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들, 집을 나가다 - 가족 밖에서 꿈꾸는 새로운 삶 스물여덟 가지
언니네트워크 엮음 / 에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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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이라고 모두 같은 미혼은 아니랍니다!
   며칠전 나이 한 살을 더 먹었다. 예전 같으면 생일이라고 동네방네 다 소문내고 다녔겠지만, 이젠 해마다 돌아오는 생일이 그리 반갑지만은 않다. 나이라는 것이 디지털 시계처럼 정각 0시가 될 때마다 먹는 것이 아니라 시나브로 먹어가는 것이지만, 나 이외의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니 반갑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요즘엔 내 나이를 물어 보고는 꼭 한마디씩 던진다. 애인은 없는지, 결혼은 언제 할 것인지, 아직 없다면 소개까지 시켜준단다. 친구들을 만나고 친척들을 만날 때마다 듣는 소리다. 하물며 입사하기 위해 면접을 볼 때 조차.
   난 독신주의자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꼭 결혼을 해야 한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결혼하고 싶을 만큼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결혼하는 것이고, 혼자서는 도저히 외로워서 못 살 것 같으면 적당한 사람을 소개 받아 결혼하면 되는 것이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아직까지는 좋아하는 사람도 없고, 오히려 혼자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지내는 것이 더 좋다. 그러니까 내가 아직 미혼인 것은 내 의사가 적극적으로 반영된 것이지, 누군가가 혀를 찰만큼 안타까운 일은 아닌 것이다. 이런 내 생각을 말한들 무엇하랴. 그저 미혼인 사람의 변명으로만 치부할 뿐인데.

결혼 반대? No! 결혼만이 유일한 길이 아니다!
   알아주는 이 하나 없어 그동안 얼마나 답답했는지 모른다. 마치 이런 내 심정을 대변이라도 해주려는듯 언니네트워크에서 새로운 책이 나왔다. 예전부터 언니네트워크에 관심은 있었지만 그다지 끌리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출간된 『언니들, 집을 나가다』는 '가족 밖에서 꿈꾸는 새로운 삶 스물 여덟 가지'라는 부제가 책을 읽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이 책은 이른바 언니라고 불리는 스물 여덟 명의 여성들이 가족 밖에서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이야기하고 있다. 아참, 남성도 한명 있다. '제1부 눈물 흘리지 않고 가족과 이별하기'에서는 유독 힘들다는 언니들의 독립 이야기를, '제2부 이토록 다양한, 결혼하지 않고 잘 살기'에서는 자신의 의사에 따라 결혼하지 않는 비혼(非婚) 이야기를, '제3부 뻔한 질문 따윈 두렵지 않아'에서는 혼자 살면서 겪을 수 있는 일들에 대처하는 방법을 다루고 있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것은 자신의 의사에 따라 결혼하지 않는 것을 '비혼'이라고 부른다는 것과 그것을 선택하거나 선언하는 사람들이 유별나게 이상한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미혼'이라고 하면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무조건 '결혼 못한 사람'이라고 치부해 버리기 마련이다. 의미는 가져다 붙이기 나름이지만, 스스로 선택했다는 뜻의 '비혼'이라는 말이 얼마나 듣기 좋은가. 또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결혼하지 않는 사람들을 유별나게 묘사하는 경우가 더러 있는데, 책 속에 등장하는 언니들은 충분히 공감이 간다. 만약 같은 여건이 주어졌다면, 나 또한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 싶다.
   흔히 해도 후회, 안해도 후회라면 해보는 것이 낫다고 말한다. 반대로 해도 후회, 안해도 후회라면 귀찮게 돈 들여가며 해볼 이유도 없는게 아닌가. 결론은, 요즘 TV 광고에도 자주 등장하던데 생각대로 하면 된다는 것이다. 하고 싶을 때 하면 되고, 하기 싫으면 안 하면 되고.

09-78. 『언니들, 집을 나가다』 2009/06/25 by 뒷북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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