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라쉬 브런치 - 번역하는 여자 윤미나의 동유럽 독서여행기
윤미나 지음 / 북노마드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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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부터 번역하는 여자를 따라 사랑에 빠지기 위한 구실을 만들어 볼까요! 

   어딘가로 여행을 떠나기 전에 반드시 그곳을 배경으로 한 책이나 영화를 찾아본다. 혹은 책이나 영화를 통해 알게 된 그곳에서 직접 눈도장을 찍고 공감하기 위해 일부러 찾아가기도 한다. 이는 비단 나만이 취하는 행동은 아닌가보다. 강원도의 한 시골 마을에서 살며 '번역하는 여자' 윤미나 또한 어딘가를 여행하기 전에 그곳을 배경으로 한 책이나 영화로 예행 연습하는 것을 좋아한다.(p.50) 그것이 사랑에 빠지기 위한 구실(p.50)이라는 그녀. 사실 이번 동유럽 여행도 지젝 덕분에  기획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녀는 슬라예보 지젝의 『이라크 : 빌려온 항아리』를 읽고 중독성 강한 그의 세계에 빠져 그의 책들을 읽기 시작했고, 급기야 그의 나라인 슬로베니아를 여행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번 여행에서 그녀는 동유럽 가운데서도 아름답기로 유명한 세 나라의 도시를 둘러본다. 역사가 남긴 상처 때문에 울면서 거리를 헤매고 있는 거인 여자를 만날 것만 같은 체코의 프라하와 베네쇼프 ─ 사실 일정 때문에 베네쇼프는 제대로 둘러보지도 못했다. 그리고 시가지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돼 있을만큼 아름답고, 주홍빛 지붕과 하얀 빨래들이 멋진 풍경을 만드는 크로아티아의 두브로브니크와 자그레브, 시속 8킬로미터로 가는 기차가 있고 오후 9시 이후에는 절대 알코올음료를 팔지 않는 슬로베니아의 류블라냐와 블레드.  

   그녀는 각각의 여행지를 책은 물론이고 영화, 음악, 그림, 뮤지컬 등 다양한 문화 장르를 통해 보여준다. 단순히 여행지에서의 감상만을 늘어놓았다면 쉽게 공감하지도, 이만큼 재밌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녀가 소개하는 여러 문화 장르 이야기는 굳이 그곳에 가보지 않더라도, 바로 이곳에서 충분히 감상하고 느껴볼 수 있기 때문에 흥미롭다.
   게다가 스무 권 가량의 책을 번역한 출판번역가답게 톡톡 튀는 글솜씨를 자랑하기도 한다. 특히, 감정 표현이 남다르다. 이제 30대에 접어든 젊은 번역가라서 그런지 감정 표현이 젊고 당돌하다.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면서 주화입마(走火入魔)라는 무협 용어를 사용한다거나 기분이 좋지 않을 때는 '엿 같다'라는 표현을 서슴없이 내뱉는다. 또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거나 무언가를 설명할 때 사용하는 그녀의 비유법은 머리 숙이고 한 수 배우고 싶을 정도로 감칠맛 난다.  

  『굴라쉬 브런치』라는 제목에서 '굴라쉬'는 체코의 대표적인 전통요리로, 얼큰한 쇠고기 스프다. 얼큰하고 걸쪽한 국물이 우리의 육개장과 비슷해서 한 끼 식사로도 좋고 한국인의 입맛에도 딱이란다. 그녀는 "굴라쉬 브런치"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비록 낯선 동유럽 여행기지만, 그곳에서 직접 눈도장 발도장 찍지 않아도 충분히 맛깔스러움을 느낄 수 있는 책 말이다. 그렇다면 성공이다. 충분히 감침맛 나는 이야기니까.

10-030. 『굴라쉬 브런치 : 번역하는 여자 윤미나의 동유럽 독서여행기』 2010/04/14 by 뒷북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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