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책과 그렇지 않은 책은 어떻게 구분할까?

기획에는 국경도 없다 ㅣ 출판기획 시리즈 2
강주헌 지음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 2009년 1월

좋은 책과 그렇지 않은 책은 어떻게 구분할까?

   좋은 책과 그렇지 않은 책을 구분하는 기준이 있을까? "어떤 책이 좋은 책이고, 어떤 책이 그렇지 않은 책인지 정말이지 나는 모르겠습니다. 또 그런 걸 판단하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내게 책은 모두 똑같습니다."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는 강주헌은 이렇게 말했다. 나 또한 그렇게 생각한다. 책이면 모두 좋은 거라고, 문제가 있다면 책이 아니라 그것을 읽는 사람에게 있을 것이다. 단, 재미있는 책과 그렇지 않은 책은 존재한다. 

   『촘스키, 누가 무엇으로 세상을 지배하는가』와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로 유명한 전문번역가 강주헌이 해외출판 기획을 다룬 『기획에는 국경도 없다』를 펴냈다. 현재 출판 에이전시를 운영하고 있는 그는 이 책을 통해 다양한 해외출판기획 사례를 소개하며 한국 출판이 나아갈 길을 제시하고 있다.
   먼저, 저자는 '기획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한다. 출판뿐만 아니라 무엇을 하든지 기획 단계가 가장 중요하다. 덕분에 기획자라는 명함이 반짝반짝 빛이 나보이기 마련이고, 많은 신입사원들은 기획 분야에서 일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기획이라는 것은 참신한 아이디어로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이 얼마나 힘든 일이지 이내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한 권의 책이 만들어지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를 완벽하게 이해한 다음에야 기획은 이뤄지는 것이다. 무엇보다 기획자 자신이 많은 책을 읽고 시장의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기획 부문에서의 에이전트의 역할도 강조하고 있다.
   2부에서는 13개의 '해외출판기획' 사례를 소개하며 한국 출판 시장이 나아갈 길을 제시하고 있다. 지금처럼 어려운 출판 시장에서는 대박을 터트리기가 쉽지 않다. 선인세가 큰 유명 작가의 책을 출판하거나 어마한 비용으로 마케팅 전략을 펼치는 것은 소규모 출판사에서는 어려운 일이다. 이럴 때일수록 남들이 만들지 않는 책을 만들어야 한다. 한마디로 틈새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다. '성공'을 키워드로 한 책들은 무수히 많다. 반대로 '슬픔'을 키워드로 한 책은 많지 않다. 슬픔의 원인과 그것을 치유하는 방법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성공학 책보다 훨씬 풍부하게 만들어낼 수 있다고 한다. 이처럼 남들은 가지 않는 다른 길로 갈 수 있어야 적은 투자로 큰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한편, 그는 지금 당장의 시장성이 아닌 장기적인 안목으로 기획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책을 소비하는 독자들은 순식간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 교육과 제도를 통해 죽어 있는 소비자들을 살려내는 것이 먼저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프랑스의 출판기획과 독서교육'을 소개한다. 그는 가장 아름다운 성공을 거둔 세이유출판사의 총서를 이야기하며, 열린 사고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또, 빅토르 위고 200주년을 맞아 프랑스 교육계가 펼친 행사를 소개하며 독서교육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책을 어렵게 읽어가는 즐거움을 가르쳐야 합니다. 독자들에게는 책을 즉각 이해하지 못할 권리도 있다고 말해줘야 합니다. 책을 끝까지 다 읽었는데도 부분만을 이해하면 어떻습니까? 나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도 완전히 이해하며 읽는 책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나는 계속해서 읽어갑니다. 우리는 학자들의 글 앞에서 주눅이 들 이유가 없습니다. 한 권의 책을 완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환상입니다. (p178)

   사랑에는 국경도 없다고 했던가. 출판기획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시각으로 만들어진 해외출판물을 받아들일 수도 있고, 반대로 우리의 것을 수출할 수도 있다. 출판에 대한 저자의 끈끈한 애정과 관심이 부디 짝사랑으로 끝나지 않기를 한국 출판계에 바란다.

09-26. 『기획에는 국경도 없다』 2009/03/07 by 뒷북소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