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토정비결 1
이재운 지음 / 해냄 / 200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토정비결'을 쓴 이지함 선생의 마음만 같았으면!
   해마다 연초가 되면 여기저기서 '토정비결'이 쏟아진다. 재미로 신문에 실린 운세는 보지만 그것을 신뢰하지 않는 나는 몇 년전 토정비결 풀이법이 실린 책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토정비결은 대충 말만 잘 끼워맞추는 것이라고 여겼는데, 나같은 사람도 풀이할 수 있을 정도로 체계적으로 잘 정리돼 있었기 때문이다.  
   '토정비결'은 조선 선조 때의 학자 토정 이지함 선생이 쓴 도참서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일반적인 사실과는 다르게 '토정비결'이 이지함 선생이 저술했다는 근거는 없다고 한다.
   사실이야 어찌 되었든 이재운의 『소설 토정비결』은 '토정비결'의 저자로 알려져 있는 토정 이지함 선생의 일생과 '토정비결'의 탄생, 그리고 그 이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원래 『소설 토정비결』은 1991년 초판 발행돼 300만부 이상 판매된 것으로 『소설 토정비결』이후의 이야기가 담긴 『당취』를 개정해 2009년 총 4권으로 출간됐다.

   겨울을 잘 지내야 큰 봄을 맞을 수 있는 거지. 사람의 계절은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니야. 봄이야 저절로 오지만 그 봄에 어떤 나무든 다 잘 자라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겨울을 잘 못 보내 얼어 죽는 나무도 있고 힘이 약해져 싹을 틔워내지 못하는 나무도 있는 법일세. 준비가 있어야 기회를 맞는 거지. (1권, p277)


   '제1부 토정 이지함'에서는 이지함 선생의 일생을 들여다 볼 수 있다. 양반으로 태어나 과거 급제까지 한 이지함은 절친한 사이인 안명세가 역적으로 몰려 죽자 사랑하는 여인까지 잃어버리고 산천을 떠돌게 된다. 그는 산천을 떠돌면서 서경덕, 황진이, 북창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나라의 앞날을 내다보고 자신이 무엇을 해야하는지를 깨닫는다. 그는 백성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앞으로 닥쳐올 환난에 대비하기 위해 '토정비결'을 썼다. 그러나 힘이 있는 사람들은 아무도 그의 말에 귀기울이지 않았다.
   '제2부 토정의 후예'에서는 양반들의 횡포와 양대 전란에 맞서는 '당취'들의 활약을 엿볼 수 있다. 당취들은 숭불정책 속에서 천대받는 중들을 스스로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비밀 조직으로,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으로 나라가 짓밟히자 앞장서서 나라를 지켰다. 아무도 이지함의 말에 귀기울이지 않았을 때, 그들은 그 말을 따라 무술도 연마하고 성벽도 쌓았다.
   만만치 않은 분량의 역사 소설이지만 이지함의 발자취를 따라가고, 당취의 활약상을 엿보느라 짧게만 느껴졌다. 그리고 출간된지 18년이나 지난 소설이 아직까지 사랑받고 개정판이 나온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세상이 썩었다는 것은 곧 네가 썩었다는 것, 네 세상의 주인인 바로 네 잘못 때문이니라! 네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은 다 네 생각에서 말미암은 것이니 네가 바뀌기 전에는 아무것도 바뀔 수 없다. 네가 고요하지 않은데 어찌 세상이 편안해지랴! 네가 분노를 끓이고 있으면 세상은 그만큼 소란해질 뿐이다! (3권, p319)

   역사는 반복된다. 오늘의 일이라고 해서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조선시대의 당쟁이 심했다고 하나 오늘날의 당쟁은 그보다 더하면 더하지 조금도 덜하지 않다. 그때는 명분이라도 내세우고 체면이라도 지켰다. (4권, p498) 


09-62. 『토정비결』(전4권) 2009/06/03 by 뒷북소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