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관타나모 다이어리
마비쉬 룩사나 칸 지음, 이원 옮김 / 바오밥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관타나모의 목적은 사람들을 파괴하는 것이고, 그들은 철저히 파괴됐다!
   쿠바의 관타나모는 과거 미군의 해군기지가 있던 곳으로 유명하다. 1898년 미국-스페인 전쟁의 결과로 미국이 차지한 곳으로, 양항 발달이 유리해 미군의 해군기지로 사용돼 왔다. 이후 냉전의 종식으로 관타나모 해군기지도 그 기능을 다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은 9.11테러 이후 이 곳에 관타나모 수용소를 만들고 테러와 관련된 사람들을 '적 전투원'이라 부르며 가두기 시작했다. 
   관타나모 수용소, 미국은 이곳에서 자국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테러 용의자들을 마구 짓밟는다. 9.11 테러 이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등을 배후로 지목하며 무차별 폭격을 가했던 것처럼, 약간의 의심이라도 들면 무조건 비행기에 실어 관타나모로 보냈다. 
   그들 가운데는 진짜 테러리스트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현상금에 팔려온 사람들이었다. 미군이 탈레반이나 알카에다 조직원을 신고하면 5,000달러에서 25,000달러를 준다는 내용의 전단을 살포했기 때문이다. 2006년 아프가니스탄의 일인당 국민소득은 300달러, 그에 비하면 현상금은 로또와 다름 없었다. 가난에 허덕이던 사람들은 돈에 눈이 멀어 제 나라 사람들을 마구 신고하기 시작했다. 이런 현상금의 약점을 미국 또한 몰랐을리 없겠지만, 미국은 그들에게 재판의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한번 테러 용의자로 잡히면 그것으로 그만이다. 억울하게 잡혀온 대부분의 테러 용의자들은 진짜 테러리스트와 마찬가지로 고문을 받고 인권을 유린당했다. 폭력은 물론이고 그들의 종교적인 신념까지 훼손했다. 물론 테러리스트에게도 그런 식으로 하면 안된다. 그러면 자유와 평화를 사랑하는 미국인과 테러리스트가 무엇이 다르겠는가.

   "괴물이나 도깨비처럼 생긴 사람들만 악행을 저지른다고 여기는 건 순진한 생각입니다. 관타나모는 악 그 자체입니다. 관타나모는 기소도 하지 않고, 어떤 재판절차도 없이 단지 어렴풋이 혐의만으로 사람을 5년 이상이나 가둬두는 곳입니다." (p.47)


   마비쉬 룩사나 칸은 아프가니스탄계 이민 2세로, 마이애미대학 로스쿨에 다니던 중 관타나모 수용소 사건을 접했다. 그녀는 관타나모 수용소에 수감돼 있는 아프가니스탄 수감자들을 위해 통역에 나섰다. 당시 여러 명의 변호사들이 수감자들의 변호를 위해 나섰다. 그녀는 통역뿐만이 아니라 수감자들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한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난생 처음으로 아프가니스탄으로 떠난다. 그곳에서 그녀는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아프가니스탄이라는 나라 혹은 사람들은 언론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미군에서 말하는 것처럼 잔인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들은 언제나 평화를 기원하는 인사를 건넬 정도로 평화를 간절히 원하는 사람들이었고, 순박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미국인보다 훨씬 관대한 사람이었다. 9.11 테러 이후 아프가니스탄을 포함한 많은 중동 사람들이 미국이라는 나라 안에서 증오의 대상이 됐고, 위협을 받았다. 그러나 수감자들과 그의 가족들은 그들에게 고통을 가한 미국 정부는 미워하지만, 미국인 전체를 미워하지는 않았다. 다만, 그들이 원한 것은 정당한 절차를 걸쳐 재판을 받는 것이었고 그들의 가족이 석방되는 것이었다.

"신께 맹세컨대, 미국 정부와 미국민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미국민은 위대하고 친절한 사람들입니다. 우리를 지원해준 변호사들이 그 증거입니다." (p.180)
"우리는 다만, 그들이 우리에게 한 짓에 대해 고백하고 인정하기를 바랄 따름입니다." (p.181)

   미국이라는 나라는 이중성을 지닌 곳이다. 겉으로는 세계 경찰을 자처하면서 오직 자국민의 보호에만 열심이다. 그들이 테러 용의자들의 수용소를 미국이 아닌 쿠바에 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들이 세계 평화 운운하며 잡아들인 용의자들이 갇힌 곳은 미국이 아닌 쿠바 땅이다. 아무리 미군들이 그들의 인권을 유린해도 미국법이 효력을 미치지 않는다. 법을 어기는 미군들을 처벌하지도, 인권을 유린당하는 수감자들을 보호하지도 않는다.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이 악명 높은 관타나모 수용소를 폐쇄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폐쇄를 앞두고 예산을 운운하며 미국 상하원들이 논란을 거듭하고 있다. 과연 오바마 대통령은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

   "나는 미국이나 미국인을 싫어해 본 적이 없소. 나는 그들을 적으로 생각해본 적도 없고, 그들에게 어떤 짓도 하지 않았단 말이오. 나를 배반한 건 아프가니스탄인이었어요. 바보 같은 미국인들은 거짓말만 믿고 조사를 하지 않았떤 거고. 하지만 따지고 보면 미국인들은 아무 것도 모른 채 아프가니스탄에 와서 누구를 믿어야 할지 몰랐던 게지. 내 진짜 적은 나를 미국인들에게 팔아먹은 일부 양심 없는 거짓말쟁이 아프가니스탄인들이오." (p.307)


09-87. 『나의 관타나모 다이어리』 2009/07/05 by 뒷북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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