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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 관객 - 미디어 속의 기술문명과 우리의 시선
이충웅 지음 / 바다출판사 / 2009년 1월
평점 :
품절
'바보상자'의 관객도 바보! 똑똑해질 필요가 있다!
'바보상자'는 TV의 부정적인 측면을 강조해 일컫는 말이다.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TV가 내보내는 영상을 아무런 비판없이 받아들이며, 최근에는 그에 합당한 액션을 취하기도 한다. 스스로 그것을 '바보상자'라 부르면서도 TV가 일방적으로 보여주는 것을 받아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영상의 힘이 그만큼 크다는 증거일 수도 있고, 한편으로는 그 영상들이 똑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2005년 미디어의 중심에 섰던 황우석 사건을 살펴보자. 미디어는 저마다 그의 학문적 성과를 칭송했으며, 많은 사람들이 그의 추종자가 됐다. 물론 자성의 목소리도 없진 않았지만, 그 상황에서 다른 목소리를 낼 수는 없었다. 그런데 유독 한 곳에서만 그의 성과를 의심하며 증거자료를 내보냈지만 아무도 믿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모든 것이 조작이라는 것이 밝혀지고, 전국민은 한 과학자의 사기극에 열광했던 것이다. '침묵의 나선 효과'가 제대로 작용해서 비판적 수용은 발화조차 할 수 없었던 경우다.
『문명의 관객』은 이처럼 우리 주변의 현상들을 미디어가 어떻게 보여주는지, 또 수용자들이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아직도 태안 기름 유출 사건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번 떠올려 보라. 지금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면은 무엇인가? 아마도 기름을 흠뻑 뒤집어 쓴 뿔논병아리의 모습을 가장 많이 떠올릴 것이다. 왜냐하면 마치 이 뿔논병아리가 태안 사건의 대명사라도 되는듯 너도나도 보여줬기 때문이다. 책에서는 '다양성 결핍 증후군'이라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사고 발생 후 며칠동안 나는 뉴스에서 눈을 떼지 않고 한가지 소식만을 기다렸다. 그것은 바로 사고 당사자에 대한 소식이었지만, 사고 당사자인 거대 그룹이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는 탓인지 며칠동안 속시원한 사정을 들을 수가 없었다. 연일 뉴스를 통해 나오는 것은 점점 늘어나는 자원봉사자들에 대한 것이었다. 미디어가 자원봉사를 부추기는 것 같기도 했다.
이 책에는 황우석 사태, 태안 기름 유출 사건뿐만 아니라 조류독감, 광우병 사태, 비만과 다이어트, 한국 최초의 우주인 탄생, <인체의 신비>전 등 미디어가 보여주고 있는 다양한 현상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동안 미디어의 일방적인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미처 눈치채지 못하고 놓쳐버린 사실들을 일깨워줘서 속이 다 후련하다.
비단 그것은 미디어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그것을 수용하는 우리들에게도 문제는 존재한다. 이 책을 통해 그것들을 받아들이는 수용자들의 자세와 역할도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09-51. 『문명의 관객』2009/04/23 by 뒷북소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