 있을까봐 미리 알려주는 것이다.
10-058. 『변신』 2010/06/30 by 뒷북소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