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아프리카에 펭귄이 찾아왔습니다
테오 글.사진 / 삼성출판사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여행은 떠나는 것이 아니라 향하는 것입니다! 자, 지금부터 남아프리카를 향해 가볼까요?
   닉네임처럼 자주 뒷북을 치는 나. 보통 때는 뒷북치는 것이 오히려 즐겁기도 한데, 유독 한가지만은 아쉬울 때가 있다. 다른 이들이 입을 모아 칭찬한 책을 읽지 못했을 때, 게다가 그 책이 이미 절판된 상태라 뒤늦게 사서 읽지도 못할 때 정말 안타깝다. 닉네임을 뒷북소녀라 짓는 바람에 더 뒷북을 치는 것 같아 괜히 닉네임을 원망해 보기도 한다.
   2006년에 출간된 장태호의 『당신의 아프리카에 펭귄이 방문했습니다』. 1인출판사인 "종이심장"에서 출간된 책이라 입소문을 듣고 읽으려 했을 때는 이미 절판된 상태였다. 그래서 혼자 책의 내용을 짐작해 봤다. 추운 남극에서만 사는 펭귄이 어떻게 더운 아프리카에서 살 수 있을까? 게다가 표지에는 펭귄이 버스를 타고 있다. 아마 펭귄은 장태호라는 지은이의 닉네임일거라고 생각했다. 알음알음으로 찾아간 그의 블로그를 보니 닉네임이 내가 예상했던 펭귄이 아니라 테오였다. 그렇다면 정말 아프리카에 펭귄이 방문했단 말인가?
   나처럼 읽지 못해 아쉬워하는 사람이 많았던 탓인지 8월의 첫날 삼성출판사에서 개정판이 나왔다. 절판된 책이 표지만 바꿔 다시 출간된 줄 알았는데, 두 권을 모두 읽은 사람의 서평을 읽어보니 편집과 내용이 모두 바뀐 완전 개정판이란다. 게다가 제목도 『당신의 아프리카에 펭귄이 찾아왔습니다』로 살짝 바뀌어져 있다. 드디어 궁금증을 풀 수 있게 된 것이다.

   남아프리카 케이프타운의 볼더스비치에는 실제로 펭귄이 살고 있다. 러시아처럼 추운 나라도 아니고, 냉방시설이 갖춰져 있는 동물원도 아닌 남아프리카 해변에 어떻게 펭귄이 살 수 있을까? 남아프리카는 지중해성 날씨 때문에 겨울이 있고 날씨도 춥다고 한다. 남극에서도 그리 멀지 않기 때문에 둘리처럼 빙하 타고 떠밀려 왔을테고, 마침 떠밀려 온 곳이 추운 겨울이었다면 충분히 정착할 수 있었을 것이다. 새하얀 얼음 위가 아닌 모래해변을 걷고 있는 펭귄이 이채로웠다. 
   아직 놀라기에는 이르다. 내가 상상했던 남아프리카는 인종차별로 떠들썩한 곳이다. 그런데 내 상상과는 달리 남아프리카는 여유가 있고 한가함이 있는 곳이다. 즉 그곳은 자유로움을 만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돈을 벌 수 있는 곳이 적지만 그만큼 돈 쓸 곳이 적은 곳, 적은 돈으로도 여유롭게 살 수 있는 곳, 그곳에 오래 머문 사람만이 그곳의 진정한 가치를 느낄 수 있는 곳, 남아프리카는 바로 그런 곳이었다.
   펭귄만큼 이채로웠던 것은 사막처럼 보이는 '아틀란티스 샌듄'에서 샌드보드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새하얀 눈이 아닌 새하얀 모래 언덕에서 샌드보드를 타고 내려오는 느낌은 어떨까. 사르륵 무너져 내리는 모래 덕분에 스키장에서처럼 넘어져도 다칠 걱정은 없을 것 같다.
   또 이곳에는 세상에서 가장 높은 번지 점프 코스인 블루크랑스 번지브릿지가 있다. 산과 산 사이의 계곡 위에 세워진 다리, 보는 것만으로도 아찔한데 그곳은 차를 타고 달릴 수 있는 도로다. 그 도로 아래쪽에 사람이 걸어다닐 수 있는 길이 있다. 다리 아래 계속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그 길을 걷는다니, 게다가 그곳에서 뛰어내리는 사람도 있다. 아무리 튼튼한 로프를 사용한다고 해도 보는 것만으로도 아찔한 이곳에서 어떻게 뛰어내릴 수 있을까. 그들이 뛰어내리면서 무엇을 보았을지 궁금하다.
   시리도록 푸른 하늘과 끝없는 해변, 깊은 계곡과 드높은 산도 멋지지만 사람들이 살고 있는 마을 또한 매력적이다. 갓 잡아온 참치에서 선뜻 1㎏만 베어내 파는 참치잡이 어부, 좋아하는 풍경을 보기 위해 아예 이사를 온 남자, 개인 정원이지만 오픈해서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려는 농장주, 유쾌한 드럼 연주에 꼬사 노래까지 불러주는 봉봉카. 거리적으로는 상당히 먼 곳이지만, 넉넉한 시골 사람들 같아서 낯설지 않다. 그저 책을 통해 그들을 만났을 뿐인데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 같고 안부인사를 건네고 싶다.

   여행은 떠나는 것이 아니라 향하는 것입니다. 여행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여행에게로 향하는 것입니다. (p244)

   여행은 떠남이 아니라 향함이라고 말하는 에세이스트 테오. 사람 냄새 폴폴 나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던 그의 바람처럼, 낯설고 이채로운 남아프리카의 사람들을 만나 즐겁다. 언젠가 그곳을 향하게 되면,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인사 한번 나누리라. 그가 남아프리카 다음으로 향한 곳은 소금 사막이라고 하는데, 그곳엔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을지 궁금하다.

09-115. 『당신의 아프리카에 펭귄이 찾아왔습니다』 2009/08/23 by 뒷북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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