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끽연자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18
츠츠이 야스타카 지음, 이규원 옮김 / 작가정신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SF 거장의 톡톡 쏘는 블랙 유머로 시원하게 웃어보라!

   『최후의 끽연자』는 애니메이션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원작자로 유명한 일본의 대표 SF 작가 츠츠이 야스타카의 단편소설집이다. 이 책은 그가 쓴 단편소설 중에서 블랙유머에 속하는 작품 8편을 골라 엮은 것으로, 원서에는 '자선(自選) 뒤죽박죽 걸작집'이라는 부제가 달려있다. 

   표제작인 「최후의 끽연자(1987)」에는 폭연가인 작가가 등장한다. 금연 운동이 시작되면서 흡연자에 대한 탄압이 맹렬해지고 급기야 혐연권 운동까지 벌어지면서 흡연가들은 점점 설 자리를 잃게 된다. 몇 명 남지 않은 흡연자들은 연대해 투쟁을 벌이지만, 모든 흡연자들이 죽거나 사라져 결국 작가 혼자 남게 된다. 지구상에서 유일한 흡연가인 작가를 사람들은 어떻게 할까? 멸종해 가는 동물들을 떠올리면 그 답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급류(1979)」는 일정한 간격으로 흐르던 시간에 가속도가 붙어 시간이 점점 빨라지게 돼 사람들이 겪게 되는 혼란을 그리고 있다. 예전의 하루가 일주일이 되고, 한달이 되고, 일년이 된다면... 결국에는 어떻게 될까? 아마도 우리는 태어나자마자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노경의 타잔(1975)」에 등장하는 타잔은 더이상 날쌔지도, 정글의 왕자도 아니다. 그의 아내 제인 또한 텔레비전 불륜 드라마를 즐기는 뚱보 할머니가 됐고, 치타는 이미 오래전에 박제가 됐다. 타잔은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받기 위해 일종의 관광객이라고 할 수 있는 정글 탐험대에게 보여주기 위해 타잔은 목청을 울리고 나무를 타야한다. 하지만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나이든 타잔에겐 쉬운 일이 아니다. 타잔은 어떻게 할까? 결국 타잔은 여느 사람들이 상상하는 모습과는 다른 모습을 과감히 보여주며 즐거워한다.
   「혹천재(1977)」에서 사람들은 럼프티 험프티라는 생물체를 등에 붙이고 천재가 된다. 럼프티 험프티는 인간의 몸에 기생하며 살면서 인간의 능력을 증가시킨다. 단, 럼프티 험프티의 효과를 보려면 10세 이전에 붙여야 한다는 것이다. 부모들은 아이들이 싫다고 우는데도 억지로 비싼 돈을 주고 럼프티 험프티를 달아준다. 럼프티 험프티를 업은 아이들은 흡사 노틀담의 꼽추를 담았다.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불사하는 지금의 모습을 연상시켜 씁쓸하다.
   「상실의 날(1974)」에 등장하는 와라이는 평소 능력있고 꼼꼼한 성격의 소유자로, 자신의 동정을 완벽하게 상실하기 위해 만발의 준비를 한다. 그러나 그 준비를 하면서 그의 하루가 꼬이기 시작하지만, 동정의 상실로 행복해한다.
   「평행세계(1975)」에서의 세상은 무한 복제된다. '나'와 똑같은 모습으로 똑같은 아내를 두고, 똑같은 집에 사는 '나'가 수백, 수천명이나 존재한다. '나'는 자신과 똑같은 또다른 '나'가 달갑지 않지만 그들을 통해 자신의 또다른 모습을 보게 된다.
   「야마자키(1972)」「망엔 원년의 럭비(1971)」는 실제 있었던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거침없는 상상력을 발휘한 작품이다. 「야마자키」에 등장하는 히데요시는 전쟁 중에 전화로 작전을 수행하고 신칸센으로 병력을 이동시킨다. 「망엔 원년의 럭비」는 한 사무라이의 머리를 두고 벌어진 싸움에서 럭비가 시작됐다고 한다. 아쉽게도 이 두 작품의 재미를 마음껏 느끼기 위해선 일본 역사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이 책에 실린 츠츠이 야스타카의 단편들은 쓰여진지 30년이 지난 것들이 대부분이지만 전혀 촌스럽지 않다.  각 단편들의 마지막 장을 넘길 때마다 드러나는 기막힌 결말은 마음을 즐겁게 한다. SF 거장의 톡톡 쏘는 블랙 유머로 시원하게 웃어보라! 

09-12. 『최후의 끽연자』 2009/02/07 by 뒷북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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