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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 혼비 런던스타일 책읽기
닉 혼비 지음, 이나경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책보다 축구가 더 재밌는 닉 혼비의 유쾌한 책읽기!
솔직히 말하면 나는 영문학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무슨 상 수상작이라던가 베스트셀러라는 딱지가 붙은 책들도 내게는 그저 지루할 뿐이다. 그러니 '닉 혼비'라는 사람이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라고 해도 생소할 수 밖에 없다.
단지 책에 대한 책 혹은 서평집이라는 이유로 지금까지 많은 작가들의 책을 읽어왔다. 그러나 아무리 유명한 작가라고 해도 외국에 적을 두고 있는 작가의 책은 큰 재미를 볼 수 없었다. 그들이 소개하는 대부분의 책들이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출간되지 않아 공감을 할 수 없었던 탓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이름도 생소한 작가의 서평집을 택한 것은 그와 나 사이에는 책과 축구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을 읽어본 적은 없지만 분명 유쾌하게 글을 써내려가는 작가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독서가 레저 활동으로서 살아 남으려면, 독서의 (불분명한) 혜택보다는 즐거움을 장려해야 한다. 어떤 사람에게도 책을 읽지 말라고 설득할 생각은 없다. 다만, 부탁이니 읽고 있는 책이 재미없어 죽을 지경이라면 내려놓고 다른 것을 읽기 바란다. (p13)
결론만 먼저 말하자면, 아무래도 나는 '런던스타일'이 맞지 않은가보다. 공감할 수 없어서 느꼈던 지루함을 이 책에서도 역시 느꼈던 것이다. 닉 혼비에게는 미안하지만, 위 문장을 읽는 순간 그의 말처럼 그냥 내려놓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본격적으로 책 이야기를 하기 전에 그 달에 구입한 책과 읽은 책 목록을 먼저 보여준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 목록 속에서 친숙한 책보다는 낯선 책들을 더 자주 발견했다. 잠깐! 이 점은 좋았다. 한국어판으로 나온 책은 따로 표시가 돼 있어서 굳이 찾아보지 않아도 된다는 것.
하지만 이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여느 서평집처럼 단순히 서평만 나열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왜 그 책을 구입했으며, 왜 읽었는지 혹은 왜 읽지 못했는지를 변명(!)처럼 늘어 놓는다. 또 어떤 달에는 권수를 늘리기 위해 가볍고 얇은 책을 주로 읽었다고 고백하기도 하고, 또 어떤 달에는 갓 태어난 아이 때문에 책을 읽을 수 없었다고도 말한다. 특히, 그가 좋아하는 축구 리그가 열리고 열광하는 아스날 팀이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을 때는 도저히 책을 읽을 수 었었다고 한다. 왜냐하면 책보다는 축구가 훨씬 더 재밌기 때문이다.
예상했던 것처럼 그의 글쓰기는 상당히 유쾌하다. 어떤 부분에서는 그가 왜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모를 정도로 엉뚱한 이야기를 하기도 하지만, 서평이라는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써내려간 글이라는 것이 느껴진다. 또 이 세상 그 무엇보다 책이 재밌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책보다 재밌는 것이 많다고 하는 솔직함도 좋다. 나도 그처럼 책보다는 축구를 좋아하고, 재미없는 소설보다는 TV 오락 프로그램을 좋아하니까.
그의 말처럼 일단 독서는 재밌어야 한다. 어떤 이들은 독서를 통해 무언가를 얻으려고 하는데, 그러면 그 무언가를 얻고나면 더이상 책은 거들떠 보지 않게 되는게 아닐까. 나처럼 실용이 아닌 오락으로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두어 달 전, 책을 읽고도 거의 다 잊어버린다는 사실을 깨닫고 우울해졌다. 하지만 다시 기운을 되찾았다. 읽은 책의 내용을 다 잊어버렸어도 좋아하는 책을 처음 읽는 기분으로 다시 읽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기분이 좋아진 것이다. (p57)
여러분의 나라에도 펭귄 현대 클래식 시리즈가 있는가? 여기 영국에서 그 시리즈는 젊고 과시하기 좋아하는 문학애호가들에게 큰 의미를 지녔었다. 지적 진지함, 그리고 역시 책을 좋아하는 여자들과의 하룻밤에 대한 욕망/의욕의 표시로 내 친구들과 나는 눈에 띄는 연두색 표지의 펭귄 현대 클래식 시리즈 한 권을 늘 가지고 다녔다. (p236)
09-76. 『닉 혼비 런던스타일 책읽기』 2009/06/16 by 뒷북소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