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말해줘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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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당신은 연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요?
   공원 문을 닫는다는 수위의 외침에 일어서던 슌페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책을 읽고 있는 한 여자를 발견한다. 수위의 목소리가 저렇게 큰데, 책에 너무 빠진 탓일까? 그는 자전거를 끌고 그녀 앞에 서서, 문 닫을 시간인 것 같다고 그녀에게 말해준다. 그러나 그녀는 그의 입가에 시선을 고정시킨채 뚫어져라 쳐다볼 뿐이다. 2주 후 공원 외원에서 다시 만난 슌페이와 그녀, 그녀의 이름은 교코라고 했다. 슌페이와 교코는 수첩과 펜으로 이야기를 나눈다. 점심을 먹고, 그들이 사는 곳을 이야기 하고, 다음에 다시 만날 것을 약속했다.
   방송국에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슌페이는 무언가를 알기 위해, 그것을 알리기 위해 일에 빠져있다. 요즘 그는 바미안 대불 폭파 사건의 전모를 캐는 중이다. 하지만 생각처럼 쉽게 풀리지 않는다. 이럴 때는 자신의 답답한 마음을 속시원하게 털어낼 수 있는 상대라도 있었으면 좋겠는데, 교코에게는 절대 그렇게 할 수가 없다. 그녀에게 무언가를 말하기 위해선 글로 적어야 하기 때문이다. 말이 글이 되는 과정에서 1차적인 검열 과정이 이뤄질 수 밖에 없다. 또, 듣지 못하는 그녀를 향한 배려심이 2차적으로 작용한다. 슌페이는 그녀가 여느 사람들과 다를 것이 없다고 말하지만, 때때로 불편함을 느낀다.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교코 역시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일 때문에 지쳐있는 그를 위로해 줄 수도 없고, 매일 그와 함께하고 싶지만 그렇게 할 수도 없다. 때론 일에 빠져있는 그에게 투정이라도 부리고 싶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다.
   일 때문에 갑자기 해외 출장을 다녀온 슌페이는 더이상 교코의 흔적을 찾을 수가 없다. 그녀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보지만, 그녀는 묵묵부답이다. 어디서부터 그녀를 찾아야 할까? 그녀의 집이 어디쯤인지만 알고 있을 뿐이다. 그녀를 찾아 그녀의 집 근처를 맴돌던 그는 그제서야 그녀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토록 무언가를 알기 위해 찾아다니던 그였는데, 정작 사랑하는 그녀에 대해선 아는 것이 없다니.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난 어느 날, 그녀에게서 문자메시지가 왔다. "우리 집 못 찾고 헤맬 때 기분이 어땠어?"라는 그녀의 질문에 몇 번이나 문자를 썼다 지운 그는 그저 "보고 싶어"라고 찍어 보낸다. 

"사랑을 말해줘!"

그걸 알면서도 변하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걸 알면서도, 어째서 사람이라는 존재는 뭔가를 확인하려드는지 정말 어이가 없었다. (p128)

   사람들은 자신의 사랑을 말로 확인해야 안심을 하곤 한다. 그런 걸 굳이 말로 표현해야 아냐고 반문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표현하지 않는 사랑이 무슨 사랑이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오히려 사랑을 확인하려다 삐걱대는 경우도 있다.
   종이와 펜으로만 이뤄지는 그들의 조심스런 의사소통 때문에, 슌페이와 교코는 서로의 사랑을 확인할 수 없었다. 그들의 사랑이 어떻게 끝나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녀가 사라진 사건을 통해 적어도 상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09-10. 『사랑을 말해줘』 2009/02/01 by 뒷북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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