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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를 돌보며 - 딸의 기나긴 작별 인사
버지니아 스템 오언스 지음, 유자화 옮김 / 부키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왜 하필 나인가? 왜 하필 우리 가족인가?
상상할 수 없는 일을 당하면 사람들은 이렇게 반문하곤 한다. 왜 하필 나인가? 왜 하필 우리 가족인가? 『어머니를 돌보며』의 저자 버지니아 스템 오언스는 7년 동안 감당하기 힘든 일을 경험한다.
열일곱 권의 책과 수많은 기고문, 평론을 쓴 미국의 유명한 작가 버지니아 스템 오언스는 어머니가 넘어졌다는 전화를 받고 부모님께 달려간다. 그녀의 어머니는 파킨슨 병에 걸려 치매 증상을 보였고, 아버지가 함께 있었지만 어머니를 돌봐 줄 형편이 되지 못했다. 그녀의 아버지는 노환으로 귀가 잘 들리지 않았고 언제 심장마비를 일으킬지 몰랐기 때문이다. 그녀가 본 어머니의 상태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환각 증상까지 보이는 어머니를 아버지 혼자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고 생각한 그녀는 어머니를 간병하기 위해 부모님 곁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그녀에게도 간병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느덧 육십을 바라보고 있던 그녀에게도 병이 찾아온 것이다. 그녀는 녹내장 진단을 받고 점점 시력을 잃어가고 있었다. 어머니를 돌봐야하는 상황에서 얼마나 큰 좌절을 느꼈을까. 특히 치매 같은 경우에는 끝을 알 수 없고 병의 기복도 심한 편이라 더욱 신경이 쓰이는 병이다. 그녀는 "차라리, 어머니 상태가 나빠지더라도 그대로 있어 주면 좋겠어요. 좋았다가 금방 나빠지고 하니까 정말 미치겠어요."(p89)라며 이모에게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더이상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한 그녀는 어쩔 수 없이 노인 요양원으로 어머니를 보낸다. 그렇게 그녀는 7년 동안 집과 요양원에서 어머니를 돌보며 함께했다.
만일 당신이 지금 5년 전의 나와 같은 처지에 있다면, 앞으로 감당해야 할 짐들이 너무나 무겁게 느껴져 세상이 뒤집혀 마구 흔들리는 것 같을 것이다. 중력이라는 게 있다는 것도 더 이상 믿을 수 없고 지구에서 당장 떨어져 버릴 것 같은 기분일 것이다. 떨어지지 않기 위해 카펫을 붙들고 누워 있는 순간, 이것을 기억하라. 당신은 지금 삶을 궁지로 몰아넣으려 하고 있다. 그것은 엄청나게 용기 있는 행동이 아닌가? (p277)
무엇이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가?
7년 동안 어머니를 돌보면서 그녀는 마치 폐허더미에 아래에 갇혀 있는 것 같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상황을 차분히 받아들이고 담담하게 기록으로 남겼다. 또 치매를 통해 "무엇이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가?"에 대한 문제를 성찰하기도 한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기억인가? 이성적인 능력인가? 의지인가? 그 모든 것을 잃어버렸을 때 인간에게는 무엇이 남는가?" (p44) 그녀의 질문은 치매라는 병뿐만이 아니라 꾸준히 논란이 되고 있는 안락사 문제까지 생각해 보게 만든다.
아직 경험도 없고 그것을 실감할만큼 나이를 먹지 않은 탓일까. 이런 이야기를 다룬 책들을 보면 '또 억지스런 감동을 만들었군'하며 곱지않은 시선으로 먼저 보게 된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이 책에는 그런 억지스러움이 없다.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는지를 말하지 않고 그저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써내려 간 글이 마음에 든다.
09-64. 『어머니를 돌보며 : 딸의 기나긴 작별 인사』2009/05/19 by 뒷북소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