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 - 230 Days of Diary in America
김동영 지음 / 달 / 2007년 9월
평점 :
품절


수줍은 '생선' 작가의 베일이 벗어지다!
   내가 즐겨 들었던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는 그 프로그램의 음악 작가가 매주 출연해 음악 이야기를 들려줬다. DJ는 그를 '생선'이라 불렀다. 성도, 이름도, 얼굴도 몰랐지만 수줍은듯한 그의 목소리가 좋았다. 때론 자신의 연애담을 들려주고 청취자들의 연애 상담을 해주는 그의 자신감이 좋았다. 한 권의 책을 펴낸 작가라는 것은 알았지만, 더이상의 궁금증은 그냥 접어둘 수 밖에 없었다.
   날씨 탓인지 며칠동안 내리 여행 관련 서적들만 탐독했다.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 제목이 너무 멋져 아껴뒀던 이 책도 탄력 받은 김에 펼쳐 들었다. 저자 김동영의 프로필을 보고 마치 오래전에 헤어진 첫사랑을 만난듯 반가웠다. 그가 바로 김동영이라는 이름 석 자보다 '생선'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불리는 그 작가가 아닌가. 그의 프로필 사진을 보면서 혼자 생각했다. 이런 외모를 가졌으니 연애에 자신있었을 수 밖에.

불안하다면 떠나라! 진정한 자신의 모습과 마주하게 되리라!
   그는 어느 날, 다니던 방송국으로부터 그만 나오라는 통보를 받고 미국 여행을 결심한다. 그는 캘리포니아에서 출발해 66번 도로를 타고 애리조나 사막을 가로질러 미국을 횡단한다. 그의 여행은 그리 여유롭지 못했다. 서른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잘 다니던 직장에서 쫓겨났고, 있는 돈 없는 돈 모두 털어 여행 경비를 마련했다. 그의 친구들은 안정된 직장을 잡고 재테크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데, 그는 호기롭게 여행을 하고 있다. 그는 미국 횡단이라는 여행도 두렵고, 여행 이후의 삶도 두렵다. 
   그래서 난 그가 좋다. 여느 여행서의 저자들처럼 멋졌노라, 좋았노라 뽐내지도 않고 여유로운 척 호기를 부리지도 않는다. 게다가 금전적인 문제를 초월한듯 말하지도 않는다. 그저 서른살을 살아가고 있는 한 젊은이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다. 그가 고민하고 있는 것은 우리 모두가 고민하고 있는 것이고, 그가 하고자 하는 것 또한 우리 모두가 원하는 것이다.

살아가면서 내가 지금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다면 지금처럼 혼란스럽거나 불안하지 않겠지만, 우리들 대부분은 그걸 모른채 여기저기 헤매고 있다.
그래서 나는 울면서 달렸고, 어쩌면 당신도 나처럼 울면서 달리고 있는 중인지도 모른다. (p94)

   그는 미국 횡단 여행을 통해 자신과 마주하게 된다. 그는 여러 가지를 다시 배워야 했다. 그가 할 수 있는 일도 많았지만, 그가 할 수 없는 일도 많았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닉네임을 '생선'이라 한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생선은 절대 눈을 감지 않잖아요. 그거 알아요? 생선은 눈꺼풀이 없어요. 사실 감지 못하는 게 아니고 감을 수 없는 거죠. 난 어떤 일이 있어도 절대 눈을 감지 않을 거거든요." (p16)

   '생선'이라는 닉네임을 붙인 그의 마음을 알 것 같다. 우리 나이에는 보고 싶은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기 마련이다. 나도 잠을 자면서도 눈을 감지 않는 물고기가 부러웠던 적이 있었다. 지금은 그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기 때문에 더이상 부러워하지 않지만 말이다.
   다행스럽게도 이 여행 이후 그는 다시 방송국으로 돌아갔다. 앞날을 알 수 없어 불안해했던 그였지만, 오늘도 그는 자신의 길을 가고 있다. 자신이 어디쯤 와있는지 불안하다면, 그처럼 한번 떠나보라. 자신도 몰랐던 자신을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것만은 알아둬. 길은 언제나 우리 앞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고 떠나는 건 우리의 진심이야. 돈, 시간 그리고 미래 따위를 생각하면 우린 아무데도 갈 수가 없으니. 네 얼굴을 닮은 꿈과 네 마음을 닮은 진심을 놓치지 않기를……
지금은 우리가 무엇을 원하고 무엇이 되려 하는지 확실히 알 수 없지만, 언젠가 우리 모두 저마다 인생에서 무엇을 꼭 찾아내길 바란다. (p83)

09-70.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 2009/06/04 by 뒷북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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