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크 젠틀리의 성스러운 탐정사무소
더글러스 애덤스 지음, 공보경 옮김 / 이덴슬리벨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더크 젠틀리, 모든 것은 상호 연관성이 있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는 서점을 갈 때마다 눈에 밟히는 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뜻 살 수 없었던 이유는 그 두께 탓도 있지만 그것이 과학 이야기라는 것 때문이었다. 제목에서 비롯된 오해 덕분에 최근까지도 나는 이 책이 과학서인줄 알았다.
   더글러스 애덤스의 또다른 작품인 『더크 젠틀리의 성스러운 탐정사무소』가 나왔다. 전작과 비교하면 훨씬 가벼워진 분량 덕분에 더글러스 애덤스와 친해질 수 있는 기회라 생각했다. 그가 나와 맞는 작가라면 그때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 도전해보면 될 것이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더글러스 애덤스와의 첫 만남은 그리 순탄치 못했다. 재밌는 이야기라는 건 직감적으로 알겠는데, 그 이야기를 쉽게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일단 낯설었다. 무언가를 믿도록 설계됐지만 회로에 이상이 생겨 무엇이든 믿게 돼버린 전기수도사도 낯설었고, 여러 프로그램들을 이용해 말도 안돼는 음악을 만드는 리처드도 낯설었다. 그 낯선 것들이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되지가 않았다. 그러나 더크 젠틀리라는 탐정이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는 모든 것이 상호 연관성이 있다고 말하며, 실종된 고양이를 찾기 위해 바하마까지 가야한다고 한다. 리처드는 물론이고 독자들까지 노부인에게 더 많은 수고비를 받아내기 위한 그의 억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모든 것이 상호 연관성이 있다는 것은 억지가 아니다.
   40억년 전, '사락사란'이라는 외계생명체가 지구에 정착하기 위해 오던 중 엔지니어의 실수로 인해 우주선이 폭발한다. 우주선이 폭발하면서 새어나온 생명의 씨, 즉 아미노산이 지구에 싹을 틔우고 생명체로 진화한다. 자신 때문에 수많은 외계생명체가 죽었다고 생각한 엔지니어는 유령이 돼 지구를 떠돌게 된다.
   리처드돠 더크 젠틀리의 담당 교수였던 리즈 교수는 어떻게 교수가 될 수 있었는지 이해할 수 없는 인물이다. 그는 학생들에게 오래전에 절판된 도서들을 추천하는가 하면, 그가 자신의 이론을 설명하는 것을 본 적도 없다. 그가 언제부터 이 학교의 교수가 됐는지도 알 수 없다. 수상한 것이 많은 리즈 교수, 그에게는 아무도 믿을 수 없는 비밀이 하나 있다. 그 비밀을 더크 젠틀리가, 그것도 직관으로 알아낸다. 리즈 교수는 타임머신을 가지고 있었고, 그는 200년 전에도 살아 있었다.
   리즈 교수가 타임머신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유령은 타임머신을 이용해 과거에 자신이 했던 잘못을 없애려 한다. 그러나 리즈 교수는 워낙 강단있는 사람이라 그의 몸에 들어가 그를 조정하는 것이 어렵다. 타임머신을 얻으려는 유령 때문에 일련의 이해할 수 없는 사건이 발생하고, 더크 젠틀리는 그 사건들이 상호 연관성을 가지고 있으며 결국 하나의 사건으로 추리해 낸다.
   낯선 이야기도 더크 젠틀리가 등장하면서부터는 속도를 내기 시작한다. 무엇보다 이 책의 가장 큰 재미는 유머다. "컴퓨터 작업에 도움이 될까 싶어서 록 밴드에서 키보드 연주도 해봤는데요. 별로 도움이 안 됐습니다."(p38)와 같은 유머가 곳곳에서 튀어나온다. 시시한 말장난 같지만, 자꾸 읽다보면 어느새 그의 유머에 중독돼 버린다.
   이 책은 '더크 젠틀리' 시리즈 가운데 하나로, 조만간 『길고 어두운 영혼의 티타임』이라는 제목의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고 한다. 역시 다음 작품에서도 더크 젠틀리의 빛나는 직관력을 엿볼 수 있길 기대한다. 

09-118. 『더크 젠틀리의 성스러운 탐정사무소』 2009/08/30 by 뒷북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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