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브라이슨 발칙한 영어 산책 - 엉뚱하고 발랄한 미국의 거의 모든 역사
빌 브라이슨 지음, 정경옥 옮김 / 살림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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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러스한 입담으로 미국 역사와 영어를 버무리다!
   사실 미국 역사는 여러 역사 가운데 내가 가장 재미없어하는 역사이다. 아메리카 대륙이 발견되고 본격적으로 나라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 얼마되지 않아서인지 몇 천년의 역사를 가진 나라와 비교하면 상당히 심심하다. 유머러스한 입담으로 유명한 빌 브라이슨은 이 심심한 역사를 어떻게 이야기하고 있을까. 

   "엉뚱하고 발랄한 미국의 거의 모든 역사"라는 부제처럼 빌 브라이슨은 한 권의 책을 통해 미국의 거의 모든 역사를 이야기한다. 메이플라워호가 아메리카 대륙에 도작하기 이전의 역사에서부터 나라를 세우고 의식주를 발전시키는 과정은 물론이고 영화, 스포츠 등의 오락과 하늘을 날아서 우주를 개척하는 이야기까지 없는 이야기가 없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연설로 꼽히는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은 낭독하는데 겨우 2분 정도 밖에 걸리지 않는 형편없는 것이었다. 총 1093개의 특허 출원을 한 발명왕 에디슨은 다른 사람이 개발한 영사기에 그저 이름만 붙이고 가로챘다. 미국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할리우드는 에디슨의 모션 픽쳐스 페이턴트 컴퍼니에 대항하기 위해 소규모 영화사들이 뭉쳐 만든 것으로, 사실 할리우드를 구성하고 영화 산업을 발전시킨 사람들의 대부분은 미국인이 아니었다. 빨간 옷의 산타 할아버지는 코카콜라 광고에서 빨간 옷을 입고 나오면서 굳어진 이미지다. 이처럼 빌 브라이슨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미국인조차 잘못 알고 있는 것이 많다.
   그는 미국의 역사를 다루면서 그로부터 생겨난 영어들도 짚고 있다. 영어가 영국에서 미국으로 건너가면서 바뀌게 된 것들, 대륙을 발견하고 땅을 개척하면서 짓게 된 지명들, 새로운 것이 생겨서 만들게 된 어휘 등을 역사와 함께 소개하고 있다. 특히, 이제는 미국의 국기로 당당히 자리잡은 야구는 19세기 성장기를 거치면서 방대한 어휘를 생산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오늘날의 미국 영어에 대해 말한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없이 만든 어휘들이 세월이 흘러 문화가 바뀌면서 민감하게 받아지는 경우도 있다. 한 예로, 1993년 메릴랜드는 주 표어가 성차별적이라는 지적을 받고, '행동은 남자답게, 말은 여성스럽게(Fatti maschii, parole femine)'라는 표어를 '행동은 강하게, 말은 부드럽게'로 번역을 바꾸기도 했다. 그는 이런 어휘를 새롭게 정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대에 대한 배려, 합리성, 정당성에 대한 감각은 권력을 가진 사람들뿐만 아니라 언어 공동체의 모든 구성원에게 필요한 자질"(p628)이라고 말한다.

   "현존하는 가장 유머러스한 작가"라는 평을 받고 있는 그는 기자 겸 여행작가로 다방면에 걸친 지식으로 다양한 글을 써왔다. 그동안 미국 역사가 재미없다고 생각해왔거나 영어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이번 기회에 그와 함께 영어 산책을 한번 나서보라.

09-67. 『빌 브라이슨 발칙한 영어 산책』2009/05/24 by 뒷북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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