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 현대문학 가가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지금 당장 도전해 보라! 당신이 선택한 범인은 둘 중 누구인가?
   코난 도일에게는 셜록 홈즈가, 애거서 크리스티에게는 포와로가 있었고, 요코미조 세이시에게는 소년탐정 김전일의 할아버지이기도 한 긴다이치 고스케가 있었다. 인기있는 추리 소설가에게는 환상의 짝궁이 있기 마련. 현재 일본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히가시노 게이고에게도 그런 인물이 있다. 바로 가가 교이치로 형사. 사실 히가시노 게이고는 그동안 캐릭터 사용을 자제해 왔다고 한다. 캐릭터의 성공 여부에 따라 작품의 성패도 따라갈 수 있고, 워낙 쟁쟁한 캐릭터들이 많아 부담도 컸으리라. 가가 형사는 그런 그가 20여년 동안 애정을 쏟으며 키워온 캐릭터다. 
   아마도 여름 시즌을 겨냥했으리라. 이번에 가가 형사 시리즈가 한꺼번에 네 권이 나왔다.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는 가가 형사가 등장하는 세번째 작품이다. 참고로 가가 형사가 처음 등장한 작품은 『졸업』이었다.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의 줄거리는 아주 간단한다. 10년째 도쿄에서 혼자 살고 있던 소노코는 내일 집으로 내려간다며 오빠에게 전화를 건다. 고향에서 교통 지도계 경찰인 오빠 야스마사는 금요일 저녁 소노코의 전화를 받고 그녀를 기다리지만 월요일까지 그녀는 소식도 없고 회사에도 결근을 한다. 느낌이 심상치 않았던 야스마사는 소노코의 아파트로 찾아간다. 그리고 죽어있는 소노코를 발견하게 되는데...
   처음 소노코를 발견했을 때는 자살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몇 가지 단서를 통해 타살이라는 것을 확신한 야스마사는 타살을 흔적을 지워버린다. 그리고나서 경찰에 신고한다. 경찰은 당연히 자살이라고 결론 짓지만, 야스마사는 소노코를 죽음에 이르게 한 범인을 찾아 나선다. 그즈음  가가 형사가 나타난다. 가가 형사 또한 야스마사처럼 타살의 흔적을 발견하고 범인을 쫓고 있다. 
   용의자는 초반부터 2명으로 압축된다. 한명은 소노코의 애인이었던 준이치이고, 나머지 한명은 소노코의 친구 가요코다. 준이치와 가요코는 소노코를 배신했다. 소노코는 가장 친한 친구에게 애인을 빼앗겼던 것이다. 이쯤되면 너무 쉽게 사건이 해결되는 것 같아 김이 샌다. 다른 작품에서 봤던 히가시노 게이고가 아닌 것 같아 실망감도 든다. 그러나 끝까지 사건의 진실은 드러나지 않는다. 분명 둘 중 누군가 소노코를 죽였는데, 확실한 단서를 잡을 수가 없다.

   타살이라는 것을 깨달은 순간, 야스마사는 자신의 손으로 범인을 밝혀내기로 결심했다. 세상에는 내 손으로 해야 할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이 있다. 이건 결코 남의 손에 맡길 일이 아니라고 그는 생각했다. 그에게는 누이의 행복이야말로 인생 최대의 바람이었던 것이다. 그것을 빼앗긴 분함은 범인이 체포되는 정도로는 결코 가라앉힐 수 없었다. (p91)

   『방황하는 칼날』에서 죽은 딸의 복수를 하기 위해 아버지가 직접 범인을 찾아 나서는 것처럼 이 책에서도 오빠 야스마사가 소노코의 복수를 하기 위해 나선다. 한편, 가가 형사는 야스마사의 의도를 눈치채고 그것을 막으려고 한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용의자 X의 헌신』에서처럼 투톱을 내세워 재미를 더하고 있다. 앞선 작품에서는 사건을 은폐하려는 이와 풀려는 이의 두뇌싸움이 재미를 더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누가 먼저 진실을 밝히는가를 두고 경쟁하고 있다.
   결국 누가 어떻게 진실을 밝혔는가가 궁금할 것이다. 잔인하게도 히가시노 게이고는 끝까지 범인의 정체를 밝히지 않는다. 범인의 정체를 밝히는 열쇠를 고스란히 작품 속에 남겨둔채 독자의 몫으로 돌리고 있다. 책의 끝부분에는 "추리 안내서"라는 것이 봉인돼 있다. 독자들의 추리를 돕자는 것인데, 사실 본문을 제대로 읽은 독자라면 누구나 추리할 수 있는 부분이니 유용성은 없다.
   지금 당장 도전해 보라! 당신이 선택한 범인은 둘 중 누구인가?

09-82.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 2009/06/29 by 뒷북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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